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K
02........하와이 연정
03........연방영화주식회사
04........현상열
05........홍진아
06........한유림
07........
08........오리지널
09........ 스탭
연방영화주식회사 제작작품
협찬 : 오쇼니어 영화사 (OCEANA MOVIE CO., LTD. HONOLULU, HAWAII, U.S.A.)
제작 : 주동진
기획 : 양봉식,최춘지
원작 : 홍진아
각본 : 한유림
감독 : 현상열
촬영 : 전조명
음악 : 길?윤
미술 : 박석인
조명 : 손영철
녹음 : 이경형
효과 : 최형래
현상 : 김봉수
편집 : 유재원
의상 : 노라노 의상연구소
캐스트
죠지.김 (상훈) (35 하와이교포2세,퀸 병원의사)
윤경애 (23 E대사회생활과 졸업생)
성균 (56 상훈의 부)
윌리엄 오 (영수) (28 하와이교포 2세)
헬렌.박 (인숙) (퀸 병원 간호부)
광만 (58 경애의 친부)
미쎄쓰.홍 (42 경애모의 친구)
미세쓰.오 (45 영수의 숙모)
대진 (7 입양고아)
흑인여 (40 상훈의 집 하녀)
하인 A (광만의 집)
하인 B (광만의 집)
하인 C (광만의 집)
점원 A (하와이 꽃집의)
점원 B (하와이 백화점의)
카운터 (로얄.하와이안 호텔의)
기타 관광객들, 행인 다수.
#1 호놀루루시 전경
낭만에 찬 남국의 아름다운 도시.
야자수가 물결친다.
어느 교회의 빨간 뾰죽탑에서 은은히 울려오는 종소리.
여기 경애의 소리가 흐른다.
경애(E) 여긴 하와이의 호놀루루시예요. 퍽이나 다정하고
평화로운 호놀루루는 저를 반가운 친구처럼
맞아주었어요.
#2 로얄 하와이언 호텔 후원
야자수로 둘러싸인 아담한 관광호텔.
하와이언 뮤직이 흐른다.
동서의 관광객들이 붐비는데 그 한쪽 테라스에 오똑 앉아있는
경애(23).
아주 깜찍하고 발랄한 한국처녀다.
경애(E) 나는 오늘 여기 도착했어요. 그러나 이런 분위기엔
어울리지 않게 좀체로 기뻐지지 않는 이 마음입니다.
전 여기에 오기 위해 E대 사회생활과를 나와 30대 1의
경쟁율을 물리치고 고아를 맡아오는 일을 맡았어요.
허지만 내가 부랴부랴 달려왔을땐 엄마는 이미
숨지신 후였답니다.
#3 동. 경애의 방
장난감 기차를 가지고 놀고있는 입양고아 대진(6)
경애(E) 허지만 공적으로는 이 아이를 이곳 교포의 양자로
입양하러 왔어요. 이름은 대진이라구 절 친누나 이상으로
따른답니다.
#4 바리바리 해안
해변에 밀어닥치는 파도.
멀리 모래톱을 밟고 걸어오는 경애.
수심에 찬 그 얼굴이 푸른 바다에 둥실 떠보이며 흐른다.
경애 (E)여긴 아무리 슬픈 사연을 가진 사람이 오더라도 기쁨과
행복으로 가슴이 뿌듯해지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곳이예요.
허지만 저만은 그래지지가 않는군요. 화려하고 흥겨운
이 화와이에서 누구보다도 슬프고 괴롭게 죽어간
엄마 생각이 잠시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곁에 누구 아는 분이라도 있다면 붙잡고 실컷 하소연하고
울어봤으면 오히려 시원할텐데 제겐 그럴 분도 없습니다.
#5 호놀루루가 내려다 보이는 산언덕
경애가 풍경을 등에 지고 올라온다.
경애(소리) 엄만 이 언덕에 자주 올라왔대요. 멀리 하늘 저편에 있는
고향이 그리웠던 거예요. 그리구 하나밖에 없는 딸인
내 얼굴이 보구 싶었던 거예요. 이 자리에 서서 얼마나
향수에 젖어 몸부림 치셨겠어요. 불쌍한 엄마였어요.
#6 외인공동묘지
대리석으로 반짝이는 비석들.
그 앞에 꽃들이 놓여져 있고 나비가 쌍쌍이 날아다닌다.
경애가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걸어온다.
경애(E) 결국 엄만 그리워 하든 고향 흙속에 잠들지 못하시구
이역만리 이 땅에 묻히고 말았어요. 엄마품에 고향에서
가지구 온 흙을 뿌려줄 테야요.
경애가 어느 무덤 앞에 서서 꽃을 내려놓고 흙을 싼 종이를
풀어 흙을 뿌려준다.
경애(E) 이 흙은 우리 이모네집 밭에서 캐온 구수한 퇴비냄새가
풍기는 순 한국의 흙덩이랍니다.
다 뿌려주고 난 경애 무덤앞에 꿇어앉으며 두손을 모은다.
경애(E) 결국 처음 여기 왔을땐 몰랐었지만 나중에 알구 보니까
엄만 아버지한테 쫓겨나 내 양육비와 학비를 벌려구
모진 고생을 하다가 돌아가셨대지 뭐예요. 난 이번에 그
야멸찬 아버지를 만나서 따지구 엄마가 받은 고통만치
괴롭혀 주고야 돌아갈 결심이예요.
허지만 아버지가 어디 살고 있는진 몰라요.
이 화와이에 살고 있다는건 확실하지만요.
경애가 일어선다.
경애가 돌아서 묘지를 나간다.
#7 오씨댁 리빙룸
부유한 교포의 가정.
미쎄스 오가 막 수화기를 놓고 돌아선다.
2층에서 휘파람을 불며 아로하.셔쓰를 걸친 조카
윌리엄 오(26)(영수)가 내려온다.
미쎄스.오 윌리엄! 너 지금 바쁘지 않지? 영수 왜요?
오 그 왜 한국에 부탁해 놨던 고아 있잖니?
걔가 왔다는구나.
영수 (싱긋 웃고)숙모님의 페트가 드디어 왔군요.
오 잘 생겼드라. 사진에...너 좀 가서 걜 데려와야겠다.
영수 곤란한데...난 쥬리와 수영이나 한바탕하구
올까했는데...(내키지 않는다.)
오 윌리엄! 숙모의 부탁이니까 들어야 해요.
영수 올.라잇!
어깨를 쫑끗 올린다.
#8 H양자협회 정원
경애가 대진의 손목을 잡고 서있다.
멀리서 세계각국에서 온 고아들이 공던지기를 하고 있다.
경애 대진아 이곳 엄마가 오면 점잖아져야 해요 응?
대진 누나두 같이 가는거야?
경애 (웃으며)누난 크다구 아무두 안데려간대.
대진 난 아무데두 안가구 누나하구 살면 좋겠는데 씨이.
이때 영수가 탄 무개차가 미끌어져 들어온다.
운전대에서 내려선 영수 힐끗 경애쪽을 보다가 협회의
현관 안으로 들어간다.
대진이가 차쪽으로 달려가 차에 매달리려 한다.
경애 대진아! 못써! 남의 차에 매달리는거 아니예요.
대진 주춤하며 입을 삐쭉한다.
경애 한국아이들은 씩씩하구 귀엽구 착하단
소릴 들어야 해. 점잖아야지 알았지?
대진 응.
저쪽에서 공받기를 하던 소년들이 입을
삐쭉거리며 대진을 놀린다.
대진 저 새끼가?
때릴 시늉을 한다.
이때 영수가 현관에서 나와 경애 앞으로 다가오며 눈부신듯
영수 하이 레디! 한국서 오셨습니까?
경애 (한국말에 반가워서)네.
영수 고아 데릴러 온 사람입니다.
