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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나리오_1) 유정무정(1959)

2023-11-25 조회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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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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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유정무정
02........자유영화공사
03........
04........신경균
05........
06........홍은원
07........신경균
08........오리지널
09........스탭
제작 : 조용진
기획 : 이용복
각본 : 홍은원
윤색 : 신경균
감독 : 신경균
촬영 : 신학균
조명 : 이병준
미술 : 임명선
음악 : 한상기
감독보 : 류동일, 김성춘, 장영국, 성경희
촬영보 : 오효영
캐스트
성종훈 : 39세, 문영각출판사 부장
이주실 : 34세, 그의 아내
강선녀 : 29세, 그의 첩
혜원 : 11세, 선녀의 큰딸
진우 : 8세, 선녀의 장남
김순일 : 25세, 선녀의 정부, 화가
성우영 : 23세, 종훈의 누이동생, 순일의 애인
오은경 : 24세, 주실의 친구
세원 : 16세, 은경의 딸 여고교생
민자엄마 : 40세, 선녀의 이웃집여인, 무직유한층
연순 : 17세, 주실의 집 식모
경옥 : 25세, 신혼부부 주실의 집 2층방에 투숙
남경 : 27세, 신혼부부 주실의 집 2층방에 투숙
상원엄마 : 36세, 주실의 이웃집 여인
술집영감 : 60세
의사 : 40세
순경
사원A
사원B
여사원A
여사원B
청년A : 순일의 친구
청년B : 순일의 친구
식모 : 주실의 집 식모
여의대생 수명
운전수
기타

#1 (F.I) 연못가 (D)
고요히 펼쳐진 호수.
그 호수가에 외로이 앉어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고 있는
종훈의 뒷그림자.
종훈 시름없이 돌을 집어서 호수를 향하여 던진다.
꿈에 잠긴듯 고요하고 물결은 금시 파문을 일으키며
사면으로 흩어져 퍼진다.
카메라는 이 파문을 따라 T.U하여
이 위에 톱타이틀이 D.X 된다.

#2 갈래길 (D)
멀-리서 종훈이가 힘없는 발걸음으로 뚜벅 뚜벅 걸어오고 있다.
그는 문득 갈래길에 다달아 발길을 멈추며 주위를 살피며 망설인다.
"어디로 갈것인가?"
이 한생각이 머릿속에 스치는듯
그에 얼굴엔 초조와 괴로움이 스치고간다.
이것이 메인 타이틀이 된다.

#3 (O.L) 대포집 (N)
일체가 정돈되지 않은 초라하고 음산한 선술집이다.
이미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이 하나 이 음산한 선술집을 영위하는 듯.
그러나 어디엔가 서민적이구 안정된 분위기다.
마치 막걸리와같은 인상을 주고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휩싸여 종훈이가 노인과 마주앉어
약주잔을 들이키고 있다.
언제나 괴로울때나 슬플때나 이 술집에 와서 마음을 풀고 가는
종훈에게 있어선 마치 더 없는 안식처일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세월은 흐른다.
아니 어쩌면 종훈이란 인생의 청춘이 흘러간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캐스트의 소개가 D.X 되고.

#4 (O.L) 대포집 밖 (N )
얼큰하게 주정에 얽힌 종훈이가 술집을 나선다.
그는 휘청거리는 다리를 가다듬으며
어두운 밤거리를 발걸음을 옮긴다.
이것이 자막의 끝이 된다.
(F.O)

#5 (F.I) 덕수궁 꽃밭
목단꽃이 만발한 덕수궁 꽃밭.
그 꽃들을 바라보며 행복에 잠긴 순일과 우영.
순일 담배를 피우며 꽃을 바라보던 시선을 우영에게로 돌리며.
순일 뭘 의학은 한다구 의학촌에는 가서 뭘해?
우영 말곰히 순일을 쳐다보며.
우영 왜 내가 의사가 되는것이 싫여?
순일 못처럼 푸렌을 세운것이 틀렸으니 말야!
우영 뭔데?
순일 여름 방학에는 우영과 해운대로 갈려고 했었지!
이때 멀-리서 폐문을 고하는 종소리가 가까워 온다.
우영 그봐 나가라지 않어. 쫓겨나가기전에 나가! (하면서 순일의
팔을 잡아 이끈다.)
순일 팔을 잡힌채 끌려 가면서 피우던 담배를 동댕이치면서.
순일 그렇게 사람의 눈깔만 까 뒤집어봐라. 이담에 결혼해서
눈깔만 툭 튀여나온 기형아 낳아놀테니.
우영 (웃으며) 흔해빠진게 여잔데 해필이면 눈깔만 까뒤집구싶은
날 존이 좋아할 필요두 없잖아?
그리구 어느 눈깔먼! 처녀가 밤낮 그림에 미쳐다니면서두
미완성을 면치못하는 졸작만 연발하는 그따위 배고픈
화가에게 미칠줄 아나봐!
순일 너털웃음을 웃으며 귀여운듯 우영을 바라보며.
순일 요거 점점 큰소리야. 소꼽장난 때 아버지가 되여보고 싶었던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런다 왜.
우영 호 호 그래 넌 밤낮 내 아들노릇만 했어! (어린애 흉내를
내며) 순일아 너 엄마 나갔다 올때까지 애기 잘보구있어. 응!
순일도 역시 어린애 흉내로.
순일 엄마 빨리 들어와야해. 쪼고렡 사가지구. 응.
이때 종소리가 바로 앞에서 요란하게 울린다.
순일 문득 놀라며 걸음을 멈춘다. 수위가 종을 디리 흔들며
순일과 우영을 보고 빙글거리며 지나간다.
두 사람 잠시 수위쪽을 바라보다가 웃으며.
순일 여자한테 져 줘야 한다는 신사의 에디켙을 소년때부터두
지킬줄 알었던 큰 그릇이었다는 것을 알어야해. 이 바보야!!
우영 이제와서 그런 소리한다구 위신이 설줄알어?
순일 저녁먹구 영화나 보러갈가?
우영 (살짝 눈을 흘키며) 오늘은 안된대두. 오빠네 집에 다녀와야
하니까.
순일 그럼 밤에두!
우영 그럼 열시에서 열한시까지 한시간동안만 같이 있어줄께!
순일 있어줄께! 인심 쓰시는군! 이왕 인심 쓰자면 하룻밤 같이
있어줄께! 할수는 없나?
우영 (아양을 떨며) 천만에 올시다. 호 호.
순일 하 하.
두 사람 유쾌히 웃으며 앞으로 걸어온다.

#6 선녀의 방 창밖 (N)
불빛에 비치는 창!
그 창으로 남녀의 싸우는 시루엩이 옥신각신 하며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꽈장작" 하고 유리창이 부서지며 사진틀이 날라나와
땅에 떨어지며 산산 쪼각이 난다.
선녀(E) 뭣이 어쩌구 어째! 아이구 분해!
땅에 떨어진 사진틀.
종훈의 사진이다.
선녀(E) 안살테야 안살어 위자료만 내놓란말이야! 자식새끼 낳기두
이젠 지긋 지긋허구.
아이들(E) 엄마! (하고 울어대는 울음소리)

#7 선녀의 집밖 (N)
대문과 문틈을 기웃거리며 동리여인들이 둘러싸고 수근대고 있다.
선녀(E) 네가 죽든 내가 죽든 결판을 내자. 왜 말못하는거야.
가만있으면 그칠줄알구! 대답하란 말이야! 그년을 버릴테야,
아이 새끼들을 죽일테야!
아이들(E) 엄마 엄마.
종훈(E) 이것이 미쳤어.
선녀(E) 아야! 아이구 내 머리 다 뽑는구나. 죽여봐라 죽여봐!
아이구 사람죽인다. 아야!
여인들 아이들 밀치고 문틈을 들여다 본다.
종훈(E) 놓지못해. 놔 노란 말이야!
여인A 웬일이유! 진우 아버지가 오늘은 대꿀하는 모양아냐?
여인B 응 정말 이상한데.야 너희들은 뭐 구경났다구 밥먹다말구
이야단들이야! 저리 비켜!
하며 소리를 바락 지른다.

#8 선녀의 방 (N)
선녀와 종훈이가 서로 얽혀져 옥신각신 싸움을 하고있다.
종훈의 얼굴엔 선녀의 손톱자국이 깊숙이 파져 피가 흐르고있다.
종훈 넥타이를 잽힌채 헐덕거리며.
종훈 이것을 나 놓지못해.
선녀 못놓겠다 날 죽여라.
아이들 엄마!
밥그릇이 방바닥에 산산히 흩어져있다.
종훈 놓란말이요 놔! 놓구 조용히 얘기하면 되잖아!
종훈 힘을 다해 와락 선(仙)을 밀치며.
선녀 그바람에 방바닥에 나가떨어지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선녀 아이구 아야! 사람죽이는구나. 뭣이 어째. 조용히
얘기하자구. 몇해째 내려오는 얘기야! 빤빤스럽게.
종훈 책상앞에 앉으며 얼굴에 맺힌 피를 닦는다.
그의 얼굴은 삶에 지쳐 피로해 보이고
어쩌면 비통하리만치 시선은 풀려져있다.
선녀(E) 자식새끼 하나 못낳는년을 본처면 제일 강산야! 그년집에
가란말이야!
앙칼진 목소리가 귓전을 스친다.
이 틈바구니에서 울고있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더욱 처저롭다.
선녀 오늘은 양단간에 결판을내주구말자. 결판을 내란 말이야!
이때 하녀 연순이가 들어오면서.
연순 아주머니 동네사람들이 다 모여 들어요! (하면서 방바닥에
흩어진 그릇들을 주섬 주섬 주워 담는다.)
선녀 뭐야 어떤년이 할지랄이 없어 남의 집일에 간섭이야 간섭이!
하며 악에 받쳐 씨근덕거린다.

#9 선녀집 문밖 (N)
모여든 동리사람들의 흥미롭게 듣고 들여다보는 모습을
여인A, B가 서로 쳐다보며 히죽이 웃는다.
종훈(E) 여보 빕시다. 제발 이렇게 내가 빌테니!

#10 선녀의 방 (N)
선녀의 얼굴엔 아직두 독살이 가시지 않았다.
선녀 내가 고 수단에 넘어갈가봐. 혜원이 진우 다 같이 가는거야.
차츰 심각해지는 종훈의 얼굴!
선녀(E) 그년이 얼마나 잘생기구 학식이 많은진 몰라두 오늘은 꼭좀
만나야겠다.
하녀가 그릇을 모아들고 풀이 죽어 나간다.
선녀 (더욱 크게) 떼죽음 나는 꼴을 봐야 당신 정신채리겠어.
(하고 일어나 아이들의 손을 잡아 이끌면서) 자 어서들 나서
진우야 혜원아 자 어서가자.
이순간 종훈의 무서운 얼굴이 불을 뿜는 듯하더니
와락 책상 위에 놓여진 과도를 덥석 집어들고 목에다 갖다댄다.
종훈 정 그러기요? 누가 죽는꼴 볼테야!
이순간 여인의 손이 와락 그손을 제지하면서.
민자 모(E) 안돼요 안돼!
종훈과 민자 모 서로 칼을 들고 옥신각신한다.
민자 모 아니 잠깐 나갔다 온새! 또 왜들 이러는거유 놓세요 놔!
종훈 그대로 내버려 주시요! 놔요! 놔요. (하며 홱 뿌리치려는데
칼날이 종훈의 손을 스치며 핏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종훈 아!
아이들 아버지 엄마! (하고 운다.)
민자 모 이걸 어쩌나 피가.....
종훈 피가 솟은 손을 펴든채 그대로 말이 없다.
민자 모 아이 이걸 어쩌나 진우 엄마 빨리 약을!
선녀의 얼굴이 경련을 일으키며 와락 종훈을 얼싸안고 흐느껴운다.
선녀 여보!
그녀는 지나친 감정을 뉘우치는듯 진심으로 하소연하는 것이다.
민자 모 이걸 어쩌나, 아이참 싸움은 무슨 싸움들이요!
하며 상처난 손에다 손수건을 찢어서 감어준다.
종훈은 실신한 사람처럼 멍-하니 말이 없다.

#11 종훈집 식당 (N)
창가에 달린 새장에서 카나리아가 울고있다.
그 위에 주실과 우영의 콧노래가 겹쳐서 들려온다.
우영 베란다-로 통하는 창가에 기대여 앉어 부엌쪽에서 들려나오는
주실의 노래소리에 맞춰서 콧노래를 부르고있다.
주실 부엌쪽에서 음식을 담아들고 들어오면서.
주실 오빤 또 늦어지는가봐. 작은아씨 시장할텐데 먼저먹어요!
하면서 식탁 위에 음식들을 올려놓는다.
우영 창가에서 내려와 주실 곁으로 걸어와 식탁 앞에 앉으며.
우영 아이 배고파 언니 웬일이유? 내가 왔다구 특별 써-비스유?
닭볶음을 다놓구!
이때 고양이가 냐옹거리며 식탁 곁으로 다가온다.
우영 발길로 고양이를 밀어버리며.
우영 요건 얌체,냄새 맡기가 무섭게 지랄이지 저리가!
어련히 줄가봐!
주실 왜 작은아씨는 우리 미미하고 못사귀었을까.
하며 웃으며 바라본다.
우영(E) 가축원 원장님 미미 버릇이 나뻐요.
우영, 주섬 주섬 음식물을 차려놓으며.
우영 아이 싫어. 난 괭이의 생리가 제일 싫더라. 아이 언니는 내가
좋아하는것만 만들었어. (하며 입에 집어놓고 우물거리며
깔깔대고 웃어댄다.)
고양이는 그래도 식탁 머리에 도사리고 앉어 빼곰히 쳐다본다.
주실 그릇에다 음식을 덜어서 고양이에게 준다.
우영 오빠가 들어오면 용돈을 좀 뺏으려 했더니 안들어오지?
주실 (빙그레 웃으며) 무의촌에 간다면서 촌구석에 무슨 돈쓸일이
있겠다구.
우영 없어서 못쓰지 언니두 나같이 인류복리를 위해 이바지 해요!
새니 괭이니 토끼니 이따위 맨날 길러봤댔자 무슨 보람이
있담. 로메오는 빼놓구 말야!
나같으면 차라리 길거리에 내다버린 사생아라두 주워다
길르겠어!
주실 밥숫갈을 올리다 말고.
주실 작은아씨나 이담에 아이 못낳거든 그러지!
우영 호호 악담인데 좋은수가 있어. 내가 이담에 일년에 아이를
둘씩만 꾸역 꾸역 낳아서 줄께. 길르긴 언니가 길르구 호 호.
주실 (금시 얼굴색이 변하여지며) 난 사람을 너무 의심할줄
모르지만.
하며 우영의 눈치를 살핀다.
작은아씨 내가 이렇게 의심해 보는게 나쁠까?
우영 ......
주실 오빠한테 나외에 다른여자가 있을거라구! (하며 또한번
동정을 살핀다.)
우영 아이 언니 그게 정말이유? 오빠같은 무신경이 뭐 그런
비밀이나 가졌을라구! 그렇다면 당장에 따져야지.
나같으면 그냥 두곤 못있어. 내 물어봐줄까?
주실 아니 오빠가 뭣인가 고민하고 있는게 요즘와서 바짝 더
느껴지는데 난 겁이나서 물어볼수가 없어! 원래가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성질에다 날마다 술이 취해서
돌아오구...
우영 참 언니두 마음에 걸리는 일을 어떻게 참고 견디우?
주실 그래두 난 물어볼수가 없어. 만일 그렇다는 경우에 난
어떡하면 좋아?
우영 부부의 신성성이 어디있우. 아이 못낳는게 언니 하나뿐이유!
그리구 언니몸이 그렇게 약하다는것을 누구보다두 오빠가
더 잘 알면서 연애한거아냐!! 언니 아니면 죽는다구...
하며 깔깔대고 웃는다.
주실 슬쓸히 웃으며.
주실 옛날얘긴 해서 뭘해. 사람의 마음이 영 변하지 않는다구
할수야 있어. 더군다나 삼년이란 세월을 떨어져 살았는데.....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한가닥 수심이 스치고간다.

#12 선녀의 방 (N)
시계가 밤 열시를 가리키고 있다.
열려진 미닫이 사이로 아이들의 곤히 잠든 모습이 엿보이고
종훈은 의장 앞에서 넥타이를 매며.
종훈 내일아침 출근전에 송의사에게 부탁을 할테니 열시쯤 가서
진찰해 보구려.
손에는 붕대가 감겨져있다.
경대 앞에서 얼굴을 매만지던 선녀가
머리에 빗질을 하며 빈정대듯이.
선녀 이젠 나두 자식새끼나 꾸역 꾸역 낳구 돼지같이 사는건
지긋 지긋해요. 남편이 첩을두고 십년이나 속이구 살아도
요양원 아니라 외국에 가있든들 그것을 모르고 산다는게
천치가 아니구 뭐예요.
흥 그게 여편네 신경이야! 글이나 배웠으면 고만인가 뭐!
어쨌든 이 애들은 다 데려다 호적에 넣구 길러 주든지
천만환 양육비를 내 놓든지...아 저쪽에서
고소하길랑 쌍벌죄루 걸려들어가면 되잖우! 애들은 그거
갖다 매끼구!
하면서 손가락에 루-즈를 묻혀가지고 종훈 옆으로 가서
몰래 와이샤쓰 에리에다 루-즈를 묻혀놓는다.
빨-갛게 묻어난 루-즈의 에리.
종훈(E) 그것 저것하는소리는 그만둘수 없오?
선녀 뭐니 뭐니 할것두 없어. 당신의 어데가 좋아서 죽구살구
일부종사한다구....
종훈 상의를 입으며 돌아보는데.
선녀 흥 사람의 말이 말같지않어! 어쨌든 열흘 여유를 줬으니까
그동안은 참을테야. 그때가서 좋은 대답이 없으면 당신
회사고 집이고 그년이구 새끼들이구 하나도 안남아날줄
알아요!
종훈 가방을 들구 나가려다 말고 선녀를 이윽히 바라보던 그는
터져오르는 감정을 억제하려는 듯 입술을 물며 걸어간다.
선녀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악에 바친듯
벽에다 얼굴을 파묻고 흑흑 흐느껴운다.
잠시 울던 그는 무슨 생각엔지 안쪽을 향하여.
선녀 연순아- (하고 소리친다.)
연순(E) 네!
선녀 어서 가서 민자엄마를 좀 오라구 해!
하며 기둥에 대고 소리 높이 훌적거리며 운다.

#13 주실집 현관 안
우영이가 마루 끝에 걸터앉어 신을 신고 있는데
그 뒤에서 주실이가 서서 바라보며.
주실 경제 조종관은 나지 오빤가? 자 용돈! (하며 돈이든 봉투를
내여민다.)
우영 (생긋 웃으며) 우리 언니가 제일이야! 생큐!
하며 명랑하게 인사하면서 나간다.
그 뒤를 주실이 따른다.

#14 현관 밖 정원 (N)
현관문을 나선 두 사람 정원을 걸어나온다.
그 뒤를 로메오가 꼬리를 치며 따라나온다.
우영 로메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영 로메오! 빠이 빠이 (하고는 주실을 돌아보며) 언니 자 안녕
밤바람 쏘이지말어! (하며 손을 잡는다.)
주실도 마주 우영의 손을 쥐며.
주실 모레 떠난다면서 내일 또 오지그래!
우영 리-벤 안만나구!
이 말에 주실이 빙그레 웃는다.
이때 안에서 경옥의 부르는 소리.
경옥(E) 언니 어데를 가세요? (하며 그들 부부가 다정스리
걸어온다.)
우영 웃으며 눈인사 한다.
주실 영화 재미 있었지?
경옥 (옆에 선 남편을 힐끗 돌아보면서) 언니두 내일 가보세요!
참 좋아. 난 울다가 볼것두 다 못봤다우! 그렇지 여보!
하며 재롱을 피우며 남편의 팔을 끼고 현관쪽으로 걸어간다.
주실 (그들을 바라보다 우영을 돌아보며 다정스럽게) 그럼
잘갔다 오우! 내려가자면 오빠 돌아오는걸 만나질런지
모르지. 그럼 몸조심해요!
우영 언니야말로 몸조심해요! 그럼 빠이 빠이 편지할게!
하면서 두 사람 작별을 나눈다.

#15 대포집
종훈이가 노인과 마주앉어 고민에 찬 얼굴로서
묵묵히 술을 들이키고 있다.

#16 선녀의 방 (N)
서로 마주 대하여 앉어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비우고있는 선녀와 민자 모.
두 여인은 이 도수가 상당히 짙어있다.
민자 모 첩살이 하자면 돈많은 영감이 제일이야! 집한칸없이
첩살이를 하자니 혜원 엄마는 지금도 젊고 예쁜데 뭣이
안타까워서 그따위 사내한테 붙어사냐말야!
돈이 있어 사내답길 해. 원 술에 술탄것 같구 물에 물탄것
같구......
선녀 (기분이 상한듯 술잔을 호르륵 마시며) 자 들어요!
속상하는데 실컷 마시구 팔자 한탄이나 할테야!
민자 모 자식이다 자꾸 낳으면 어떻게 되려니 했겠지만 십년잡아서
안되는 일이 이십년 참으면 해결될것 같애! 글렀어! 글러!
하며 담배를 피워문다.
선녀 그럼 난 어떡하면 좋우?
민자 모 (담배연기를 뿜으며) 그저 내 말대루 두둑한 영감이나
하나 꼭 물구서 (싱긋 웃으며) 알지! 젊음도 한때야
이 멍청아!...
선녀 아이 속상해 팔자두 더럽게 타구났지! 나두한대 피워봅시다.
하며 담배갑을 집어 담배를 꺼내며 불을 붙여문다.
그까짓거 내가 누굴위해 정조를 지킨담. 형님 나두 이젠 좀
놀러 다녀야겠어.

#17 대포집 앞 (N)
술집에서 나온 종훈 무거운 발걸음으로
뚜벅 뚜벅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다.

#18 남산 (N)
우영과 순일 나란히 팔짱을 끼구 다정스리 걸어온다. 이따금 청춘을
즐기는 남녀들의 모습들이 하나 둘 그 옆을 스치고간다.
우영 이제 며칠동안을 고독속에서 살아야 하나봐. (하며 방그레
수줍은듯 순일을 쳐다본다.)
순일 (걸음을 멈추고 우영어깨를 넌즈시 잡으며) 정말 떠날
작정이야?
우영 내일 지나구 모레!
하며 마주 바라보던 두 사람은 복받히는 충격에 못이겨
서로 부둥켜 안는다.
남녀가 짝이 되여 명랑하게 낄낄거리며 스쳐 지나간다.
우영 난간 옆 돌담에 기대이며.
우영 순일이 (하며 순일의 팔을 잡아 이끈다.)
순일 음! (하며 그 옆에 따라 안는다.)
우영 내일밤 약속해주지?
순일 그럼 누구의 청이라구!
우영 (시계를 들여다보다가 훈일 이마에 접근하며) 그럼 내일도
약속대로 열한시야!
순일 이리와 조금더! (하며 벌떡 일어나 정열적으로 우영을
포옹한다.)
우영 아이참! (그녀는 못이기는 척 하면서두 순일의 몸에 착
달라붙으며 뜨거운 키쓰를 거부치 않는다.

#19 종훈의 방 (N)
얼굴엔 손톱자국이 들어있고 손에는 붕대가 감겨진
흐린 종훈의 모습.
그 뒤에서 주실이가 상의를 벗기고있다.
주실 그래 그놈을 가만히 뒀어요. 그럼 깡패들이 지금도
횡행천지를 하고 다닌단말예요?
말하는 주실의 얼굴은 흥분해있다.
주실 (얼굴에 손톱자국을 발견하고) 여보 그 얼굴에 험이 생기면
어떡해요. (하다가 문득 와이샤쓰에서 루-즈를 발견하고
금시 얼굴색이 변하더니 그는 눈물을 머금으며)
주실 여보 여자들이 말립디까?
종훈 응 그랬을런지두 모르지! (하며 어물 어물해 넘긴다.)
주실이 종훈이가 벗어주는 와이샤쓰를 받으며 눈물맺힌 음성으로.
주실 당신 나외에 또 다른 여자를 가지고있죠?
(하며 흐느껴운다.)
종후 (이 말에 미친듯 와락 주실을 껴안으며) 여보 날 놓지말아줘.
날 용서해 주시구려! (하며 애원하는듯한 팔속에서 주실은
그냥 눈물을 머금은채 흔들리고 있다.)

#20 선녀의 방 (N)
술상에는 그릇이며 담배꽁초들이 난잡하게 흐트러져있다.
그 옆에서 선녀는 술을 들이키고
민자 모는 팔벼개를 하고 번듯이 누워있다.
선녀 술집에 나간년이 별수있어! 누가 건드려두 건드렸겠지.
그렇게 치근덕거리는 놈들꼴이 하두 더럽구 치사해서 날
사람대우해주는 진우 아버지가 제일 내맘에 들었지.술두
모르고 여편네외엔 계집도 모르는 사람이었다우!
민자 모 사내자식이 그러니까 저질러놓구두 일처릴 못허지.
선녀 히스테릭하게 술잔을 들이키고.
술상 위에 팔을 받쳐 이마에 고이고.
선녀 아무렇게나 어떤놈에게 바칠몸이라면 난 나 좋은 사람에게
바치구싶었어! (하며 고개를 올리면서) 난 달아나는 그일
막 붙들었지 뭐!
(긴- 한숨을 쉬고) 희원이를 뱃속에 가진게 열여덟살이구
남들은 한창나이에 학교 다닐때 난 난! (하며 흐느껴운다.)
민자 모 에이 이런 쎅이는구나. 첫자식 뱃속에 들었을때 훑어버리지
못허구. 흥.
선녀 본처한테 아이가 없다니까 아들을 하나 낳아놓으면 내곁을
못 떠날줄 알았지 뭐!
민자 모 아서라 요 고생을 하느라구...아서! (하며 혀를 차고 담배를
피워문다.)
이때 아이들 방에서 진우가 벌떡 일어나며.
진우 아버지- (하고 운다.)
선녀 비틀 비틀 진우를 안아 눕히며.
선녀 누워자지 않고 왜이래. 어서누워자. (하며 이불깃을
덮어준다.)