경애 어머나! 그럼 오선생님 댁인가요?
영수 오 예쓰... 나 윌리엄 옵니다.
악수를 청한다.
경애 (손을 내밀며)윤경앱니다.
영수 오오! 미쓰 경애.윤.
경애 오선생님댁에서 데려가실 애는 얘에요. 대진이.
영수 (경애의 미모에 넋을 잃은듯)미쓰.윤 매우 미인이십니다.
경애 (수줍어서)아이...감사합니다.
한편 대진은 공받기를 하는 소년들과 눈을 흘기고 있다가
그들이 던진 공이 마냥 굴러가자 그것을 쫓기 시작한다.
경애가 훅 돌아다 본다.
경애 앗! 대진아! 안돼!
소리치는 순간 대진의 모습은 축대 난간 밑으로
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파랗게 질려 달려오는 경애.
경애 대진아.
영수도 그제야 사태를 알고 따른다.
#9 동. 축대 밑
4미티쯤 되어 보이는 축대밑에 떨어져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대진.
경애 (비명처럼)대진아!
달려들어 와락 대진을 껴안는다.
#10 퀸 병원 전경
#11 동. 수술실 복도
피투성이가 된 대진이가 침대차에 실려 수술실로 들어간다.
같이 달려들려는 경애를 제지하는 간호원 헬렌.박(인숙)이다.
인숙 여보세요. 여긴 들어오지 못합니다.
한쪽에 섰던 영수가 경애를 끌며
영수 염려마십시요. 무사할겁니다.
의사와 간호원들이 부산하게 왔다 갔다 하더니 저편에서
딱터 죠지.김(상훈)이 바쁜 걸음으로 온다.
영수 아 딱터.김이 맡게 될 모양이군.
경애 한국사람이세요? (안도한듯 그 앞에 달려들며)선생님!
살려주세요. 그앤 죽으면 안돼요!
상훈은 의사 특유의 차디찬 시선을 경애에게 주었을뿐.
영수 하이 딱터.김 오늘 한국서 고아들을 데리고 오신.
상훈 지금 바쁘니까 인사는 나중에...
훌쩍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며 문이 닫힌다.
경애 야속한듯 닫기는 문을 바라보고 섰다.
영수, 경애를 의자에 앉히며
영수 안심하구 기다리십쇼.
죠지는 한국사람으로써 이 병원에서
미국인들도 손 꼽아주는 명의사니까.
(O.L)
#12 동. 병실
매달린 링겔 주사약 그리고 구급용 기구들.
수술을 마친 대진이가 머리에 붕대를 감고 누워 있다.
그 팔에 꽂힌 링겔 주사.
경애가 그 곁을 지키고 앉아 있다.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상훈이 따뜻한
미소를 띈채 들어선다.
경애 (벌떡 일어서며)어마나! 선생님.
그러나 아까 그의 차디찬 태도가 생각나는지 굳어 있다.
상훈 (따뜻하게 손을 내밀며)나 죠지.김입니다.
한국서 오셨다구요?
경애 (무서운 선생 앞에 선 학생처럼 손을 잡으며)네...
상훈 윤경애양이라구 했든가?
경애 어머! 어떻게 제 이름을...
상훈 핫하. 윌리엄.오 한테서 들었지. E대 사회생활과 출신이고...
대진의 맥과 눈동자를 살펴본다.
경애 참 친절하신 분이었어요. 선생님 이 앤 괜찮을까요?
죽지 않겠죠?
상훈 (깊이 끄덕여주며)미쓰.윤도 숙소로 돌아가 쉬시요.
여긴 간호원들이 지켜줄테니까.
경애 전 병원의 규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면 여기 그냥 있고 싶어요.
상훈 (미소지으며)미쓰.윤이 여길 지키구 있는다구 해서
이 아이 육체의 고통이 덜어질까요?
경애 그래두 정신적인 도움은 될꺼예요.
상훈 핫하. 괜찮아요. 정신적인 도움을 주다가 미쓰.윤이
놐.다운 되면 곤란하니까.
이때 도어가 열리며 인숙이가 들어선다.
어딘가 다정하게 보이는 두 사람을 보자 순간 불쾌해지며
인숙 선생님. 외과과장님께서 부르십니다.
상훈 오, 가지. 그럼 있다가 깨어날때쯤 한번 들리죠.
경애 정말 고마웠어요. 선생님.
상훈 손을 저으며 나간다.
인숙 경애를 경계하듯 힐끗 쏘아보고 밖으로 따라 나간다.
#13 XX 해변(밤)
하와이안 기타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훌라 땐스를 추는
젊은 남녀의 무리.
야자수가 바람에 춤을 추고 파도도 음악을 타고
넘실넘실 춤을 춘다.
이런 광경이 음악과 함께 훅 멀어지며.
#14 퀸 병원.병실(밤)
경애가 창가에서 바닷가의 광경을 보고 있다가 돌아선다.
침대에서 대진이가 깊은 잠에 떨어져 있다.
경애 가만히 의자에 앉으며 문득 우울해진다.
핸드.빽에서 어머니의 사진을 가만히 꺼내본다.
웃고있는 어머니의 사진.
이때 노크소리.
경애 흠칠 놀라며 황급히 어머니의 사진을 빽속에 넣고 대답한다.
도어가 열리며 미쎄스.홍이 들어선다.
경애 어머! 아줌마.
홍 아니 대진이가 다쳤다면서? 좀 어떠냐?
경애 수술을 마치구 지금 자구 있어요.
홍 다행이구나. 네가 데리구 온애가 이런 변을 당하다니...
참 집에 와서 내게 알린 젊은 사람은 누구냐?
경애 윌리엄.오라구...대진일 데릴러 온 분예요.
호 그래. 좀 바람둥이 같더라. 조심해라. 괜히.
경애 아이 아줌마두...친절한 분이던데요.
홍 친절한 데에 함정이 숨어있는거야.
참 엄마 산소엔 다녀왔니?
경애 네. 흙을 뿌려주고 왔어요.
홍 나하구 집에 가자. 저녁이나 같이해 먹자꾸나.
경애 대진인 어떡허구요. 전 간호해야 해요.
대진이가 깨어나면 내가 있어야죠.
홍 밤을 샐려구?
경애 네.
홍 원 녀석두...꼭 제 어밀 닮어서...
너무 무리하진 말어라.
경애 염려마세요.
홍 무슨 일 있음 내게 알리구.
경애 네. 안녕히 가세요.
홍 그럼 수고해라. 퇴원하거든 한번 들려요.
밖으로 나간다.
혼자 남게된 경애, 문득 고독해진다.
대진의 숨소리만 방안의 정적을 깨트릴 뿐.
#15 외인공동묘지 앞(이튿날)
승용차가 와 멎고 성균(56)이가 꽃다발을 안고 내려선다.
경건한 마음으로 한번 옷깃을 여미고 묘지의 철책문으로
들어간다.
#16 동. 묘지
들어오던 성균 우뚝 멈춰선다.
저만치 경애가 어머니의 무덤앞에 꿇어 앉아 묵념하고 있다.
성균 음?!
그 자리에 못박혀 선채 유심히 경애를 주시한다.
이윽고 일어나는 경애. 조용히 비석을 쓰다듬다가 눈물을 훔치고
돌아서 나온다.
얼른 외면하며 돌아서는 성균.
그러나 시선은 경애한테서 떼지 않고 있다.
경애 고개를 숙이고 성균의 앞을 지나쳐 나간다.
성균 철책문으로 사라지는 경애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한걸음 경애모의 무덤 앞으로 다가간다.
무덤 앞에 놓인 꽃다발.
성균 꽃다발을 든채 허둥지둥 밖으로 뛰어나간다.
#17 동. 앞
성균이가 뛰어나온다.