#21 종훈의 방 (N)
테이블 앞에 앉은 심각하고 고뇌에 잠긴 종훈의 얼굴 그 앞에서
주실이가 불며 쓰러질듯이 단정히 앉아있다.
종훈 구태여 변명하고 싶진 않지만 어진소녀였던 선녀에게 나
자신을 빼았겼던 셈이요. 그러나 선녀에게 자식이 들자 나는
선녀를 버릴순 없게 되었오! 선녀도 고생은 각오하고있으니
버리지 말아달라는 것이오!
이 말을 듣고있는 주실의 얼굴엔 경격련이 일고있다.
그는 마치 실신한 사람마냥 멍-하니 창밖을 내다볼뿐 말이 없다.
종훈(E) 당신이 병이나서 친정에 가있다가 돌아왔을때도 요양원에
가있는 동안에도 어떻게 그쪽을 해결지을려구 많이 애를
써보았지만 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으로서 차마
못할 일이었오!
종훈은 애원하듯 말을 이어.
종훈 오늘은 이야기 하자 내일은 이야기 하자 하면서두 당신의
잔잔하고 순결한 마음속에 폭풍을 일으켜줄 일이 내겐
무엇보다두 두려웠오!
주실의 창백한 얼굴이 비통하리만치 눈에는 눈물이 글썽인다.
종훈 몸이 약하다는걸 빼놓구 당신은 한군데 나무랄데 없는
사람이오!
주실 ......
종훈 너무나 나무랄데가 없다는게 내게는 하나의 부담이였는지도
몰라. 선녀는 당신에 비해...
주실 (줄지어 나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이)
종훈(E) 결점이 많은 인간으로서 허구 많은 결점을 가진 내가 선녀의
결점속에서 어느때는 조그만한 안식을 느낄수 있었다는것도
솔직히 말하오.
종훈 당신은 내겐 지나친 사람이요! 그러니만치 난 당신을
내생명보다두 더 귀하고 소중한것으로 알고있오!
눈물을 흘리며 듣고있는 주실의 얼굴엔 한가닥 미소가 스친다.
종훈(E) 주실이 당신의 처분을 바라겠오...
아무리 쓰라린 벌을 줘도 감수하겠오! 여지껏 당신을 속여온
괴로움을 생각하면...
종훈 언뜻이 주실의 손목을 잡으며.
종훈 내가 못먹던 술을 먹게 된것도 밤마다 취해서 돌아오는 것도
모두 그때문이었오!
뭐라구 말좀 해봐. 왜 날 나무래지 않는거야! 당신은 질투도
안해주느냐 말야! 뭐라구 뭐라구 말좀 해보란 말이야!
하면서 주실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낀다.
주실은 그대로 말이 없이 체념에 잠긴 그 입가엔 차츰더 도수를 가한
경련이 파동치고 있을뿐이다.
(F.O)

#22 (F.I) 문영각출판사 입구 (D)
문영각이란 간판이 붙은 삘딩 현관으로 들어가는 종훈!
손에는 붕대가 감기고 얼굴엔 손톱자욱이 들었다.

#23 종훈의 사무실 (D)
종훈이가 또아를 열고 들어서자 집무에 분망하던 사무원들
일어서며 인사한다.
사원들 안녕히 주무셨읍니까?
A 부장님 웬일이십니까? 손을...
종훈 아, 좀... (하고 어물 어물해버리며 총무부장님이라고
써붙여진 또아를 열고 들어간다.)
종훈이가 들어가다 사원들 귓속말로 소근거린다.
B 봤나?
여사원 손톱자죽 말이지. 부인한테서 (할키는 시늉을 하며) 이거
당한거 아냐?
A 성부장님 사모님은 미쓰 황모양으로 괭이 손톱타잎아냐?
일동 깔깔 웃는다.
B 아냐 그럴리는 없어. 사모님은 백조같이 마음씨 고운
순결한 분이야!!
여사원 피 다 할킨 장본인이 와이프 아니라구치면 삼면기사꺼리게!

#24 종훈의 집 응접실 (D)
주실의 고뇌에 쌓여 수척한 모습이 전화를 받고있다.
주실 여보세요! 그렇습니다. 네 주인은 사(社)에 출근하셨는데요!
네 전 그의 아내되는 사람인데요!

#25 공중전화 (D)
선녀가 날카로운 눈길을 하고 전화를 걸고있다.
선녀 뭐요? 흥! 종훈의 처는 바루 지금 전화를 걸고있는
이사람인데요! 십년이 넘도록 숨겨왔지만 난 더 참을수
없어요!

#26 종훈집 응접실 (D)
주실의 경악에 찬 놀라는 얼굴.
주실 네?
여기에 선녀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나온다.
선녀(E) 피차가 속이구 속고 사는건 괴로운일이 아녜요! 내게는 이미
다큰 자식새끼까지 둘씩이나 있다는걸 알고있나요? 종훈의
대를 이을 뚜렷한 자식이 말예요!

#27 공중전화 (D)
선녀 당신두 남의 계집이 되였으면 그책임감을 느끼든지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을 맡든지 여보세요! 여보세요 왜 말이
없나요? 좀 대답을 해봐요!

#28 종훈집 응접실 (D)
전화를 받고있는 주실의 얼굴은 샛파랗게 질린채
금시 쓰러질것만 같다.
선녀(E) 우리는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참 당신도 어지간히 미련한
계집이군요! 하하 하여튼 이 문제는 당신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해요!
주실 수화기를 탁놓고 멍-하니 서있다가 그만 의자에 탁 쓰러지며
얼굴을 파묻고 흐느껴운다.

#29 공동묘지 (D)
이름 모를 수없는 무덤들.
그 무덤사이로 주실이가 깊은 생각에 잠겨 쓸쓸히 거닐고 있다.
그 위에 자신의 소리가 들린다.
주실의 소리(E) 친정에 간다고 나선 내가 왜 이곳에 내렸는지 나두 몰라.
낯모르는 사람들의 무덤앞에서 이렇게 바람에 불려서
있노라면 무슨 생각이 들런지도 몰라 죽어버릴까?
허긴 그런 잠재 의식이 날 이곳으로 몰았는지도 몰라.
죽어버릴까? 그렇지만 내가......
주실 외로운 나무그루에 몸을 기대이며
멀리 흘러가는 흰구름을 일없이 바라본다.
주실의 소리(E) 그를 나무랠 무슨 자신이 있어 나는 남보다 몸이 약한
자식도 못낳는인간!! 내가 여자로 태어나서 마땅히 남겨놓을
일이 뭣이 있길래!!
허공을 바라보던 주실의 얼굴엔 약간의 원망의 빛이 떠오른다.
주실의 소리(E) 그렇지만 그는 배신자 위선자 이중인격자 난 다시 그이에게
돌아갈순 없어.
그녀의 얼굴엔 눈물이 줄지어 나린다.
그는 시름없이 얼어나 걷기 시작한다.
주실의 소리(E) 여자보다두 마음이 약하고 고지식한 사람!! 그이의 말에
거짓은 없어. 그일이외엔 날 한번도 속인일이 없었지.
그렇치만 난......
하며 입에 손을 대고 소리 높이 흐느낀다.

#30 종훈집 현관 밖 (E)
가방을 들고 현관 앞으로 걸어오는 종훈!
이때 현관문이 열리며 경옥부처가 나오다 문득 마주친다.
청구 이제 오십니까.
종훈 공손히 인사를 받는다.
경옥 선생님 돌아오시는군요. 저희들 좀 나가고 싶은데 집이
비여서 못나가고 있어요!
종훈 (약간 의아해하며) 집의 사람어디 나갔읍니까?
경옥 아침에 선생님 나가시구 좀있다 나갔나 본대요! 아니 말씀
없었던가요?
종훈 (난처한듯) 네! 그럼 다녀들 오십시요! (하고는 총총히
들어가 버린다.)

#31 주실의 방(E)
종훈 실내로 들어서며 텅 비여진 실내를 의아하게 두리번거리다가
문득 경대 위에서 쪽지 한장을 발견하고 집어들며 펼쳐 본다.
편지.
주실의 소리(E) 이 이상 어리석은 기다림은 싫습니다. 며칠 혜어져서 생각을
가다듬어 보겠어요!
종훈 절망에 찬 얼굴로서 무의식적으로 편지를 쪼각 쪼각
찢어서 방바닥에 흘려 버린다.
이때 총총 발자국 소리가 나며.
우영의 소리(E) 언니 언니-
하며 문을 열다가 문득 종훈을 발견하고 그 곁으로 오며.
우영 아-니 오빠 언제 오셨우?
종훈 ...... (말이 없다.)
우영 왜 안색이 좋지 못하세요. 어디가 편치 않으세요?
종훈 음 언니가...
우영 .... (방바닥에 흩어진 편지쪼각을 발견하고는 문득 놀라며
직각적으로 알아 차렸다는듯)
우영 네....? (하며 종훈 앞에 마주앉으며 걱정에 찬 표정이다.)
종훈 언니가 집을 나가고 말았어. 내가 마땅히 당해야할 시련이
이제야 왔나보다 그러면서도 한마디 그를 원망못하는
지금의 나의 심정이야!
우영 오빠 전 오빠가 좋아요! 그러나 전 언니를 동정해요. 그런
언니를 생각하면 오빠가 미워져요. 그리구 더 미운것은
그 여자에요.
종훈 그래 나쁜것은 그 여자보다두 나야! 나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해.
우영 오빠 그 여자에겐 정말 아이가 있우?
종훈 음! (한숨을 쉰다.)
우영 언니는 참불행한 여자예요!
하며 흐느껴운다.
종훈 그런데 언니는 어디를 갔을까?
우영 복바치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홱 일어서면서.
우영 난 오빠가 싫여졌어. 모든것은 오빠가 책임져야 해요.
난 언니가 올때까지 이집에 오지않을테야! (하며 와락 문을
열고 뛰쳐 나간다.)
종훈 고개를 떨어뜨리며 고민에 사로 잡힌다.

#32 남산 (N)
멀-리 등불들이 별처럼 깜박이는 시내를 바라보며
행복에 잠긴 순일과 우영.
우영 세상이 다 그렇지만 제가 그처럼 믿어왔던 오빠두
못믿게됐어.
순일 그건 오빠가 나쁜게 아니구 여자가 나쁜게지...
우영 (새촘하니) 여자라구 다 착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순일 우영을 넌즈시 포옹하며.
순일 때로는 우영씨같은 착한분도 있으니 다행이죠! 하 하.
우영의 두손을 꼭- 쥐며.
순일 우영씨 모-든 남자를 못믿어두 저만은 믿어주겠지!
내가 우영씨를 믿듯이...
우영 (눈을 흘기며) 몰라 난 화가 나서 말하는거야!
순일 허허 (하며 홱 토라진 우영의 볼에다 삽문한다.
우영 그제야 해죽이 웃으며.
우영 꼭 약속해주지?
순일 뭣을?
우영 내가 돌아올때까지 다른 여자생각말고 이십사시간 내생각만
할것 호 호...
순일 그건 너무 독잰데! 허지만 우영이를 놓치면 나는 자살이라두
할걸!
우영 정말...
하며 순일의 목을 두팔로 부둥켜 안는다.
순일 그럼......그리구 난 우영이가 돌아올때까지 훌륭한 우영의
초상을 완전할 작정이야!
우영 어마- 내가 없는데 어떻게?
순일 몸은 비록 멀리떠나도 내 머릿속에는 언제나 우영이
그 모습이 뚜렷이 그려져 있으니까.
우영 역시 화가가 될만한 소질은 다분히 가지구있군. 호 호...
순일 요런 깍쟁이...
하며 으스러지게 끌어안으며 두 사람의 불붙는 키쓰-

#33 은경의 집 응접실 (N)
쏘파에 마주앉어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주실의 얼굴은
피로에 젖어 수척해있다.
은경 (주실을 위로하듯) 나야 얼마든지 웰컴이지만 도대체 어떻게
되였다는거야!
주실 ...... (말없이 고개 숙이고 있다.)
은경 (말없는 주실을 보고 하는수 없다는듯이 명랑하게 주실의
어깨에다 손을 대고) 오-케 그렇게 괴로운 일이라면 지금
굳이 묻진 않을게! 자 내방으로 가서 옷이나 갈아입구 편히
쉬라구... 어데 꼭 가야할데가 있는데 왜 그런지 집에
돌아오고 싶더라니...
이때 밖에서 세원의 소리.
세원(E) 엄마-
하며 문을 열고 들어온다.
세원 주실을 보고 꾸벅 사내처럼 인사하고.
세원 아줌마 웬일이야! 이런 밤중에 우리집엘 다 오시구!
주실 음... (하며 쓸쓸히 웃는다.)
세원 저기압인데 아줌마 아저씨하구 싸웠어?
은경 미친년 왜 이렇게 까부니.나가 있어...
세원 혓바닥을 내밀고 깔깔대며 나간다.
문밖에서 세원의 부르는
은경 기집애가 꼭 사내녀석 같다니까.아버지 없는 애들은
아무래도 버릇이 없지! 자 주실이 어서 일어나 어서
내방으로가.
하고 주실을 끌어안듯이 안아일으켜
안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34 선녀의 방 (N)
선녀가 병석에 누워있다. 그 머리맡에는 애풀깡통이며 물그릇들이
너저분하게 흩어져있고.
연순이가 물수건에다 물을 축여 선녀의 이마에 갈아주고있다.
열려진 미닫이 사이로 진우는 자고있는 그옆에서 혜원이가
책상앞에서 책을 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연순 아주머니 수술하셨는데두 아저씬 오늘 안오시네요.. 그거-
(할랴다가 움칠 손을 입에 막으며) 본마누라한테 꼭 붙잡힌
모양이지요!
선녀 흥 며칠이나 안오나 두고보자꾸나. (하고 아이들 방쪽을 바라
보다가 문득 무엇이 생각난듯) 혜원아! 너 요새두 달력에
표해놓니?
혜원(E) 그럼! 어제까지 빼지않구 표해놨어.
혜원 생각난듯이 7월 24일자에다 ×표를 친다.
7월 24일 × 7월 18일 × 7월 12일 ×
7월 23일 ○ 7월 17일 × 7월 11일 ×
7월 22일 × 7월 16일 × 7월 10일 ×
7월 21일 ○ 7월 15일 × 7월 9일 ×
7월 20일 × 7월 14일 × 7월 8일 ⊙
7월 19일 × 7월 13일 × 7월 7일 ×
달력을 이윽히 보고있던 혜원 선녀를 바라보며.
혜원 엄마 이달은 왔다간 날은 아주 적지? 응 그래두 자구간 날이
8일 하루 있어...
하고 말하는 소녀의 얼굴엔 아무 꺼리낌 없다.

#35 종훈의 방
번민과 고민에 쌓인 종훈이 홀로 외로이 의자에 앉어
위스키-를 마시고 있다.
이때 도어 소리가 나며.
경옥의 소리(E) 언닌 아직도 안돌아 오셨어요? 웬일일까요?
경옥 종훈 앞으로 걸어오며.
경옥 선생님 혼자 어떡하시려구 언니두 참 딱해.
종훈 아-니 괜찮습니다. 매식이라도 하죠 뭐.
그저 그동안 저 김생들이......
하며 쓸쓸히 동물들을 눈여겨본다.
고양이, 로메오 그리구 새들은 이 비극을 모르는듯 태연하다.
경옥(E) 제가 돌봐 주시요 걱정마세요.
이때 이층에서.
남자(E) 여보- (하고 부르는 소리)
경옥 네-
하고 종훈을 보고 상냥스럽게 웃으며.
경옥 실례하겠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하며 나간다.)
그를 바라보던 종훈 또한잔 넘치게 따루어 마신다.

#36 경옥의 방 (N)
전축의 보륨을 높이고 있던 경옥의 남편이 경옥이가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홱 돌아서 경옥을 끌어안으며.
청년 왜 남의 남편하구 이야기 하는거야!
경옥 아랫층 공기가 좀 이상해요! 무슨 추라불이 있는것 같아요!
남편 내버려 둬 우리가 알바 아니야!
하며 야성적으로 경옥을 획 끌어다니며 뺨에다 키스를 하고 춤추기
시작한다.

#37 종훈의 방 (N)
종훈이 정신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섰는 뒷그림자.
여기에 2층에서 들려오는 청춘들의 소식이
그의 신경을 한결 더 자극시켜 주고있다.

#38 대포집 (N)
노인을 상대하고 앉어 술을 마시는 종훈은
이미 곤드레 만드레가 되어있다.
종훈 잔을 쭉-비우고 나서.
종훈 (잔을 내여밀며) 술! (한다.)
노인 잔에다 술을 따르다말고 다시 주전자를 놓으며.
노인 저 선상님 요 이삼일은 저-술이 너무 과하신것 같은뎁쇼!!
종훈 (혀꼬부러진 소리로) 할아버지는 간섭안하고 말이
없어 좋은데...그럼 난 이제부터는 안오겠소이다.
하며 일어나려고 허둥거린다.
노인 종훈을 안아 일으키면서.
노인 자 댁까지 모셔다 드립죠! 오늘은 이만하고...
하는데 종훈은 그냥 상위에 곤드라져 버린다.

#39 해변국민학교 교정 (D)
한없이 넓고 시원스런 바다가 눈아래로 전개된 언덕바지위에
자리잡은 국민학교 교정이다.
넓은 운동장에 줄지어선 웃통벗은 아동들의 타고 검은 모습들.
그앞에서 분망하게 진찰하고 있는 우영의 모습.
그리구 우영 일행인 여대생도 2·3인 역시 분망하다.

#40 순일의 방 (D)
순일 테이블에 넌즈시 기대여 앉어 우영의 편지를 읽고있다.
편지.
우영의 소리 홍수가 휩쓸어간 황폐한 땅덩어리위에 지쳐서 핀 한떨기
꽃모양 바람에 꺼질듯 하늘거리고 있는 모-든 영상들을
바라볼때 저는 새삼 그 화려한 도심지를 연상해 봅니다.
어쩌면 같은 하늘밑에 이다지도 문명을 등진 사람들이
그래도 내일을 희망삼고 살아간다는것이 기적적으로
느껴집니다.

#41 해변 (E)
파도가 밀고 당기는 사상에서 우영 상기된 얼굴로 바다를 향하여
바라보다 팔을 벌려 길-게 숨을 들이키다 다시 모래알을 거닐며
생각에 잠긴다.
여기에 우영의 편지소리가 흐른다.
우영의 소리(E) 저는 이따금 고독감에 못이겨서 바닷가를 거닐며
그파심들이 울부짖는 그 무슨 부르짖음을 가슴깊이
간직해 보기도 합니다. 마치 대치할길 없는 울분을 바위에
부딪쳐 흩어지는 파도와도 같이.

#42 순일의 방 (D)
편지를 읽고있는 순일.
편지.
우영의 소리(E) 순일씨 저는 날마다 그 연약한 이곳 사람들을 돌봄이 얼마나
일이며 또한 그를 역시 기배하는 모습을 볼때 이 어린소녀의
가슴은 뜁니다. 저는 이곳에 와서 비로소 가족이라는 것이
얼마나 줄기차고 거룩된 사랑의 결실이란 것을 절실히
깨달았읍니다. 순일씨 저는 상경하면 오빠와 언니에게
꼭 상의 해야겠어요! 역시 하나의 가족을 구성하는 문제예요!
즉 순일씨와 저와의...

#43 스와로- 양장점 안 (D)
화려하게 장식된 양장점 안.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폭스에는 사오인의 여인들이
카다로그를 들여다 보구있구 몸을 재는 사람들 틈에 끼여
점원들의 분망한 모습들이 보인다.
한쪽 폭쓰에서 주실이가 앉아서 이면모를 바라보고 있다.
은경 손님에게 인사를 나누고 주실 곁으로 다가오다 A·B를 보고.
은경 아이 오셨군요! 요전엔 일부러 초대까지 하셨는데
가질못해서 실례가 많았읍니다.
여A 뭐 생일이라구 채린건 없었으나 꼭 오실줄 알았는데
안오셔서 얼마나 섭섭했는지 몰라요.
은경 저런 아이엠쏘리!
여A 마담 나 양복감 한벌 선사 받았는데 좀보시구 적당히 데사인
좀 해봐요.
은경 오-케! 싸이즈는 내게 있으니까 감을 두고 가세요! 내 있는
머릴 다 짜볼테니...
여A 부탁해요!
하며 상냥스럽게 애교떤다. 은경 주실곁으로 오며.
은경 많이 기다렸지 자 일어나!
하며 주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려다 돌아오며.
은경 그럼 실례해요. 좀 일이 있어서!
여A·B 괜찮아요 그럼 또 오죠!
은경 (점원에게) 나좀 나갔다 와야겠으니 손님들 부탁해요!
하며 나간다.
점원 네 선생님 다녀오세요! (하고 인사한다.)

#44 자동차 내 (D)
시가지를 달리고있는 자동차(택시) 폭스에 기대여앉은 주실과 은경.
주실 싫여!
은경 글쎄 내 말 들으란 말이야. 구경 끝나면 집에 잠깐 가봐.
환할때 싫으면 저물어서 가보면 되잖아!!
주실 싫다니까!
은경 이런 베-비 온실에서 자란 사람은 할수없어!
주실 형식에 희생되는 인형은 싫여. 자식을 둘씩이나 낳을수
있었다면 그 여자에게 대한 정이 두터웠던 것만은 사실아냐!
남자는 하룻밤에 두 여자를 안고 잘수 있다는 것부터가
난 불결하고 싫여.
은경 누가 너보구 굳이 그사람하구 살라는거야. 일엔 결말이
있어야 한단 말이지. (방그레 웃으며) 그렇지만 못속여. 넌
그이를 지금두 죽어라하구 사랑하구 있어!
주실 어머나 언니.
은경 뭘 어머나야 네가 다시 남편에게 돌아갈 마음이 없다면
친정으로 가지 여태껏 내게 있진 않았을거야.
주실 ...... (고개를 숙인다.)
은경 본마누라하구 첩하구 칼부림하는 일 있잖아. 난 그런 삶의
태도가 우리들보다 멋있다고 생각해.삶이란 무엇에든지
이겨나가야 하는거라고 생각안되니?
주실은 고개를 숙인채 수심에 잠겨 은경의 말을 듣고있던
그는 자근히 입술을 깨문다.
은경(E) 너처럼 모든것을 양보만하고 산다는게 지금 이 세태에선
통하지않어.
은경 난 애기 아버지를 잃구나서 내가 부닥쳤던 무서운
현실속에서 얻은 체험이 이겨야 한다는것으로
결론지여진거야!!
주실을 설득시키려는 그의 음성은 열과 힘이 가득차 있다.
주실 나두 양장점이나 하나 열어볼까? (하고 괴로운듯 화제를
돌린다.)
은경 얜 딴소리하구있어. 가게문 열어놓고 옷감 걸쳐놓으면 장사
되는줄 아니? 상술이 필요해! 너같은 처세술가지구 호 호...
하며 자즈러지게 웃어댄다.

#45 국제 극장 앞 (D)
인파들이 밀고 밀리우고.
교람시간이 되여 더욱 복잡한 극장 앞.
매표구에서 표를 사서들고 출입구로 걸어가던 주실과 은경.
그때 안에서 나오는 선녀와 민자 모와 부딪치며
주실이가 선녀의 발등을 밟는다.
선녀 아야!
하이얀 버선에 묻어난 흙.
선녀 손수건으로 그것을 털어보나 지워지지 않는다.
주실 당황해하며.
주실 아이 어쩌나......
선녀의 날카로운 눈길이 독을 품고.
선녀 아-니 이이가 눈깔이 멀었나! 남의 보선발을 밟으면
어떡하란 말이야!!
주실 (어쩔줄 모르며) 참 미안하게 됐어요.
선녀 미안험 고만인줄 알어 아이 재수 없어.
이때 민자 모가 민망 하다는듯 바라보다가.
민자 모 얘 가자 저따위하고 싸워서 뭘해. (하며 팔을 끌고 간다.)
다소곳이 풀이 죽어 얼굴을 숙이고 있는 주실을 위로하듯.
은경 흠 할수없어 무식한 것들은 어디 가서도 표가나는군......
(하며 안으로 들어간다.)

#46 (O.L) 창경원 (D)
선녀와 민자 모가 나란히 속삭이며 거닐고 있다.
이때 맞은편에서 걸어와 스쳐지나던 순일과 청년A·B가
문득 발을 멈춘다.
청년A 아! (감탄한다.)
청년B 왜그래.
청년A 미인인데 사진한장 찍을까? 교섭해 봐.
하며 그들 저만치 걸어가는 선녀의 뒤를 총총히 따라간다.
선녀와 민자 모 나무 밑에서 걸음을 멈추며.
민자 모 그럼 잠깐 볼일이 있는데 먼저 가야겠어.
다섯시에 그다방에서 만나자고...
선녀 나 그럼 잠깐 여기서 바람을 쏘이고 갈테야!
하며 두 사람 헤어진다.
한쪽켠에서 이를 숨어보고있던 순일과 A·B가 됐다는 듯이
선녀 앞으로 나서며.
A 아주머니 대단히 실례지만 사진한장 찍게 해주세요.
선녀 문득 놀라며 돌아본다.
B 저희들은 미국유학을 떠나는 학생인데요! 아주머니같이
아름다운 분을 좋은 의미에서 미국에 소개하고 싶어서
그럽니다.
A 어떠실까요. 잠깐 시간좀 내주실수 없을가요?
이때 순일 한발 다가서면서 공손히.
순일 부탁합니다. 이 친구들이 2·3일후면 미국으로 떠나는
학생들입니다. 실례지만 한장 찍을수 없겠읍니까?
선녀 그제야 알았다는듯 그러나 잠시 주저하다가 생긋 웃으며
옷매를 고치며 찍으라고 포-즈를 취한다.
순일 그앞으로 나서며 익숙하게 샷타-를 눌른다.
(F.O)

#47 (F.I) 연못가 (D)
종훈이 연못가에 외로이 앉어 조약돌을 집어 물위에 던진다.
잔잔하던 물결이 금시 파문을 일으키며 사면으로 흩어져 퍼진다.
종훈의 얼굴엔 한가닥 수심을 동반하고 무슨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파문이 일고 가는 수면 위에
D.X
종훈의 고뇌에 얽힌 얼굴
D.X
인자하고 그리고 부드럽고 고요한 주실의 얼굴.
D.X
고민에 얽혀 머리를 움켜쥐고 몸부림치는 종훈의 얼굴.
D.X
다시 파문이 이는 물결.