저만치 등을 보이고 걸어가는 경애.
운전수 돌아가시겠습니까?
성균 아냐. 이것 가지구 여기서 기다리게.
꽃다발을 운전수에게 안겨주고 허둥지둥 경애를 뒤쫓기 시작한다.
멍해지는 운전수 꽃다발과 성균을 번갈아 본다.
#18 호놀루루 거리
수심에 싸여 걸어오는 경애.
그 뒤로 성균이가 조심스럽게 따라오고 있다.
#19 퀸 병원 앞
경애가 와서 안으로 들어간다.
뒤따라온 성균 가만히 경애를 바라보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든지 택시를 불러 타고 사라진다.
#20 광만의 집 앞
뉴우아누 계곡의 고급주택가.
승용차가 와 멎고 성균이 내려 허둥지둥 대문의 부자를 누른다.
#21 동. 광만의 방
호화로운 방장식.
그 한쪽에 휠.췌어에 앉아 한손엔 신문을 한손엔
위스키병을 든 노신사.
광만이다.
광만 술을 병채로 한모금 마시고 들고 있는 신문에 눈을 준다.
그 고뇌에 찬 표정.
하와이언.타임즈지에 기재된 경애의 사진과 함께 난 기사.
"한국서 고아를 데리고 온
E대 사회생활과의 재원.
고아의 보모역에도 30대 1의 경쟁!
윤경애양"
노크소리에 이어 성균이가 들어선다.
신문을 포개 던지는 광만.
성균 사장님! 따님을 만났습니다.
광만 (번쩍 눈을 뜨며)뭐?! 정말인가?
성균 네. 틀림없는 따님입니다.
사모님 무덤에서 꽃다발을 놓고 묵념을 하고 있었어요.
광만 (덤썩 성균의 손을 붙잡으며)그래 지금 어디 있나?
성균 내 아들놈이 있는 퀸 병원으로 들어갔습니다.
틀림없이 어느 환자를 만나러 갔을 겁니다.
광만 허, 이 사람 어느 병동에 들어 갔는지두 확인하지
못하구 왔단 말인가?
성균 너무 급한 김에...사장님께 어서 알려드리기에 바빠서.
광만 거기서 나갈지두 모르잖나? 이 사람아.
성균 제 아들놈에게 물어보면 혹시 알런지도 모르지요.
광만 어서 전화 걸게. 죠지에게 눈치채지 않게 말야.
성균 네.
전화를 건다.
#22 퀸 병원 의사실
전화 벨이 울린다.
인숙이가 와서 수화기를 든다.
인숙 퀸병원입니다. 아 저예요.
네 잠깐 기다리세요.(상훈에게)죠지 아버님께서 전화예요.
상훈 응? 갑자기 웬 일야? (전화를 받으며)네. 죠집니다.
#23 광만의 방
성균 나다. 다름이 아니구...너희 병원에 혹시 한국서 온여자가
어느 병실에 있는지 알수 없느냐?
#24 퀸 병원 의사실
상훈 아니 그건 왜요? 윤경애라구 하던가요. 네...XXX 호실에
있습니다. 아버지가 그 여잘 어떻게 아시죠?
뭐라구요? 녜!!(달칵 전화가 끊긴다.)아 여보세요!
여보세요!(전화기를 두드린다.)
#25 광만의 방
성균 전화를 끊고 돌아서며
성균 죠지가 온다는군요. 그 아가씬 곧 병원에서 나갈 분은
아니라는군요.
광만 음...그럼 어떡허면 좋겠나?
성균 사장님이 만나보셔야지요.
광만 안돼, 안돼요. 이 꼴을 어떻게 내 딸한테 보이겠나?
걘 내가 이런 병신이란걸 모르구 있네.
틀림없이 날 원망하구 있을걸쎄...
그 애에게 내 추한 꼴을 보여주기 싫어요...
술을 한모금 또 마신다.
#26 동. 앞
승용차가 와 멎으며 왕진가방을 든 상훈이와 인숙이가 대문을
박차듯이 급하게 들어간다.
#27 동. 광만의 방
도어를 열고 급히 들어서는
상훈 위독합니까? 아버지!
광만 위독한것 보단 큰일났네.
상훈 아니 무슨 얘깁니까? 아버지.
성균 헬렌은 밖에 좀 나갔다 들어와요.
인숙 네.(나간다.)
성균 실은 그 경애라는 애가 사장님 따님이 돼요.
상훈 네?! 그럼 세탁부를 하던 지여사의 딸이 아닙니까?
광만 내가 죄가 많아...내가 죄가 많아...
죽어야 할 놈은 나야...
성균 아, 좋은 생각이 있어요.
광만 좋은 생각이라니?
성균 제가 사장님대신 경앨 만나보는 겁니다.
광만 내 대신?
상훈 거 좋은 안입니다. 그게 좋을거예요.
광만 (애원하듯)자네가 내 대신 애비노릇두 함께
해주겠단 말이지?
성균 이를테면 바루 그것이죠.
광만 고맙네. 고마워.
하고 술을 마구 들이킨다.
상훈 아저씨는 지금 과대망상 증셉니다.
아버진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안정을 시켜야 합니다.
그럼 잘해 보세요.
하고 나간다.
#28 동. 복도
방안의 얘기를 엿듣던 인숙이가 도어에 이마를 부딪친다.
상훈 의아하게 보다가 나간다.
멀쓱했다가 뒤따라 나가는 인숙.
#29 오씨댁 리빙룸(이튿날)
도어가 열리며 퇴원한 대진을 데리고 경애가 들어온다.
밖에서 승용차의 크락션소리.
2층에서 미쎄스.오가 뛰어내려오며 두 팔을 벌리고
오 오, 대진이 퇴원했구나!
경애 안녕하셨어요? 대진아 인사해야지. 엄마한테...
대진 굳.모닝!
오 오, 내 아들아 어서 오너라.
대진을 끌어안고 볼을 부빈다.
영수가 들어온다.
영수 숙모! 마음에 드시나 보군요.
오 그럼, 내가 원한 애는 바루 이렇게 영리하게 생긴 애란다.
경애 장난꾸러기예요. 말썽을 부릴지 모르겠어요.
오 아이들은 너무 얌전해두 못써요. 미쓰.윤!
이리 와 앉어요 응.
영수 여태껏 병원에서 시달렸는데 또숙모님 설교까지 들으란
겁니까? 미쓰.윤은 지금 지쳐있어요.
줄곧 대진에게 붙어 있었는걸요.
오 정말 그렇구나. 네가 좀 바깥구경이래두 시키려무나.
경애 아이, 괜찮어요. 전 홍아줌마댁에 가봐야 하는걸요.
영수 거긴 천천히 들르시구 나가시죠.
좋은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대진 누나! 나가봐. 구경시켜준다는데.
경애 어머!
오 홋호호... 똑똑두 하시지. 우리 도련님은...
영수 숙모! 다녀오겠어요.
오 응! 마음껏 즐기도록 해라.
영수 앞서서 밖으로 나간다.
경애 대진아...엄마말씀 잘 들어야 한다 응?
대진 엄마! 이여자가 엄마야? 싫여 싫여!
경애 응.
괴롭지만 뛰어나온다.
#30 오씨댁 정원
영수가 카의 발동을 건다.
경애가 나와 차에 오르자 부르릉 기세좋게 달아나는 오픈.카.
#31 달리는 차안
기분이 좋은 영수.
영수 경애씨 어디부터 안내할까요?
경애 글쎄요. 전 하와이는 아직 잘 몰라요.
영수 하와이에 오면 제일 먼저 들려야 할 곳이 있죠.
어딘지 압니까?
경애 모르겠어요. 와이키키 해변?
급속도로 달리는 차.
#32 훌라땐스 교습소
몇몇 외국인 관광객들이 원주민 교사의 지도로
훌라를 익히고 있다.
입구로 영수와 경애가 들어선다.
영수 여기가 훌라교습솝니다. 쉽게 배울수 있어요.
경애 어머, 전 못해요.
영수 아주 쉽습니다. 저분들이 추는걸 자세히 살펴봐요.
몸을 약간 흔들면서 손끝에 온정신을 쏟는겁니다.
(땐스를 춰보이며)
이렇게 손으로 음악을 사물과 같이 표현합니다.
파도는 마치 이렇게 파도가 치는 형상으로...
경애 서틀게 따라 하다가 그만 웃어버린다.
경애 못하겠어요 전.
영수 자신을 가져야 합니다. 히프를 너무 흔들지 말구
자, 하나 둘. 하나 둘.
저편에서 능숙한 솜씨로 어느 아가씨가 훌라춤을 춘다.
#33 와이키키 해변
강렬한 하와이안 기타의 연주.
젊은이들이 미친듯이 훌라춤을 추고 있다.
그 한쪽에서 깔깔대며 훌라를 추는 경애와 영수.
경애는 이제 제법이다.
경애의 주의로 몰려드는 젊은이들 환성이 인다.
주의의 여자들이 영수를 보는대로 인사를 한다.
경애 (의아하며)윌리엄은 여자친구가 많군요?
영수 내겐 여자친구가 재산이죠.
경애 새로운 연애철학이군요?
영수 아닙니다. 경애씨두 곧 내 재산목록에 들어갑니다.
영수 기분이 좋아서 능숙하게 경애를 리드한다.
기타와 아코디온의 합주.
흔들리는 궁둥이.
율동하는 허리.
웃는 얼굴. 얼굴들.
움직이는 손이 곱다.
경애의 얼굴이 모든 근심과 고뇌를 잊은듯 활짝 개어 있다.
경애 점점 대담해진다.
#34 미쎄스 홍의 집 앞(저녁)
서쪽 하늘이 석양에 빨갛게 물들어 있을 무렵 영수의
오픈 카가 와서 멎는다.
영수 오늘 미쓰.윤 덕분에 무척 즐거웠습니다.
경애 춤 고마웠어요.
영수 언제 또 만날수 없을까요?
경애 글쎄요. 체재일이 며칠 안남었어요.
그리구 할 일두 많구요.
영수 내일 오후 두시에 XX로 천카페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경애 (차에서 내리며)내일 전화하겠어요.
영수 굳.나잍!
경애 굳.나잍!
영수 차를 돌려 사라진다.
경애 돌아서서 현관안으로 들어간다.
#35 동. 거실
경애가 들어오며 미쎄스.홍을 부른다.
경애 아줌마 계세요?
한쪽에 경애가 선물한듯한 한국인형.
부엌에서 미쎄스.홍이 나온다.
홍 어서 오렴. 네가 올줄 알구 한국요리를 하는 중이란다.
경애 어머! 무슨 요리예요? 제가 도와드릴께요.
홍 돕긴- 멀리 오신 손님을 부려먹어서야 쓰나 전골이야.
경애 역시 냄새가 좋아요.
두사람 부엌으로 간다.
#36 동. 부엌
미식 부엌이다.
곤로위에서 전골냄비가 끓고 있다.
경애 어머나! 아줌마 솜씨가 좋으시네요.
홍 (이윽히 보다가)어쩜 엄말 그렇게 쏙 빼놓았을까?
그때가 경애 두살때였나?
한국 이모네 집에 간다구 좋아서 엄만 막 우는데
내 손을 잡구 어서 비행기에 오르자구 졸라대던
생각이 나니?
경애 (금새 울적해지며)그게 엄마하구의 마지막 이별이었나요?
홍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이렇게 이쁜 처녀가 된 경앨
한번만이라두 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니?
경애 고개를 떨구며 슬픔을 참는다.
홍 엄만 입버릇처럼 고국의 흙냄새가 그렇게두 그립다구
하셨단다.
경애 제가 받은 편지에두 몇번이나 그런 말이 쓰여 있었어요.
아줌마! 그런데 왜 엄만 아버지 얘긴 한번두 하시지
않았을까요? 왜 엄만 그렇게 고국이 그리우면서도
여기서 혼자 사셨을까요?
홍 (냄비를 열어 맛을 보며)엄만 고집 센 사람이었지.
일단 시집 왔다가 남편한테 버림받구 죽을때까진
고국에 돌아가긴 싫다구 했단다.
경애 역시 불쌍한 분이었어요. 아버진 왜 엄말 버렸을까요?
홍 그건 나두 모르는 일이야. 어서 저녁이나 먹자 응?
경애 (증오에 찬 얼굴로)아버진 나뻐요!
악인이예요! 어머니가 받은 고통만큼 복수를
하고야 말겠어요.
홍 저런! 그런 맘을 가지면 못써요.
경애 아줌마! 알으켜 주세요 네? 소원이에요.
아버진 어디 사세요? 네?
아버지 이름은 윤광만씨라구 그랬죠?
홍 (달래듯)거긴 찾어가면 안돼. 엄마의 유언이었단다.
경애 엄만 바보야! 왜 고통과 고생을 혼자만 감수하구
살다 외롭게 가셨단 말예요?
전 아버지라는 사람을 만나서 따지겠어요.
제가 딸이라구 당당히 밝히구 엄마를 쫓아낸 이유를
규명하구야 말겠어요.
하고 거실로 뛰어나간다.
홍 경애야! 경애야!
#37 동. 거실
경애가 쑈파에 꾸겨지듯 엎으러지며 어깨를 들먹이고 흐느낀다.
미쎄스.홍 자애로운 어머니같이 다가와서 가련한듯
경애의 등을 쓸어준다.
홍 경애야. 아버지가 있는 곳을 가르쳐주지 못하는
내가 미안하구나. 허지만 용서해다구.
엄마하구의 약속을 저버릴 순 없구나.
경애 아줌마! 난 어떡허면 좋아요.
와락 엄마품에 안기듯 미쎄스.홍의 가슴에 뛰어들며 몸부림친다.
홍 경애야. 엄마가 생전에 신세를 진 분이 계시단다.
나보구 딸을 준대두 그신세를 갚을 순 없댔어.
어머닐 버린 아버지 같은 위인을 찾아갈 생각말구
그분이나 만나보렴으나.
경애 (번쩍 고개를 들며)어떤 분인데요?
홍 아주 신사였어. 교포 이세였는데 미남이었지.
이름은 잊었지만 그분의 집은 기억하고 있어.
경애 어디죠? 그분의 집은?
홍 XX구 XX가에 가면 특이한 갈대와 목재로 지은
집이 눈에 뜨인단다. 곁에 교회가 있구!
#38 교회근처의 상훈의 집(밤)
창문으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또박 또박 포도를 밟으며 다가오는 경애. 곁에 우뚝 솟은
교회당에서 종이 울려 터진다.
경애 잠시 늦은 방문을 망설인다.
불빛이 새어나오는 서재인듯한 창문에 어느 사내의
그림자가 걸려 있다.
경애 결심한듯 현관으로 다가온다.
부자를 누른다.
직하는 부자소리.
경애 머뭇거리며 기다린다.
잠시후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가정부인듯한 흑인녀.
흑인녀 (영어로)어서 오십시요. 누구신지?
경애 한국서 온 사람입니다. 선생님 계신가요?
흑인녀 아 지금 연구논문을 쓰시는 중이라.
경애 늦은 방문이라...실례가 많아요.
흑인녀 들어오세요.
경애 고맙습니다.
흑인녀를 따라 현관으로 들어간다.
#39 동. 응접실
흑인녀 잠깐 기다려주십시요.
경애 네.