#47 연못 (O.L) (회상)
고요한 물결 위에 하이얀 손수건이 날려 떨어진다.
하나의 손끝이 그 손수건을 주우려는데
주실의 하이힐이 바위에 미끄러지며 그만 풍덩하고 물속으로
거꾸러 떨어진다.
마침 지나가는 종훈이 이것을 발견하고 황급히 물속으로
뛰여들며 주실을 구출한다.

#48 연못가 (O.L) (회상)
종훈과 주실이 다감하게 껴안고 연못을 바라보며.
주실 만일 그날 선생님이 아니셨다면 전 영영 연못의 처녀귀신이
되였을 거예요. (하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인다.)
종훈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다만 그것을 인연으로 우리는
이렇게 사랑할수 있는 사이가 되지않았어요!
두 사람 바위 위에 앉는다.
주실 아마 하느님이 우리들에게 베풀어준 운명인가봐요!!
종훈 글쎄요! 이연못은 나에게는 잊을수없는 인연이 되고
말았군요!
주실의 미소 띄운 얼굴엔 한없는 행복감이 스치고 간다.
(O.L)

#49 연못가 (O.L) (현실)
파문을 하염없이 들여다보고 앉아있던 종훈은 과거에서 다시
돌아온듯 쓸쓸히 일어서서 걷기 시작한다.

#50 선녀의 방 (D)
선녀가 경대 앞에서 화장을 하고있다.
그 옆에서 혜원이도 얼굴에다 분을 칠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진우는 그 옆 방바닥에 넌즈시 엎드려 종이에다 지도마냥
그림을 헷갈기고 있다.
이때 문이 열리며 연순이가 들어오며.
연순 아주머니 손님 오셨어요!
선녀(E) 누구야.
연순의 뒤를 통해 현관이 보이고 현관엔 순일이가
꽃다발을 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연순 젊은 아저씨예요. 참 미남자예요! (하다가 부끄러운듯이
기둥에 머리를 묻는다.)
선녀 또아 사이로 순일을 발견하고 문득 놀라며.
선녀 어머나.
순일 꽃다발을 들고 빙그레 눈인사 한다.
선녀 순일 곁으로 다가온다.
순일 그저께 찍은 사진을 우편으로 부쳐드릴려 했는데
그 친구들이 떠나면서 아주머니를 직접 뵈옵고 인사드려
달라고해서 찾아 왔읍니다.
선녀 아이 미안해라. 이렇게 지저분한 곳에 올라 오시라구도
못하겠구. 아이 어쩌나... (하고 망설인다.) 저기 큰길 나가면
나그네라는 다방이 있어요. 거기 계시면 곧 나가겠어요.
순일 이건 그친구들이 떠나면서 아즈머님께 전해 달라고 보낸
것입니다. 그럼 거기서 기다리지요!
선녀 네! 미안해요!

#51 (O.L) 다방(茶房) 나그네 (D)
경쾌한 맘보가 흘러나오는 아담한 다방이다.
선녀가 순일과 마주앉어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순일(E) 그친구들이 퍽 기뻐하고 돌아 갔읍니다.
사진을 들고 기뻐하는 선녀를 넌즈시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순일.
순일 그날 저녁 아주머니를 캬바레-를 모시자구 하길래 전...
선녀 캬바레- 라면 춤추는데 아네요? 춤도 출줄 모르는걸뭐...
하며 애교를 피운다.
순일 아주머니 춤출줄 모르세요? 초면에 그런델 모시기가
실례될까봐서...
선녀 (농담조로) 가르쳐 주시겠어요?
순일 슈-어 에니 타임...
선녀 무슨말인가? 고 눈을 깜박하다가.
선녀 난 그런 어려운말 몰라요. 호 호.
순일 하 하.. 어느때든지 좋습니다.
선녀 장소는?
순일 아, 정말 배우신다면 아파-트의 제방이 있으니까요!
선녀 이말에 희열을 느끼며 뱅긋이 웃는다.
순일 아주머니 핫 핫 아주머니라구 부르기가 미안한데요!
아직 젊으시니까.
선녀 그럼 선녀라구 이름을 부르세요.
순일 선녀 하 하 아주머니 이름이 아주 원더풀- 인데요.
선녀 호 호 또 모르는 말을!
순일 나가실까요? 제가 오늘은 점심을 대접하지요!
선녀 어머나 내가 대접하려구 하는데요...
하며 두 사람 일어서 나간다.

#52 부장실 (D)
종훈 책상 앞에서 머리를 움켜쥐고 고민에 쌓여있다.
노크소리.
종훈 (문득 정신을 차리며) 네?
미쓰 황이 서류를 들고 들어와 종훈 앞에 서류를 내여밀며.
미쓰황 부장님 이거 어떻게 된거냐구 경리부장님께서 놀라고
계시는데요.
종훈 서류를 들여다 보다가 문득 놀라며 당황히 서류함을
뒤적이더니 다른 서류를 꺼내주며.
종훈 다른 서류를 잘못 보냈군. 나이 먹으니까 하는수 없는걸.
글픈을 웃는다.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미쓰황 수화기를 들며.
미쓰황 여보세요. 네. 계십니다. 잠깐 기다려 주십시요! (수화기를
내밀며) 부장님 전화 왔어요!
종훈 수화기를 받는다.

#53 공중전화 (D)
주실이 전화를 걸고있다.
종훈(E) 성 종훈입니다.
주실 ...... (말이 맥힌채 얼쩔줄을 모른다.)
종훈(E) 여보세요. 여보세요.
주실 결심한듯.
주실 나예요.

#54 부장실 (D)
종훈의 얼굴엔 반가움과 원망이 교차하며.
종훈 여보! (하고 소리친다.)

#55 공중전화 (D)
주실 긴장과 괴로운 표정을 전화를 하고있다.
주실 좀 만나뵙구 싶어요!
그의 말끝은 눈물이 맺혀있다.
종훈(E) 거기 어디요-?
주실 공중전화예요.
종훈(E) 여보 집으로 가 있어요. 내 곳 갈테니까...
주실 집은 싫여요!

#56 부장실 (D)
종훈의 얼굴은 다시금 흐려진다.
종훈 아 그럼 여보! 동양루에서 지금 곧 갈테니까 기다려 주시요!
여보- 응.
다시 말을 계속 하려는데 전화가 탁 끊어진다.
종훈 안타까운듯 수화기를 놓고 담배를 붙여물고 정신을
안정시키려다 무슨 생각엔지 황급히 뛰어나간다.

#57 순일의 방 (D)
한쪽켠에 야중히 놓아둔 미완성 초상화가 있다.
그것은 뎃상으로 그려진 우영의 모습이다.
선녀(E) 그림을 그리시는군요!
종훈(E) 그저 그리는척 하지요!
선녀가 창가에서 우영쪽을 바라보며.
선녀 그림을 그려서 먹고살고 있어요?
순일 의자에 앉어 과일을 깎고 있다가 선녀를 바라보며.
순일 하 하 배고픈 일이죠!!
선녀 방긋이 웃으며 순일곁으로 와서 앉으며.
선녀 남자혼자 사시는 방은 역시 다르시군요!
순일(E) 무엇이 그렇게 달러 보입니까?
선녀 (코를 실록해 보이며) 냄새가
순일 핫 하? 호래비 냄새말이죠!
선녀 호 호 우린 겨우 두번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퍽 오랜
구면같이 정이 든것 같애요. 아마 당신께 매력이 있나보죠.
순일 매력은 선녀씨가.
선녀 호 호 참 (눈을 흘기며) 순일씨라구 하셨죠.
순일 네!!
선녀 순일씨!!
순일은 선녀가 쏘아보는 요부적인 시선에 정복당한듯 숙여진다.
잠시 순일은 무엇을 생각한듯 문득 일어서서 한쪽에 놓인
포-타풀의 스윗치를 넣으며.
순일 춤을 가르쳐 드린다구 약속을 했으니까 자 추실까요?
선녀 방그레 웃으며 팔을 벌린 순일의 품에 안기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순일 의아해 하며.
순일 아즈머닌 거짓말을 잘 하시는데!
선녀 왜요?
순일 못추신다더니 잘 추시면서.
선녀 호 호 조금 시늉만 내죠!
하며 몸을 맡기고 행복한듯이 리듬에 맞춰 나간다.

#58 동양루 (E)
식탁을 마주 대하고 앉은 주실과 종훈.
종훈(E) 여보 난 당신없인 살수없오!
종훈은 진심으로 미안한 감에서 주실을 바라보며.
종훈 당신이 나간뒤로 보름이 넘었지만 아이들 있는댄
들여다보지도 않았오!!
주실 설령 당신이 그 여자하고의 선을 끊는다쳐도 자식들과의
선은 끊을수 없을거예요. 그리구...
종훈의 뉘우치는 얼굴에.
주실(E) 자식두 못낳는 내가 누구에게 몰인정한 일을 강요하구
싶지도 않아요!
종훈 아냐 여보, 날떠나지 말어줘. 내마음의 거울이 되여 주구려.
주실 마음의 거울이 되여달라구요? 육체를 나누는곳이 두군데
있는데 마음이 어떻게 한곳에 머물어 있겠어요?
종훈 무슨 수를 써서라두 내 청산하리다. 주실이 이제 내마음을
알겠어...
주실 당신이란 사람을 나두 누구보다두 잘알아요!
이문제는 당신의 성격으론 해결지을수 없는 일이야요!
(도장을 내여밀며) 자 이혼 수속의 수고쯤은 당신 혼자서
해주시구려.
종훈 (참을수 없다는듯 주실의 손을 움켜쥐고 흐느끼며) 주실이
안돼.
주실도 울음이 터져 눈물을 감추려구 외면을 하면서.
주실 놓세요 놔요. 그러는것이 피차 좋은일이예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두 나도 이제 강한 사람이 되겠어요! (하며
소리높이 흐느껴 운다.)

#59 선녀의 방 (N)
책상에 놓여진 꽃병에는 순일이가 전하고간 꽃들이 아무렇게나
꽂혀진채 시들어 있다.
혜원이가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고 진우는 하녀의 팔을 베고
잠들어 있다. 벽에 붙인 달력에는 8월 6일까지 그냥 계속해서 ×표가
그려져 있다. 술이 몹시 취한 종훈이가 과자봉지를 들구 방문을
열다가 이 광경을 보고 문득 걸음을 멈추며.
종훈 혜원아! 혜원아!!
하며 내려다 보는 그의 눈에는 측은한 생각이
솟구쳐 눈에는 눈물이 핑돈다.
이때 깜짝 잠을 깬 혜원이 소스라치게 반기며.
종훈 혜원아! (두 부녀는 서로 미칠듯 달겨 들어 얼싸 안는다.)
혜진 아버지.
종훈의 손에 쥐여졌던 과자봉지는 방에 떨어지며 흩어진다.
종훈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만 어디갔니?
혜원 요샌 저녁때만 되믄 나가!
종훈 혜원아 혜원인 아버지가 좋은가 엄마가 좋은가?
말똥한 혜원의 얼굴엔 말이 없다.
종훈(E) 빨리 말해봐 응 누가 좋아? 그럼 아버지하고 엄마하구 영영
따루산다면 넌 아버지 하구살지?
혜원 싫여 싫여 아버지 엄마하구 다 같이 살아요.
하며 말하는 혜원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돈다.

#60 선녀의 집 앞골목 (N)
순일이와 선녀가 손을 맞잡고 다정스리 걸어와서.
순일 꾿나잍! 내일밤 또.
선녀 꾿나잍.
순일 와락 선녀를 끌어당기며 부둥켜안고 키쓰한다.

#61 선녀의 집 문앞 (N)
종훈이가 문을 나서려다 이 광경을 보고 놀라며 눈길이 빛난다.