방안을 둘러보며 쑈파에 앉는다.
주인의 인품을 말해주는듯 고상한 그림과 도자기등이
적당하게 걸려 있다.
#40 동. 부엌
흑인녀가 들어온다.
요리를 준비하고 있던 인숙이가 돌아다 본다.
흑인녀 참 주인 마님께 여자손님이 찾아 오셨습니다.
인숙 여자손님?
흑인녀 네 응접실에 모셨어요.
인숙 아니 내 허락두 없이 응접실에 마구 들려요? 아무나.
흑인녀 ........ (당황해 한다.)
인숙 아 어서 죠지를 불러다 들여요!
거의 신경질조다.
흑인녀 네...
죄지은듯 나간다.
#41 동. 응접실
무료하게 앉아있는 경애.
도아가 열리며 까운차림의 상훈이가 들어서다가 놀란다.
경애 (벌떡 일어서며)어마나! 선생님.
상훈 아니 미쓰.윤이 웬 일이요?
경애 (감격에 차서)선생님이 바루...
상훈 바루 미쓰.윤이었군요? 이거 미안한데. 앉으시오.
경애 네. (앉는다.)
상훈 어떻게 누추한 제집을 다 찾아오셨오?
병원에서 물었오?
경애 아녜요...(감격에 차서 말을 못한다.)
상훈 대진이는 건강합니까?
경애 네.
이때 도어가 열리며 차를 들고 들어서든 인숙이가 멈칫한다.
경애 인숙과 시선이 마주치자 얼른 일어서며
경애 어머! 안녕하세요?
인숙 (차겁게 다가오며)굳.이브닝!
상훈 헬렌 이리 와 앉어요. 미쓰.윤은 한국서 오신 분이야.
인숙 그러세요? 전 요릴하다 왔어요. 얘기들이나 나누세요.
찻잔을 놓고 나간다.
민망해지는 경애.
상후 핫하...헬렌은 원래 성격이 그렇다오.(친히 설탕을
타주며)자 들어요.
경애 네.
이윽히 상훈을 건네보며 찻잔을 든다.
상훈 그래 하와이에 온 감상은 어떻소? 즐거웠습니까?
경애 네!
상훈 윌리암은 좋은 청년입니다. 그동안 그를 만나보셨오?
경애 네.(겨우 명랑해지며)그인 친절하게 훌라 땐스를
저에게 가르쳐 주었답니다.
상훈 오호? 놀라운 일인걸.
경애 선생님.
상훈 응? (바라본다.)
경애 선생님은 지순이란 한국여자를 기억하구 계세요?
상훈 지순이?
경애 일년전에 돌아가신...선생님 신세를 많이 진 분인데요.
상훈 아 지여사 말이군요. 어떻게 그분을 아시오?
하고 시치미를 뗀다.
경애 알구 계시는군요.
눈물이 글썽해진다.
경애 선생님 바쁘시지 않음 시간을 좀 내주세요.
여쭙고 싶은 말이 있어요.
상훈 그러잖어두 산보나 할까 하는 참이었소. 나갈까요.
일어선다.
#42 XX해변
하늘을 붉게 물들인 마지막 태양이 야자수 저편 수평선으로
서서히 지고 있다.
백사장으로 경애와 상훈이가 걷고 있다.
알맞게 불어오는 훈풍.
다소곳이 고개를 떨군 경애의 얼굴은 수심에 싸여 있다.
경애 어머니가 받은 은혜는 제가 살아있는 한 어떤 일이
있더래도 갚아드리겠어요.
상훈 은혜랄게 있소? 우린 해외에 나오면 동포애로서
한데 뭉쳐야 합니다. 난 불쌍하고 외로웠던 한 여인을
도와줬을 뿐이요.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니겠소?
경애 고마워요. 선생님! 대진일 살려주시구...
또 어머니까지...
상훈 민족 의식이란것이 참 이상한거요. 난 쌘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서 국민학교부터 대학인턴 생활까지 죽 거기서
지냈구 아버지가 하와이에 정착하시는 까닭으로 여길
오게 되었오. 지여산 샌프란시스코에서 우연히 알게
된 분인데 하와이에서 또 만났었지요.
불쌍하구 외로운 분이었소.
경애 ......
상훈 어디 의탁할 곳이 없는걸 알구 내가 근무 하는
퀸.호스피탈에 세탁부로 취직을 알선해 주었소.
지나친 과로와 영양실조에 뇌빈혈로 쓰러졌을때
난 내 피를 뽑아서 수혈까지 해주었소.
허지만 내 정성이 부족했던지 아깝게도 저세상으로
가버리고 말었지요.
경애는 어느새 가늘게 흐느끼고 있다.
상훈 운명이란 참 이상한거요. 그분의 따님을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경애 선생님!
덮쳐오는 격정에 못이겨 두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상훈 미쓰.윤 너무 슬퍼마시오. 자 그만 돌아갈까요?
어머님께서 마지막으로 남긴 유물을 미쓰.윤에게
전해 드리리다.
경애의 어깨를 감싸고 멀어진다.
#43 상훈의 방
양실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사랑방을 연상시키는 한국적 분위기에
담뿍 싸인 방안.
도자기 족자 한국인형등이 퍽 인상적이다.
상훈이가 자개농에서 종이에 싼걸 꺼내들고 돌아선다.
상훈 어머니께서 운명하실때 저에게 준 유품입니다. 펴 보시오.
경애 떨리는 손으로 받아 펴본다.
반짝이는 은장도가 나온다.
상훈 한국서 갖구나온 오직 하나뿐인 물건이라구 그러셨소.
그 칼로 몇번인가 죽을려고 했었지요.
결국 나에게 맡기구 운명했습니다.
경해 어머니.
경애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꼬옥 가슴에 품어본다.
상훈 미쓰.윤도 그 유품을 아무쪼록 좋은 곳에 쓰도록 해주면
고맙겠소.
경애 선생님 감사합니다.
존경과 감사의 덤으로 이윽히 상훈을 올려다 본다.
#44 하와이 한국인 교민회앞
그 현판.
경애가 쪽지를 들여다 보면서 나온다.
그 표정이 어떤 결의에 가득 차 있다.
경애의 소리 엄마...용서해 줘요. 엄마가 만나보지 말라구
당부한 아버지의 주소를 알구 말았어요.
전 아버질 만나서 따질테야요. 복수할테야요.
엄마가 받은 고통만큼...절 나쁜 딸이라구 욕하셔도
좋아요. 저로선 그러지 않곤 여길 떠날수가 없답니다.
#45 뉴우아누 계곡의 고급주택가
소위 하와이의 부촌이다.
호화롭게 늘어선 각양각색의 주택들.
경애가 주택가의 지번을 살피며 온다.
어느 부인을 붙들고 묻자 부인이 손으로 어느 골목을
가리켜준다.
경애 인사하고 그쪽으로 간다.
#46 광만의 집 앞
으리으리한 양옥의 대저택.
경애가 온다.
대문에 다가서다가 문패를 보고 깜짝 놀란다.
분명히 영문과 한문 병용의 문패(윤광만).
경애 주춤 물러서서 집안의 동정을 살펴본다.
조용한 집안에는 아무도 얼씬거리지 않는다.
#47 광만의 방
성균이가 들어온다.
광만 아 어떻게됐나?
성균 퇴원하구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광만 허허, 이사람...그럼 걔가 하와일 떠나 버리면 영영
만나지 못하는것 아닌가?
왜 그렇게 사람이 영리하질 못해?
성균 면목이 없습니다.
광만 면목을 따지게 됐나?
어디 사설탐정이라두 사서 수배해 보게.
우선 한국공사관부터 알아보구 말씀이야.
성균 네 나갔다 오겠습니다.
도어를 연다.
이때 엇비켜 들어서는 하인.
하인 저...밖에서 웬 여자가 자꾸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누굴 찾는것 같는데요.
광만 뭣이?!
반사적으로 휠 췌어를 움직여 창가로 간다.
나가던 성균도 이 말에 귀가 번쩍 뜨여 창가로
뛰어와 밖을 내다본다.
#48 동. 밖(본시선으로)
대문 밖에서 경애가 안을 살피며 서성거리고 있다.
#49 광만의 방
성균 맞았습니다. 저 아가씨예요.
광만 뭐?
다시 밖을 내다보다가
광만 성균이 어서 나가 보게 옷갈아 입구...
머릴 빗어요. 경애가 가기전에 말야.
성균 알겠습니다.
밖으로 뛰쳐 나간다.
#50 동. 앞
경애가 서성거리고 있다.
잠시후 안에서 인기척이 나며 대문이 열린다.
흠칠 놀라며 돌아서다가 성균이가 나오자
슬금 슬금 도망치는 경애.
성균 여보시요. 아가씨. 아가씨.
하고 부르며 따라가서 경앨 붙잡는다.
성규 아가씨, 아가씬 누굴 찾으시는거지요?
경애 (시침이 떼고)아녜요. 집을 찾는 중이에요.
성균 아 그래 아가씨 한국서 오셨구만.
경애 네 아저씨두 한국사람이세요?
성균 그렇소. 정말 반갑습네다. 곧 차가 나올테니 시내에
나가서 같이 차래두 나눕시다.
대문에서 승용차가 나온다.
성균 자아 타시지. 이건 내 차니까 안심하구 ....
경애 그럼 실례합니다.
까딱 인사해보이고 차에 오른다.
#51 광만의 방
내다보고 있던 광만의 얼굴이 희열에 찬다.
#52 동. 앞(본 시선으로)
성균이가 차에 오르자 차가 떠난다.
#53 광만의 방
광만 두손을 모우고 눈을 감는다.
기도하는 마음이다.
#54 노점 가게
관광객들로 붐비는 카페.
마주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 경애와 성균.
성균 이렇게 나일 먹구나면 말씀이야. 제일 그리운게 동포요.
조국소식이란 말야.
오랫동안 못듣던 고국소식이나 들어봅시다.
경애의 소리 정말 이분이 내 아버질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좋은분이 엄마를 쫓아 냈다니...
성균 뭘 생각하구 있소?
경애 아, 아니예요. 아저씨가 고향에 계신 우리 아버지하구
많이 닮은데가 있어서요.
성균 아버님 생각을 했군 그래.
누구에게나 아버지는 소중한거지.
경애 아저씨 누굴 기다리시죠? 제가 방해가 안되는지.
성균 아 아니야. 난 가끔 여기 들리군 해요.
내 처하구 첨 만났든 곳이 여기거든...
그땐 참 행복했었지.
하고 라이타로 담배를 붙여 문다.
라이타형 캬메라다.
경애 아주머닌 안 계시는군요?
성균 (쓸쓸히)죽었어요.
경애 그런데 혼자 사셨어요? 여태.
성균 마누라만한 마음씨 고운 여자두 얻어보기 힘들드군...
아예 포기했지 헛허...이거 첨 만나는 아가씨에게 이런
얘길해서 안됐소.
쭉 잔을 비운다.
성균 아가씰 보니까 불현듯 마누라 생각이 났던 거요.
양해하구려.
경애 아이 별말씀을...
이때 영수가 경애를 발견하고 다가온다.
영수 미쓰.윤!
경애 어머! 안녕하세요?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영수 우연히 들렸다가 미쓰.윤을 발견했지요!
바쁘지 않음 뽀트나 타러 가시죠.
경애 아이, 저...저...
성균 (불쾌하지만)내 걱정은 말구 가보시요.
말동무를 해줘서 고맙소이다.
돈을 테-불에 꺼내놓고 일어서 간다.
경애 미스터.윌리암! 전 좀 바쁜일이 있어요.
오후에 만나요 네? 약속해요.
영수 그렇다면 할수 없지만...저 노인은 아는 분인가요?
경애 네...오후에 댁에다 전화하겠어요.
성균을 놓칠세라 뒤따라 간다.
영수, 멍해서 바라본다.
#55 망원경 안
뉴우아누산정에서 내려다 본 하와이의 전망.
#56 뉴우아누 산정
관광객들이 그곳에 설치된 망원경을 들여다 보며 즐겁다.
그 사람들 가운데 경애와 성균.
성균 (망원경에서 눈을 떼며)그 젊은이완 헤어졌오?
경애 나중에 만나기루 했어요. 아저씨와 친하구 싶어요.
괜찮죠?
성균 헛허...이거 영광인걸! 아름다운 아가씨가 나같은
늙은이와 친하구 싶다니.
경애 울 아버지 같이 마음씨가 좋아 보이니까요.
성균 어떻게 내가 마음씨가 좋다구 보오?
경애 첫인상이죠. 직감과 통해요.
성균 직감? 헛허...내 직감엔 아가씨가 슬픈 사연이 있어 뵈는데...
경애 전 슬픈 사연은 없어요. 줄곧 행복하게 자라왔으니까요.
성균 아버님은 부잔 모양이군.
경애 네 그런 셈이예요.
성균 부러운걸!
경애 아저씨. 저하구 같이 가시지 않겠어요?
좋은델 안내하겠어요.
성균 안낸 내가 해야지. 아가씨가 어떻게 날 안내하겠소?
여기 온지 얼마 되지두 않았다면서.
경애 아저씬 여기 오래 사셨지만 신비로운 이곳의 비밀은
저보다 모르실거예요.
성균 호오? 그럼 한번 안낼 부탁해 볼까?
경애 가세요.
손을 이끌고 간다.
#57 바리바리 해안
경애와 성균이가 온다.
경애 아저씨 알로하.오에란 음악을 아시죠?
성균 응 들어본 일이 있지. 하와이에선 한동안 인기가
있었던 곡이야.
경애 그 노래를 작곡한 하와이 왕국의 마지막 여왕이던
리리워.카라니가 미국서 건너온 백인과 연앨했대요.
성균 하와이 역사까지 연구했나?
경애 어느 선생님께 들었어요. 들어보세요. 그 여왕은 떠나간
그 연인을 그리면서 이 해변을 거닐었대요.
연인은 여왕을 버리고 갔대요. 사소한 일로 오해를 한거죠.
성균 거 재미 있구먼.
경애 여왕은 그후 눈물로 세월을 보냈대요.
#58 산언덕
경애와 성균이가 올라온다.
경애 여왕은 바다를 거닐다가 안타까우면 여길 올라와서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연인이 돌아오길 기다렸대요.
성균 음...그래 끝내 돌아오지 않았나? 그 백인은.
경애 네 여왕은 마침내 병이 났어요.
아무리 좋은 약과 의사를 불러댔지만
병은 나을줄 몰랐어요.
힐끗 성균의 표정을 본다.
숙연해서 생각에 잠겨있는 성균.
경애 끝내 여왕은 연인의 얼굴을 보지 못한채
눈을 감구 말았어요.
성균 저런...
#59 시립묘지
경애가 성균을 이끌고 온다.
경애 여왕은 땅에 묻혔어요. 이런 사람들과 다름없이 말예요.
성균 사람은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야.
경애 인생은 정말 허무한건가요?
성균 암...허무하구 말구...공수래 공수거...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거지.
경애 그런데 왜 사람들은 짓고 까불고 싸우는거죠?
부부간에두 싸우구 이혼하구...
성균 ......(괴롭다.)
경애 전 알수가 없어요.
성균 저...아까 젊은이와 만날 시간이 됐겠구만...
난 좀 피로하군. 얘기 고마웠소.
하고 돌아선다.