#62 선녀의 집앞 골목 (N)
서로 부둥켜안고 몸부림치던 선녀와 순일!
마지못해 떨어지는 두 사람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걸어간다.
흐뭇한 행복감에 잠겨 걸어오는 선녀 앞으로 종훈이 문득 걸어오며.
종훈 더러운 년 (하고 따귀를 후려갈기며) 어린 아이는 데릴러
올테니 그리알어. (하고는 훌훌히 걸어가 버린다.)
선녀는 뺨에 손을 대인채 종훈의 간곳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돈다. 넋을 잃은듯 멍하니 바라보다가
히스테릭하게 웃음을 내깔기며 안으로 들어간다.
(F.O)

#63 주택가 은경의 집 근처 (D)
장바구니를 든 주실이가 힘없이 걸어온다.
이때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경옥 문득 주실을 발견하고 반가워하며.
경옥 언니...
주실 문득 앞을 쳐다보다가.
주실 아- 경옥이 아니야!
경옥 왜 무슨일로 집에 돌아오시지 않아요?
주실 (거북한듯) 음 어머님이 편찮아서.
경옥 나한테까지 감추지 마세요! 나도 그렇게 신경이 둔하진
않아요.
주실 무슨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어 버리며 걷기 시작한다.
경옥이 그뒤를 따르며.
경옥 어떡하면 좋우? 오늘아침 갑자기 카나리아 두마리두
죽어버렸다오.
주실 (쓸쓸히 웃으며) 죽기들도 할거야.
경옥 내깐엔 그래도 애쓰고 돌봐줄려고 했는데.
주실 (더욱 쓸쓸히) 경옥이 나 그이하고 헤어졌어...
걸음을 멈추고 쓸쓸한 표정이다.
경옥 어머나...
주실 며칠간에 다른여자가 아이둘을 데리구 들어 갈거야.
아마 이층 비워줘야 할꺼야!
경옥 (놀라며) 무슨소리요. 그렇게 의좋게 지내던 분들이...
선생님 한테 본처가 있었단 말이요?
주실 본처가 쫓겨날 경우도 있지!
경옥 그러지 말고 이길로 집에 돌아가요. 응 자...
하며 손을 잡는다.
주실 서글픈 표정으로 멍-하니 경옥을 바라본다.
손을 뿌리치고 쏜살같이 가버린다.
경옥 결심한듯 그뒤를 따른다.

#64 주실집 정원 현관밖 (E)
현관을 들어서려는 종훈 앞으로 다가선 경옥.
경옥 몰래 뒤따랐지요. 뭐 얼른 찾아가 보세요. 얼굴이 상했는지
제가 울고싶어 혼났어요.
종훈 감사 합니다. 이길로 갔다 오겠읍니다. 실례지만 이 가방을
좀 방에 드려다 주십시요..
경옥 네- (하며 가방을 받는다.)
종훈 그럼 갔다 오겠어요! (하며 황급히 대문밖으로 뛰여 나간다.)

#65 (O.L) 은경집 근처 (E)
한 대의 택시가 멈추며 급히 뛰어내린 종훈이가
근처 집을 확인하고 골목길로 들어간다.

#66 은경집 대문 앞 (E)
종훈이 대문 앞으로 걸어와 문패를 확인하고는 초인종을 누른다.
잠시후 하녀가 대문을 열고 나오며.
하녀 누구세요?
종훈 저 주실씨라구 이집에 계시냐?
하녀 네!
종훈 그럼 잠깐.... (하고는 서슴없이 들어간다.)

#67 (O.L) 은경집 응접실 (E)
쑈파에 마주앉은 종훈과 주실.
종훈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던 시선을 힘없이 떨구어 버린다.
종훈 이윽히 주실을 바라 보다가.
종훈 여보!
오랫동안 그리웠던 사람을 불러보는 순간의 감정이다.
종훈 선녀도 가버렸어. 이런 내게 진저리가 났는지 어떤 젊은
사내한테루 아주 마음이 떠나버렸어...
주실은 눈하나 까딱않고 시선을 떨군채 듣고있다.
종훈 선녀는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니까 한번 빠지면 잡을길이
없으니까 호수처럼 잔잔한 당신과는 좋은 대조가 되는구려.

#68 은경의 방 (E)
양장책을 뒤적이고 있는 은경 옆에서 과일을 깨물어 먹고 있던 세원.
세원 엄마 아저씨가 아줌마 데릴러 온거지?
은경 글쎄 모른데두....
세원 엄만 왜 같이 얘기 하잖구 나왔어?
은경 얜 뭣이 안타까워서 이야단이냐?
세원 아줌마 가버릴 가봐 그렇지 뭐!
은경 매친년 아줌마 한텐 좋은일야!
세원 좋긴 뭐이 좋아 다른여자하구 살던 남자한테 돌아가는데
좋아.
은경 넌 그런소리 허는거 아냐.
세원 호 호, 정말 그렇다면 난 아줌마가 싫다. 호 호... (하고는
깔깔대며 문을 탕- 닫고 나가버린다.)

#69 응접실 (E)
종훈은 더욱 간곡히 주실에게 하소연 한다.
종훈 염치없는 소린줄 알지만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서...
주실 (입가엔 냉소를 띄면서) 누구의 힘으로도 지여지지 않던
해결이 그 여자의 마음 하나로...
종훈 (더욱 열을 올리며) 돌아와줘 주실이.당신이 사랑하고
애끼는 동물들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응 주실이
주실 (시선을 들어 약간 종훈을 보다 다시 창가로 돌리며)
아이들이 날 따를까요?
종훈의 얼굴엔 생기가 든다.
주실도 용기를 얻은듯 종훈을 바라보며.
주실 그보다두 날 한번 그여잘 만나게 해줘요.
종훈 (당황해서) 그건 안돼. 당신이 받는 상처가 커질뿐이야.
아무말 말고 집에 돌아와 줘요! (하며)
주실의 두 손을 잡고 애원한다.

#70 순일의 방 (N)
순일과 선녀가 서로 부둥켜 안고 달콤한 탱고-에 흔들리고 있다.
선녀는 황홀하게 꿈에 도취된듯 눈을 감고
음률에 실려 가다가 사르르 눈을 뜨며.
선녀 난 모든것을 청산했어. 자식도 버리고 될대로 됐어! 그러는
것이 오히려 자식의 장래를 위해 좋을것 같애! (말곰히
순일을 쳐다보며) 순일씨!
순일 네!
선녀 이제부터 새사람이 될테야. 당신이 날 놓지 않는다면 호 호!
하며 매혹적으로 순일을 흘긴다.
(F.O)

#71 (F.I) 정원 창가 (M)
창가에 매여달린 새장...
하나의 손끝이 문을 열고 그 안에서 새를 잡아 하늘로 날려 보낸다.
주실(E) 날아 가거라. 밤마다 깃들이던 너의들 향수를 풀어주마.
주실이 새장에 남은 또한마리를 날려보낸다.
주실 사랑을 나누어받지말고 날아가라. 너희들의 가족이 사는
자유의 세계로-
나를 엄마라고 불러준 아이들이 온단다.!
새들은 즐거운듯 활개를 치며 푸른 하늘에로 날러간다.

#72 국민학교 앞 (M)
하늘에 날르는 자유스러운 새들에서 PAN DW하면
국민학교 문앞으로 등교하는 천진 난만한 아이들.
혜원이와 진우도 그 속에 끼여서 희희닥 거리며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73 순일의 방 (M)
침대 위에서 번듯이 누워있는 선녀의 행복해 보이는 모습.
순일은 말없이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며 말이 없다.
선녀 왜? 후회 하세요?
순일 몸을 돌려 선녀가 누운 침대 곁으로 다가오며.
순일 장래를 생각한다는게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문제는
아닐텐데...
선녀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서 살 필요가 어데 있어요. 순일씨
하며 발딱 일어나 순일의 목을 끌어안는다.
순일의 말없는 침통의 표정.
선녀 난 이젠 누구의 구속도 받지않을 자유로운 몸이 되였어요.
내마음을 내마음대로 가져본 권리쯤은 가진 여자란 말예요!
순일 선녀씨...
선녀 좀 남자가 대담해 져요. 저를 힘껏 끌어 안어 줘요!
그리구 내마음을 정복해줘요!
순일 선녀!
순일은 이순간 와락 치미는 그 어떤 감정을 억제할길 없어
와락 선녀를 끌어 안는다.
선녀 여보..
한쪽켠에 놓여진 무-드전 우영의 뎃상이 말없이 미소를 머금고.
순일(E) 우영이 용서해줘. 목석이 아닌 이상 그 누구일지라도
이순간만은 어찌 할수 없었어!

#74 주실의 집 복도 (D)
주실이 시장 바구니를 들고 나오면서.
주실 연순아!
연순 네!
하며 주실 곁으로 온다.
주실 현관문 걸어라. 내 시장에 좀 다녀 올께...
연순 네! 안녕히 다녀 오세요!
주실 고개를 끄덕이며 현관문을 나간다.

#75 현관안 (D)
주실이가 막 문을 나서려는데 란드셀을 멘 진우가 들어서며
꾸벅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한다.
진우 다녀 왔읍니다.
주실 다정스럽게 웃으며 진우의 어깨를 만지며.
주실 진우야 점심먹고 사과하나 연순에게 달래서 먹어! 그리구
내가 좀 늦게 오거든 찬장속에 과자가 있으니 꺼내여 먹고
누나도 오면 주어- 응!
진우 네! (하고 주먹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76 (O.L) 주실의 집 근처길 (D)
시장바구니에 물건을 그득히 담아들고 허덕거리며 걸어오는 주실.
이때 마침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 혜원을 바라보고 문득 반기며.
주실 혜원아! (하며)
빠른 걸음으로 혜원을 따른다.
주실 오늘은 일찍 파했구나. 너 얼른 뛰여가서 영순이
내 보내주렴!
하며 바구니를 땅에 내려놓고 팔을 두들긴다.
혜원 그것을 힐끗 돌아보다가 냉정히 홱 돌아서 걸어간다.
그 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섰는 주실의 얼굴엔
한가닥 서글픈 우수가 스치고 간다.

#77 주실집 현관안 (D)
문을 홱 열고 들어서던 혜원이 안쪽을 보면서.
혜원 영순아! 너 나오랜다.
하고 소리 친다.
연순 아이 깜짝이야. 현관문 걸라는것을 잊어 버렸지.
누가 나오래?
혜원 누군 누구야! 그거지!
하며 홱 쏘아 부치고 들어가 버린다.

#78 주실집 근처길 (D)
주실 장바구니를 놓고 기다리다 못해
다시 집어들고 걷기 시작한다.
이때 연순이가 뛰어와서 주실의 손의 바구니를 잡으며.
연순 이리 주세요!
주실 말없이 바구니를 주고 걷는다.
연순 혜원이처럼 버릇 고약한 애는 없어요. 그렇게 아주머니는
좋게만 해 주는데두 아주머니를 욕만 하잖아요....
그거라구...
주실 (의아해 하며) 그거라니?
연순 저의 엄마가 만날 그거 아니면 그년 했으니까 아주머니
별명이 그거죠!
주실의 얼굴이 약간 흐려진다.
주실 연순아 내가 늘 얘기하는 말이지만 나쁜 소린 안하기로
했지. 이제부터 그집에서 있었던 얘기는 내게 들릴 필요가
없어!
연순 그래도 아주머니가 너무 착하게만 하시면 걔네들 생전가야
버릇 못 고치거든요!!
주실 그것은 내가 알아서 할일이고 그런 말도 네가 해선 못써!
연순 네!
하며 다소곳이 고개 숙이고 걸어간다.

#79 아이들 방 (D)
매서운 얼굴을 하고 쏘아부치는 혜원의 앞에서
진우가 훌쩍거리며 울고있다.
방바닥에는 과자가 흩어져있고.
혜원(E) 너 다시 또 그럴테야. 그까짓게 엄마야 엄마가 왜 둘씩이나
있어!
혜원 우리 엄만 아버지가 돈 안줘서 돈 벌러갔어. 돈 벌면 우릴
데릴러 또 온댔어요! 다시 엄마라고 해봐라. 그땐 더
때려줄테야!!

#80 아파-트 앞 (E)
선녀가 마치 주부처럼 시장바구니에 물건을 가득히 사들고 한쪽
손엔 꽃을 들고 아파-트로 들어간다.

#81 아파-트 현관 (E)
선녀가 현관을 들어서다 문득 벽에 붙은 편지꽂이에서 (17호라고
쓰여진) 편지를 한장 빼여들고 본다.
김순일씨 귀하라구 쓰여진 그 편지 뒷판에는 성우영 올림이란
발신인 주소가 써있다.
선녀의 질투의 표정이 편지를 뜯는다.
선녀 편지를 읽으며 2층 계단을 오른다.

#82 순일의 방 (E)
편지를 읽으며 방문을 들어서던 선녀는 질투에 얽혀.
선녀 체 영어로 쓰면 제일인가?
누가 전해주기나 할줄알구 흥. (하고는 편지를 짝짝 찢어서
휴지통에 넣어버린다.)
선녀 화병에다 꽃을 갈아 꽃는데 순일이가 들어온다.
선녀 반색을 하며.
선녀 왜 이렇게 늦었어? (하고는 순일의 양복을 벳긴다.)
순일 의자에 앉어 담배를 피워물며.
순일 편지 안왔어?
선녀 (태연히) 무슨 편지?
순일 애인편지...
선녀 내가 애인이지 누가 애인이야!
순일은 서글픈 표정으로 선녀를 멍하니 바라본다.
선녀 (생긋이 웃으며) 당신 날 놔두고 또 딴여자하고 이러쿵
저러쿵 하면 죽어버릴 테야! 호 호.
하고 깔깔대며 밖으로 나간다.
멍-하니 바라보고있는 경일의 표정.

#83 식당 (N)
종훈의 왼 식구가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있다.
주실이 부엌쪽에서 하녀와 함께 들어와 혜원 옆에 앉으며
그릇을 놓는데 진우는 무자기 하게 주서먹기에 바쁘다.
혜원은 주실이 옆에 앉은것이 계면적은듯 진우쪽으로
바싹 비켜 앉는다.
주실이 이것을 보고 안색이 흐려진다.
이것을 바라보는 종훈의 얼굴도 흐려진다.
주실 진우야 고기줄까? (하며 고기그릇을 진우앞에 놓는다.)
종훈 여보 회사에서 옷감을 한벌씩 나눠준다기에 당신것두 한감
얻어왔오! (하며 가방에서 옷감을 펼친다.)
주실 (기쁜듯) 아이참 좋구려. (하고 옷감을 만져보며 만족한다.)
옆에 앉어있던 혜원은 새침히 종훈을 바라보며 원망하는 눈초리다.

#84 주실의 방 (N)
거울 앞에서 옷감을 몸에 대이고 요리조리 겨누어 보던 주실은
문득 무슨 생각엔지 서랍에서 데자인 책을 꺼내여 들쳐본다.
몇 장 들치던 손길이 문득 어린아이들의 데자인에서 멈친다.
(F.O)

#85 (F.I)주실방 창밖
창가에서 재봉틀을 밟으며 즐거운듯 콧노래 부르는 주실의 모습.

#86 종훈의 방 (M)
안방에서 들려나오는 주실의 콧노래를 들으며
행복한듯 침대 위에 누워있는 종훈.
이때 문이 열리더니 진우가 들어오며.
진우 아버지!
종훈 진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종훈 잘잤니? 세수도 하고!
진우 네!
종훈 그래야지 참 착하다. 밑에 내려가서 엄마를 오시라구 그래!
진우 네- (하며 나간다.)

#87 아이들 방 (M)
연순이가 이불을 개고있다.
연순 얘 정말이다. 민자엄마가 갔다 왔다는데...
혜원 책상 앞에서 책을 챙기다 말고 와락 연순에게 매여달리며.
혜원 그럼 어데란 말야! 말해봐... (하구 졸른다.)

#88 아이들 방앞 복도 (M)
주실이 진우의 손목을 이끌고 방문을 나서다가 문득 아이들
방문앞에서 걸음을 멈추여 안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귀 기울인다.
연순(E) 가르쳐 주었다가 혼나게! 그게 너의 엄마 이야길하면 얼마나
지랄하게.
혜원(E) 지랄하면 어때 누가 겁날까봐. 난 우리 엄마 찾어갈걸.
쓸쓸히 듣고있던 주실이 힘없이 발길을 다시 옮긴다.

#89 아이들 방 (M)
혜원이가 연순에게 매여달려 졸르고 있다.
혜원 빨리 말해봐 말안할테야!
연순 난몰라 난몰라 무슨 아파-트란거 밖엔 몰라.

#90 종훈의 방 (M)
테이블앞에서 주실과 종훈이 마주앉어 이야기하고 있다.
주실 혼자 밥을 지어먹어도 마음 편하게 난 좋아요!!
종훈 하나 구해놓구 내보내야지 당신 혼자 될말이요!
주실 하루 이틀이야 못해먹을려구요!!
종훈 여보 오늘은 오래간만에 영화구경이나 갈까?
주실 우리 당분간 당신과 나만의 시간을 갖지않기로 합시다.
(하며 쓸쓸히 웃는다.)

#91 순일의 방 (D)
순일이 창문전에 걸터앉어 그리운 그 무엇을 더듬는듯
허공을 바라보며 기-타를 튕기고있다.
이때 또아가 열리며 선녀가 빨래를 한대야 들고 들어오다
빨래가 하나 떨어진다.
선녀 그것을 주으려구 허리를 굽히는데 가슴에 꽂아두었던
편지봉투가 하나 떨어진다.
선녀가 얼핏 그것을 집으려는데 순일이가 이를 발견하고
앞으로 걸어와 그것을 가로챈다.
봉투를 보던 순일의 눈엔 금시 불을 뿜는듯한 분노가 스치며
선녀의 뺨을 호되게 후려갈긴다.
선녀가 빗틀하며 빨래가 방바닥에 흩어진다.
선녀 내가 잘못했어요!
선녀는 뺨에 손을 대이고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사과한다.
순일 털석 의자에 주저앉으며.
순일 때린건 내가 잘못했어.
선녀 나는 당신밖에 없어 때려도 좋아. 나를 버리지나 말아줘.
하며 흐트러진 빨래를 주워 모은다.

#92 국민학교 교정 (D)
혜원과 진우가 의좋게 나란히 걸어나온다.
혜원 진우야 나하구 같이가 엄마보구 싶지?
진우 응!
혜원 엄마 찾어가는거야. 아파-트에 있대...

#93 옆집 현관 앞 (E)
주실과 이웃집 여인이 마주서 이야기하고있다.
주실 댁의 아이들 학교에서 돌아왔지요?
여인 벌써 왔어요!
주실 우리 애들이 여태 안오니 웬일일까요?
여인 뭘 오다 길에서 장난들 하는게지...
주실 아무래두 무슨 사고가 난것 같아요. 나가봐야겠는데
식모두 없구.
여인 대수롭지않은 애라두 있다가 없으면 아쉽다우......
저 우리집애를 보내드릴테니 나가보시구려...

#94 어느 아파-트 앞 (E)
혜원과 진우가 아파-트에서 나와 걸어간다.

#95 국민학교 교문앞 (E)
힘없이 교문을 걸어 나오는 주실.

#96 순일의 방 (N)
창가에 앉어 초조한 모습으로 순일을 기다리는 선녀!
이따금 복도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반기며 귀기울이나
그러나 발소리는 무심히 지나쳐갈 뿐이다.

#97 밤거리 (N)
주실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 밤거리를 헤매이고 있다.
주실의 소리(E) 내가 이렇게 마음을 써가며 아이들의 마음을 잡고 싶어해도
아이들은 나를 알어줄려고 하지도 않어!
아-니 그보다두 애들이 그리워 하는것은 핏줄기 일른지도
모른다.
차라리 잘 찾어가 주기나 했으면 좋겠지만 어린것들이
이 밤거리를 헤매이고 있다면!
어떡하면 좋아!
곧 비가 쏟아질것 같은데......
하며 주실이 하늘을 쳐다보며 울상이 된다.

#98 주실집 대문앞 (N)
종훈이가 황급히 대문을 나서며 어두운 거리를
급한 발걸음을 옮긴다.

#99 다른 거리 (N)
주실이가 지친듯 피로한 얼굴로 걸어오고 있다.

#100 파출소 앞 (N)
종훈이가 순경에게 인사를 나누고 급히 나온다.

#101 순일의 방 (N)
모진 빗줄기가 창을 두들기는 창가에서 시름없이 밖을 내다 보는
선녀의 얼굴엔 한가닥 불안이 스치고 간다.

#102 어느 아파-트 앞 (N)
혜원과 진우가 아파-트 문을 나서며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빗속을 울며 걸어간다.

#103 평화장 근처 (N)
초라하게 비에 젖은 혜원과 진우가 추녀 밑에서 생쥐마냥
덜덜 떨면서 비를 피하고 있다.
두 어린 눈에는 눈물줄기가 빗줄기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혜원 울지마....
울긴 왜 울어... 그치지 못해....
혜원 자기의 상의를 벗어 떨고 있는 진우에게 걸쳐주며.
혜원 비가 그치면 또 엄마를 찾는거야. 내 마음에는 꼭 이동네에
있는것 같어....
진우 누나 배고파 아이추워.... (운다.)
혜원 울지말래두....
이때 그 앞을 지나던 순경이 그들을 발견하고 앞으로 다가서며.
순경 얘 너희들 밤늦게 여기서 뭘하고 있니?
진우는 왕-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혜원은 어쩔줄 모르며 진우와 순경을 번갈아 볼뿐이다.
순경 아가 너의집이 어디지? 자 아저씨한테 말해봐.
데려다 줄테니.
진우 엄마를 찾어요!
순경 엄마?
하다가 문득 그들 앞가슴에서 혜화국민하교 빳지를 발견하고.
순경 응 혜화국민학교로구나. 자 가자 순경아저씨가
엄마찾어줄께...

#104 아이들 방 (N)
혜원과 진우가 고히 잠들어 있다.
그 머리맡에는 종훈과 주실이가 마주앉어
측은히 그 잠든 얼굴을 내려다 보며.
주실 엄만들 애들이 얼마나 보고싶겠어요! 애어머니가 나간것도
본심은 아닐거에요! 환경의 부댓김을 면해 볼려는 생각에서
그랬을거예요!
고히 잠든 애기들의 평화로운 모습.
주실(E) 애들 얼굴 좀 보구려. 이 애들한테 무슨 죄가 있단말예요!
차라리 내가 희생을 하는게 낫지!
종훈의 눈에 눈물이 글썽인다.
종훈 내가 죽일놈이요! 모-든 죄가 내게 있오!!
주실 난 이 뒤가 더욱 무서워요.
혜원이 갑갑한듯 이불을 걷어차며.
혜원 음 음......
주실 아이구 이 열좀 봐,얘가 기어코 병이 났구려!
하며 이마를 집어보며 당황해 한다.
혜원 진우야 울지마 엄마 보구싶잖어!
하며 헷소리를 한다.
그는 발버둥치며 눈을 크게 떴다간 다시 몸부림치며.
혜원 아버지 미워 엄마두 미워 미워 미워.
하며 운다.
주실과 종훈은 서로 바라보며 어쩔줄 모른다.
종훈이 비통한 얼굴로 내려다 보다가 벌떡 일어나며.
종훈 새벽을 기다리다간 폐렴이 될지도 모르니 내 가서 김박사
모셔 오리다.
하며 황급히 뛰여나간다.
(F.I)

#105 (F.I) 아이들 방 (M)
의사가 아이들에게 주사를 놓고 있다.
의사 어머님 정성이 하도 지극해서 혜원의 생명을 건졌읍니다.
오늘은 푹좀 쉬십시요. (혜원을 보며) 어떠냐? 오늘 아침은
기분이 좋지?
혜원 네!
의사 2·3일 약이나 더 갖다 먹이시면 일어나게 되겠지요.
영양섭취는 말씀드리나 마나 어머님께서 어련히 하실게구.
자, 그럼 혜원이 잘있거라.
하고는 혜원의 뺨을 툭툭치고는 일어선다.
주실 선생님 고맙습니다 해야지-
의사 (선채로) 고맙습니단 엄마한테 해야지.
자 그럼 실례하겠읍니다.
주실 호 호 안녕히 가세요!
하며 일어서 의사의 뒤를 따른다.

#106 계단 있는 복도 (M)
주실이 복도를 걸어나오다 부엌쪽을 바라보며.
주실 아주머니
식모 네! (하며 나온다.)
주실 닭이 한속음 끓거든 불구멍 닫구서 천천히 달토록 해놓구
장을 좀 봐줘야죠! (하고 부엌쪽으로 간다.)
식모 네!

#107 아이들 방 (D)
벽에 걸려있는 새 원피-스를 말끔히 바라보다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옷을 벗겨 거울앞에서 몸에 걸치며 뱅긋이 웃어본다.

#108 아파-트 복도 (D)
우영이가 날신하게 차려입고 경쾌하게 복도를 걸어오고 있다.
꽃다발을 안고 행복을 꿈꾸듯 걸어오는 우영의 모습은
더없이 평화롭다.
우영 순일방 앞에 이르자 생긋이 미소를 머금으며
똑 똑 노크를 한다. 이때 또아가 열리며 내다보는것은
순일이가 아닌 선녀다.
두 여인은 자못 의아해하며 주시하다가 우영은 행여 착각이나
아닌가고 번호와 선녀를 다시 번갈아 본다.
우영 저 김순일씨 이사하셨나요?
선녀 순일방이야! (앙칼지게 톡 쏜다.)
우영 혹 누님 되시나요?
선녀 흥 뭣이 되든 무슨 상관이야! 넌 뭐야 남의집에 왔으면
이름을 대야 할게 아니야!!
이말에 우영 치밀어 오는 분노를 참을길 없어 보기좋게 선녀의 뺨을
후려 갈긴다. 그리고는 홱 돌아서서 유유히 복도를 걸어나간다.
선녀 이년아! (뺨에 손을 댄채 어이없이 바라보다가 버럭
소리치며 총총히 뒤따른다.)
선녀 이년아 어데를 가는거야.
우영 이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다가 다시 결심한듯 현관문을
나서려는 그는 무엇에 질린 사람처럼 걸음을 멈추고 뚫어지게
그러나 매서운 눈초리로 쏘아본다.
아파-트로 들여서려던 순일이가 문득 우영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두 시선은 서로 원수처럼 오가고 굳게 다문 입술에는 말이
없다.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선녀의 질투가 그들 위에 쏟아져
내린다.
순일 우영의 손을 잡으며.
순일 할말이 있어 잠깐만......
우영 놔. 얘기는 무슨 얘기가 있어!
하며 손을 뿌리치고 꽃다발을 홱 순일의 얼굴에다 집어 던지고
홱 돌아서 걸어간다.
순일이 당황히 그 뒤를 따른다.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는 선녀는 금시 울상이다.