경애 ....(울듯이 바라본다.)
성균 (문득 돌아서며)아가씨...내일 만나줄 수 없겠소?
아까 그 캬페에서...
경애 두시에 만나요....
성균 그럼 기다리겠소.
성균 돌아서 간다.
경애 생각에 잠긴다.
경애(E) 기가 막혀...그렇게 모질게 생기지두 못했으면서
엄마를 쫓아낸 위인...
#60 와이키키 해변
파도위에서 서프.보드를 타는 무리들.
수영복으로 갈아 입은 영수와 경애가 서프.보드를
각기 옆구리에 끼고 파도를 헤쳐 나간다.
보드를 배아래 깔고 손으로 저어 나가는 두사람.
이윽고 파도를 탄다.
손을 잡아주는 영수.
두사람 서프.보드 위에 꼿꼿이 서서 파도를 탄다.
그 날씬한 비상.
제비가 물을 차고 날으는것 같다.
그러다가 서투른 경애가 쓰러지며 물속에 잠긴다.
영수가 손을 잠아 일으켜 준다.
다시 파도를 타는 두사람.
#61 광만의 방
도어가 열리면서 상훈이가 들어선다.
상훈 부르셨습니까?
성균과 광만이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광만은 성균이가 라이타 캬메라로 찍어온
경애의 사진을 보고 있다.
성균 오, 이리 와 좀 앉거라.
상훈.마주 앉는다.
상훈 무슨 일입니까?
성균 너 그 윌리엄이란 청년을 잘 알구 있지?
상훈 네. 잘은 모르지만 안면식은 있습니다.
성균 그 청년은 하와이에서 유명한 푸레이.보이야.
지금 경애가 그 청년과 자꾸 만나구 있어요.
광만 위험천만이란 말일세...
성균 그러니까 네가 경애를 좀 보호해줘야 겠어요.
언제 어떤일을 당할지 모르니까...
상훈 제가 어떻게 그런 일까지 합니까? 병원 일만두 태산 같은데...
광만 그럼 병원을 그만 두게. 그 대신 그 댓가는 내가
지불할테니까...이 일은 나에겐 좀 중요한 일이야...
자네가 도와주지 않으면 누가 도와주겠나?
상훈 .....(난처한 기색)
성균 넌 경애에게 아는척도 해선 안돼요.
다행히 널 존경하구 따른다니 잘 됐지 않느냐?
상훈 될수 있는한 도웁겠읍니다만
제 직업만은 버릴순 없습니다.
광만 아무튼 좀 시간을 할애해서 부탁하네.
상훈 그러죠.
하고 일어선다.
#62 서프.보드 탈의장
경애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경애 어머!
상훈이가 기다리고 서 있었다.
경애 선생님 웬 일이세요?
상훈 경앨 만나러 왔지...재미 있었나?
경애 네.
이때 영수가 오다가 상훈을 발견하고
영수 하이 죠지.
상훈 실례하네. 경애양을 좀 양보해 줘야겠어.
급한 일이 있으니까...
영수 ?
상훈, 경애를 이끌고 차 세워든 쪽으로 간다.
영수 오 노굳!
발로 모래를 찬다.
상훈, 경애를 태우고 차를 몰고 가버린다.
#63 달리는 차안(밤)
윈드.쉴드로 흐르는 야경.
상훈 여행기간이 얼마나 남었지?
경애 꼭 이주일이 남었어요.
상훈 너무 기간이 짧군. 그래 그럼 부지런히 관광을
서둘러야 겠군...내가 우리 아름다운 고국의 아가씰 위해
관광안내를 했으면 좋겠지만 근무시간이 있으니까
낮엔 안되겠고...
경애 밤엔 선생님 시간 있으세요.
상훈 특별한 일이 없으면 비어 있지만 아마 나보다야
젊은 사람들끼리 어울려야 화제가 통할꺼야...
경애 것두 사람나름이죠 뭐. 선생님이라면 배울게
많을것 같애요.
상훈 오, 그래? 이거 영광인걸. 핫하 그렇다면
오늘 저녁은 내가 사지.
경애 어머! 정말이세요?
상훈 (미소지은채)으흠.
경애, 방싯 웃는다.
#64 어느 레스트랑 안(밤)
디저트 접시가 갖다놓이는 상훈과 경애의 테이불.
그곁에 젊은 부부가 어린 아들 딸을 데리고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다.
그 광경을 보다가 고개를 돌리며
경애 선생님은 애기들이 없으세요?
상훈 (나프킨으로 입술을 문지르며)?...핫하하...애기라군
하나두 없지.
경애 사모님이 아직 애길 낳으시지 못했었군요.
상훈 사모님? 헛허...난 아직 미혼인걸.
경애 네?(의외다.)
상훈 왜 놀랬나? 노총각이라구?
경애 그럼 댁에 계시는 분은요?
상훈 헬렌 말인가?
경애 ...(끄덕인다.)
상훈 그녀는 날 돕는 조수야.
난 아직 결혼을 생각해본 일은 없어...
상훈의 눈가에 문득 쓸쓸한 그림자가 스친다.
이때 입구로 인숙이가 좋지않은 얼굴로 들어선다.
사방을 들어보다가 상훈에게 다가온다.
인숙 죠지.
상훈 응(돌아본다.)
경애 어머! 안녕하세요?
인숙 (흘깃 경애를 쏘아봐주고)죠지 논문쓰실 시간이 됐어요.
그만 일어나시죠.
상훈 알았오. 좀 앉았다 나가지. 손님이 계신데.
인숙 (경애에게)이보세요! 죠지는 바쁘신 분이예요.
관광안내역으론 다른사람두 얼마든지 있을텐데요.
경애 .....(당황한다.)
상훈 헬렌! 실례가 아니요?
인숙 죠지 당신은 요사이 이상해졌어요. 정상적이 아니예요.
경애 (일어나며)실례했어요. 허지만 선생님관 우연히
만났을 뿐이었어요. 결코 관광안내를 부탁하진 않았어요.
인숙 거짓말루 이자릴 모면할려는군요.
경애 (상대가 안돼자 상훈에게)선생님 저녁 고마웠습니다.
하고 나간다.
상훈 (당황히)아 미쓰.윤!
인숙 왜 불러요. 세탁부의 딸같은 천한 여자를.
경애의 귓전을 때린다.
#65 레스트랑 앞
쫓기는듯 나오는 경애.
경애 그래 난 세탁부의 딸이야.
선생님같은 인격자완 상대두 안돼.
눈물이 글썽해진다.
경애 아버지 때문에 난 이런 모욕을 받고 있어!
모든건 아버지 때문이야....
새로운 증오가 샘솟는다.
#66 노천캬페(이튿날)
성균과 경애가 마주 앉아 있다.
성균 윤양은 어머님이 계신가?
경애 (원망의 빛으로 쳐다보며)엄마가 있어 보여요 제가?
성균 안계시는 모양이군. 어쩐지 명랑하면서두 어딘가 그늘이
있다 했지. 그래 아버지는 부자였다구 그랬지?
재혼하진 않았나?
경애 부자면 뭘해요? 어머닐 쫓아낸 위인인데....
전 아버지를 저주해요. 죽이구 싶도록 미워요.
성균 그러면 쓰나...그래두 육친인데...
그 아버지두 지금쯤은 후회하고 계실지두 모르잖나?
경애 (빤히 쳐다보며)후회요? 정말 후회하고 계실까요?
성균 인간은 후회하는 동물이라는 철인의 말이 있잖어...
분명히 아버님두 후회하고 있음에 틀림없어.
하고 흘쩍 일어선다.
성균 헛 내 정신 좀 보게. 공연히 경앨 우울하게 했군.
자아, 어젠 경애가 날 안내했으니 오늘은 내가 경앨
안내해 볼까?