#109 남산 뒷산 (D)
소나무를 등지고 우영을 바라보며
순일은 간곡히 자기의 과거를 뉘우친다.
순일 그래도 차마 내쫓을수는 없었어. 넉넉지도 못한 어떤
놈팽이한테서 십년이나 첩으로 살다 아이 둘까지 본처한테
빼앗기구 날 찾아 날라들은 의지할곳 없는 여자였어.
우영은 냉정하게 도사리고 앉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순일 어쩌다 가까워진 사이지만 그렇게 진심전력으로 나에게
달려들을 줄은 몰랐어. 그저 놀줄 아는 유한매담 정도로
생각했지.
순일(E) 그 여자 내가 무서질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어.
우영이한테서 온 편지도 찢어버리고 날 주지않었어!
우영은 시름없이 풀을 쥐여 뜯으며 듣고 있을뿐.
순일 그렇지만 우영이 내가 냉정해지면 그 여자의 감정은
식어지겠지. 그동안에 있었던 일은 물로 흘려줘. 남는 일
없이 내 처리할게 응! 우영이!
우영 그런 에고이즘이 어데있어! (발밑에 소복히 뜯겨진
꽃잎파리를 한웅큼 집어 일어서 호르르 불어 날리면서)
다 모-든것은 이 꽃닢이 날라가는것과 같이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렸어...... (하고는 홱 돌아서 총총히 산길을
내려간다.)
순일 우영이... (하며 사라져가는 우영을 멍-하니 바라보고
섰을뿐이다.)

#110 (O.L) 종훈의 방 (N)
불도 켜지않은채 방 한가운데 우두커니 앉어있는
우영의 서글픈 모습.
우영의 소리(E) 그럴수가 있을까? 내 예감이 틀림없어. 오빠가 아무도
몰래 얻었던 첩!! 아이를 둘씩이나 버리고 젊은 남자에게
달려갔다던 그 여자가 바루...... 이얘기를 내가 언니에게
해야할까? 아니 할성질의 것이 못돼.
이때 노크소리가 나며 주실의 소리.
주실(E) 뭘 그렇게 정신없이 앉어있니!
우영이 그 소리에 깜짝 놀라며 뒤돌아다 본다.
주실이가 스윗치를 켠다.
실내가 환히 밝아진다.
주실 과일을 담은 쟁반을 들고 우영 앞으로 와서 앉으며.
주실 두달동안에 변화치곤 너무 크지만 나한테 그게 하룻밤새에
온거야!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없이 과일이나
들어요!
우영 언니는 참 무던한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는거야! 나같으면
그런 남편하고 안살거야! 더군다나 그렇게 불결하게 낳은
아이를 둘씩이나 맡아서 기르다니.
주실 아씨 부탁이 하나있어!
우영 뭔데?
주실 추석이 내일아니야. 애들에게 입힐것을 사줘야겠는데 같이
가줘!
우영 흥 언니는 천사가 왜 못됐우? 나같으면 옷은 무슨 옷이야!
주실 원 별소리를 다! 우영아씨도 마음에 드는것 내 하나
선사할께. (하며 명랑하게 웃는다.)
(F.O)

#111 (F.I) 순일의 방
순일이 선녀를 앞에 놓고 심각히 이야기하고 있다.
순일 애당초 우리들같은 이런관계란 서로가 지킬수 있는
비밀아래 모험을 엔쪼-이 하자는거지. 그렇게 심각해서는
안되는 거요!
선녀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있다.
선녀 난 그런건 몰라. 난 배우지 못해서 그런지 몰라두
될수있으면 일부 종사하고 사는게 좋아. 자식까지
버리구올때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하며 울어댄다.)
순일 솔직히 말해서 당신은 내가 그리고있는 세계의 사람은
아니야! 지금 내가 모-든것을 양보하고 같이 산다구해도
미궁에 파탄 오고말것이구 서로가 불행하게 될거야.
당신을 여기에서 나가라곤 안해......
당신은 당신대로 갈길이 따로 있을거요. 당신은 아름다운
몸과 불같은 정열을 가지고있어 당신이 정말 사람을
잘만난다면 누구보다도 행복해질 사람이야. 나같은 사람을
잊어버리고 당신의 행복을 찾아줘요!
선녀 행복해 지라구요! 흥 행복해져야죠!! 그럼 한가지 내 마지막
소원만은 들어줘요!
순일 뭔데?
선녀 오늘밤 흐믓이 이 방에서 이별주를 나누고 싶어요! 참 오늘은
추석이군요! 마즈막 소원인데 싫다곤 못하겠죠. 성우영인지
누군지 성가가 왜 내겐 무슨 대천지 원순지 몰라두 일생을
두고살 여잔데 오늘 하루쯤이야 나한테 양보한들 어떨라구
네! 내청을 들어 주겠지요?
순일 그렇게 합시다. 그대신 나 좀 나갔다 와야겠어......
선녀 좋아요! 나도 볼일이 좀 있으니까 나갔다 오겠어요......
하고는 순일을 이윽히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간다.
순일 그를 바라보다 괴로운듯 고개를 숙이며 고민에 사로 잡힌다.

#112 아이들 방 (N)
라디오에서 경쾌한 추석놀이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원이가 색동저고리를 입고 거울 앞에서 몸맵시를 가다듬으며
기뻐하구 있고 우영이가 혜원의 머리에다 빨간 리봉을
달아주고 있다.
진우는 큰 장난감 자동차를 빙그르 굴리기에 여념이 없다.
우영 우리 오늘밤 남산으로 달마중가자. 응......
진우 무슨달?
우영 쟁반같은 둥근달......
혜원 아이 좋아라. 나는 아줌마 따라 갈래......
진우 난 아버지하고 엄마하고 갈테야!
하며 자동차를 방안으로 몬다.
혜원은 라디오에 맞춰 춤을 춘다.

#113 아이들 방 창밖 (N)
혜원이 진우 그리구 우영들의 행복스런 모습들이
불빛이 환- 한 창으로 엿보인다.

#114 주실집 대문밖 (N)
선녀가 선물을 한아름 안고 사람의 눈을 피해가며
아이들의 방을 쳐다보고있다.
이때 한대의 택시가 멈추며......
선녀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피한다.
주실이 차문을 열고 내린다.
선녀 몸을 피할려고 황급히 담옆으로 숨으려는데 선물상자가
담모퉁이에 부딪치며 떨어진다.
선녀의 손끝이 상자를 주으려는데 문득 여인의 발이 하나
손앞에 멈춘다.
선녀는 조심스레 그여인의 발끝에서 차츰 상체로 훑어올라가다가
문득 주실과 눈이 마주친다.
어느때인가 극장앞에서 만났던 그여인이 아닌가......
한없이 부드럽고 인자한 주실의 눈이 선녀를 내려다본다.
선녀는 그제야 허리를 펴며 뚫어지게 주실을 주시한다.
주실 저 누굴 찾으시는지?
선녀 당신이 바로 이 집에 사는분이예요?
주실 네 저가 바루 이 집 종훈의 아내되는 사람인데요!!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예측할수있는 순간이었다.
선녀 (금시 얼굴색이 변하여지며) 흥, 그러세요. 난 아이들의
에미인데요. 내일이 추석이니까 아이들이나 잘있나
보러왔지만 당신의 얼굴을 보니 그것마저 보기싫군요.
주실 그렇세요. 자 잠시 들어가시지요......
선녀 나같은 년이야 이런 으리 으리한 집엘 감히 들어갈수있어요.
주실 아마 무슨 오해를 하시는 모양 같은데 내 마음을 좀 이해해
주세요.
선녀 흥 당신 마음만 마음이고 내마음은 마음이 아닌가요.
주실 글쎄 누가 아니래요! 들어갑시다.
하며 조심스레 잡는 손을 홱 뿌리치는 선녀.
선녀 놔요...... 나도 천치고 바보지만 당신도 그리 대수로운
여자는 아닌데요. 당신같은 사람에게 내 자식을 맡긴 내가
정말 바보구 천치군요...... (하며 울음이 맺힌다.)
주실 피차가 괴롭긴 마찬가지 아니예요. 우리는 다만 여자라는
운명을 타고났기에 쓰라린 운명도 달게받고 살아가야만
하는것이 아니예요.
선녀 난 무식한 년이 돼서 운명이구 뭐이구 몰라요......
주실 남편을 위하고 아이들의 장래를 위한다면 나는 언제라두
희생할 생각이예요......
주실의 눈에두 눈물이 맺힌다.
주실 그러니까 어느때든지 대문을 열어놓을테니 마음이 내키시면
아무때든 찾아오세요...... 그것이 보람만 될수있다면 나는
언제든지...... (하며 눈물을 닦는다.)
진우(E) 엄마......

주실 (홱 돌아보면서) 자 어서 들어갑시다. (하며 다시 선녀의
손을 이끈다.)
듣기 싫어요... 그런소리 들으러 온건 아니예요. 이 이상
말할것두 없고 나도 이제 다시 찾아올 필요두 없으니까 부디
잘살아요....... 아이들이 잘되나 못되나 그건 당신이
책임져야해요. 이건 아이들에게 입혀줘요. 부디 훌륭한
아내가 되고 훌륭한 어머니가 돼서 행복하게 살아달란
말이에요......
하고는 물건을 억지로 주실에게 맡기다시피 하고는
총총히 사라져간다.
터져오르는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바라보는 주실의 눈에는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

#115 주실집 식당 (N)
추석을 축하하는 만찬의 밤이다.
종훈의 일가족이 둘러앉아 행복되게 음식을 나누고있다.
종훈 자 오늘은 추석이니까 마음껏 먹어라. 그렇다고 진우 넌
너무 먹어서 배탈나면 안돼.
진우 아버지 우리빨리 먹구 달구경하러 남산에 가...... 응......
우영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우?
하며 무슨 깊은 생각에 골몰한 주실을 돌아보며 말한다.
주실 응......아냐!
하며 어물 어물 해버린다.
우영 그럼 어서 음식좀 들어.......
주실 응......
하며 숫갈을 떠올리다 다시 생각에 잠긴다.
종훈 멍-하니 그눈치를 살피며 금시 불안해 진다.

#116 순일의 방 (N)
식탁 위에 간소하게 차려진 술상들이 어지럽게 널려져있다.
어두컴컴한 형광등이 순일과 선녀의 이미 도수넘친 얼굴들을
비쳐주고 있다.
선녀 (혀 꼬부라진 소리로) 놔주지 않아. 나두 행복할 권리가
있어. 나만 누구에게 짓밟히라는 법이 어디있어.
순일은 이마에 손을 대고 씨근덕거리며 정신을 가다듬지 못한다.
선녀(E) 나는 당신아니면 살수없어. 암만 그래도 나는 당신을
놓지않을테야!
선녀는 굵다란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며 무슨 결심을 한듯
입술을 자근히 깨물며 허리춤에서 약봉지를 꺼내여 술잔에다
넣고 잠시 순일의 기색을 살핀후 이를 물고 잔을 들어
쭉 들이킨다.
순일은 더 참지 못하겠다는듯 비틀거리며 침대로 가서
벌렁 자빠져 녹초가 되고 만다.
선녀 잔을 들고 순일 앞으로 가서 디리 흔들며.
선녀 이봐요. 순일 사내가 왜 이래 자 술먹어 정신을 차려.
자......
하며 흔드나 요지부동이다.
이미 창자를 훑어 내려간 독기가 발동하는듯 선녀는 한번 눈을
감았다 뜨더니 비틀거리며 잔을 방바닥에 떨어뜨리고
순일의 가슴 위에 곤드라져 버린다.
선녀 당신과 같이 죽으려 했으나 그럴수없어. 죄많은 내가 혼자
죽는거야. 순일씨 당신을 사랑해요.......모-든것을 버리고
난 당신만을 의지했어요. 당신없인 살수없어요. 난 당신을
사랑해요. 어차피 살수없는 세상이라면 나는 죽어요......
하며 순일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다가 다시 고개를 쳐들며.
선녀 혜원아 진우야! (하며 부르짓다가 그만 숨이 끊어진다.)
(F.O)

#117 (F.I) 연못가 (D)
잔잔한 연못 위에 돌이 던져지면 물결은 금시 파문을 일으키고
사면으로 흩어져 퍼진다.
그 연못을 행복에 잠겨 바라보고있는 종훈, 주실, 혜원, 진우
그리구 우영.
주실 저 물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으니 흩어져 퍼지는 파문이 마치
우리들의 과거를 말하여 주는것 같군요.
우영 오빠가 저지른 파문이 결국 한여자를 희생시키고 언니나
나나 이 어린아이까지도 피해를 입게 되였으니 말이예요!
물을 바라보고있던 그들은 발길을 옮긴다.
종훈 음- 언니 아니였더라면 난 자살을 면치못할 인간이였다.
난 진심으로 사죄한다.
주실 하여튼 지난일은 저 파문이 없어져 잔잔하듯이 우리들도
옛날과 같이 평화스럽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봅시다.
이제부터 당신이나 내가 할일은 이 아이들을 훌륭히 기르는
데 전심전력을 다하도록 해요. 우영아씨도 이제 모-든것을
잊어버리구 순일씨보다 더욱 훌륭한분과 이상적인 결혼을
하도록 해요! 이제부터 진실한 남성을 고르도록 해요!
우영 생긋이 웃으며 고개를 까닥해 보인다.
그들은 서로 아이들의 손을 맞잡고 멀-리 사라져가는 모습은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
END.
단기 4292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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