경애 어디루 안내하겠어요?
성균 극장구경이나 가요. 좋은 영활한다드군...
경애 일어나 성균의 뒤를 따른다.
#67 광만의 방
광만이가 휠.췌어에 앉아 성균의 얘길 듣고 있다.
성균 사장님 말씀대로 따님은 사장님을 몹시 증오하구
있는 모양입니다. 그 눈초리란 제가 봐두 몸이 떨리더군요.
광만 내가 죽일놈이야. 당연하지. 날 증오하는 것두 무리가
아니지. 경앤 그걸 모를거야.
술을 마신다.
성균 사모님이 사진결혼으로 하와이에 와서 사장님을 배반하고
나갔다고는 꿈에두 생각하지 못할겁니다.
그걸 어떻게든 알려줘야 할텐데요.
광만 알으켜 줘두 믿지 않을걸세...경앤 어머닐 닮아서 고집이
셀거야...
성균 그 사모님 친구되시는 분 있잖습니까? 미쎄쓰.홍이라구.
광만 그 여잔 왜?
성균 그 여잔 내용을 잘 알구 있으니까
경앨 설복할 수 있을 겁니다.
광만 쓸데 없는 일이야.
성균 어느새 수화기를 들고 다이얄을 돌리고 있다.
광만 만류할 생각도 없이 술병만 기울인다.
성균 여보세요. 미쎄쓰.홍 좀 바꿔 주십시요.
아 홍여사...저올시다. 김성균이요.
#68 미쎄쓰.홍의 집 거실
홍 어마나...김선생님 웬 일이세요? 네? 네...그건 곤란한데요.
지금 저의 집에서 목욕하구 있어요.
하며 목욕탕쪽에 시선을 준다.
#69 동. 욕실
경애가 타원형의 욕기 안에서 미끈한 다리를 뻗고
거품욕을 하고 있다.
밖의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70 거실
홍 그렇다니까요...(목소리를 낮추며)난 아버지에 대해선
전연 모른다구 했어요. 엄마가 불쌍하다구 믿구 있는
애에게 그런 얘기까지 해봐요. 걘 실망할거예요.
이중의 실망을 줄순 없잖아요.
걔 엄마의 유언이기두 하구...
#71 광만의 방
성균 (실망하며)잘 알겠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알때가 오겠죠.
안녕히 계십시요...
전화를 끊는다.
광만 거 보게 내가 뭐라든가?
성균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우선 경애가 투숙하구 있는
로얄.하와이언 호텔에 사장님이 며칠만 가 계십시요.
될수 있으면 그 옆방이 좋습니다.
광만 눈치채지 않을까?
성균 세살때 한국에 건너 갔으니까 사장님 얼굴은 기억하지
못할겁니다.
#72 영수의 방
하와이의 젊은이 답게 요란하게 치장한 방안.
가수와 배우의 사진이 벽에 더덕 더덕 붙어있고
여자의 나체사진도 걸려있다.
영수가 전화를 받는다.
영수 오, 쥬리 난 바쁘다지 않아요? 내가 연락할테니까
염려말아요...예스, 예스, 빠이.
전화를 끊는다.
다시 울리는 벨.
영수 핼로우 오. 샌디...오랜만이야. 나 요사이 좀 바뻐요.
대학논문두 써야 하구 말야...응 다음에 전화할께...
예스 빠이....
전화를 끊고 다이얄을 돌린다.
통화중인 신호.
영수 에잇! 무슨 호텔전화가 맨날 통화중인가?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탁 놓는다.
#73 호텔 경애의 방
경애가 전화하고 있다.
경애 선생님...뵙고 싶어요. 네...선생님의 음성이래두 듣고
싶어서 이렇게 전화를 건거예요.
#74 퀸병원.의사실
전화를 받고있는 상훈.
멀리서 인숙이가 질투에 찬 표정으로 지켜 보고 서 있다.
상훈 알았소. 호텔현관에 나와 있어요. 곧 갈테니까...
전화를 끊고 돌아선다.
인숙 누구죠?
상훈 (무시하고)잠깐 나갔다 오겠소.
까운을 벗고 옷을 갈아 입는다.
인숙 그 여자군요. 그렇죠?
상훈 응 경앤 불쌍한 여자야...
인숙 불쌍하다구요? 흥! 죠지 당신은 그 여자에게 끌리고
있는 거예요.
상훈 허...쓸데없는 소리. 헬렌은 너무 신경이 예민해요.
환자에게 좀 친절해두 신경을 곤두 세우니...
옷을 갈아입고 나간다.
인숙,꼬옥 입술을 깨문다.
#75 호텔.복도
경애가 자기방 도어를 잠그고 나오다가 휠.췌어에 앉은 광만과
부딪칠뻔 한다.
경애 어머! 실례 했어요!
광만 (당황하며)천만예요. 제가 오히려...
경애 눈인사를 보내고 그대로 지나쳐 가버린다.
눈물이 글썽해서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광만.
광만(E) 내 딸아...꼭 엄마를 닮았구나.
주루루 눈물을 흘린다.
여급사가 지나간다.
광만 여보슈.
여급사 네?
광만 죄송하지만(명함을 꺼내주며)난 이런 사람인데
이 방 열쇠 좀 빌려 줄수 없겠소?
여급사 어머 ! 사장님이시군요. 허지만 이곳 규칙이 규칙이라
손님 열쇠는 아무한테나 빌려줄수 없어요.
광만 실은 ...(하다가)알았소. 그만 두시요.
여급사, 정중히 인사하고 간다.
이때 광만의 방에서 성균이가 나오며
성균 사장님 따님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습니까?
광만 여보게 어서 저방 열쇠를 하나 맞춰 오게.
#76 XX해안
파도를 헤치며 달려오는 한대의 모터 뽀오트.
멀리 수평선을 끼고 푸른 연봉의 이어져 나가 있다.
#77 해상을 달리는 모터 뽀트 위
핸들을 쥔 상훈과 그 곁에 경애.
경애 선생님.
상훈 응?
경애 선생님이시라면 제 경우 어떻게 하시겠어요?
엄마를 버린 아버질 만났을때 말에요.
상훈 음...거 곤란한 질문이군.
경애 복수를 해야 옳겠죠?
상훈 글쎄...그것이 옳을까? 복수에도 방법이 있으니까...
자기 아버지를 어떻게 괴롭히겠어?
경애 그래두 엄말 불행하게 한 아버지라면 용서할순
없을 거에요.
상훈 글쎄...
경애 그런데 그 아버지가 막상 만나보니 나쁜 사람이
아니거든요! 아주 선량한 분이에요.
그런 분이 엄말 쫓아냈다군 믿어지지 않아요.
상훈 경앤 아버질 찾았군 그렇지?
경애 (문득 우수에 차며)네...만났어요.
상훈 음...
경애 그분은 절 모르고 계세요. 딸이란 것을.
경애 우수에 차며 상훈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다.
측은한듯 경애의 어깨를 감싸 주는 상훈.
보우트는 마냥 달리기만 한다.
#78 경애의 방(밤)
광만이가 휠췌어를 움직여 경애의 소지품과 화장품 등속을
둘러보고 만져보며 눈물에 젖어 있다.
창문에 붙어서서 밖을 망보고 있는 성균.
광만 경애의 핸드 빽에서 어머니의 사진을 꺼내본다.
광만 불쌍한것 ...이렇게 엄말 못잊어 하는것을....
내가 죽일 놈이야...내가 애비노릇도 못하구 딸 하나
있는걸 이런 고생을 시키다니...
볼을 타고 회한에 찬 눈물이 주루루 흘러내린다.
이때 밖을 망보던 성균이가 당황한 목소리로
성균 앗 사장님 옵니다. 경애가 죠지하구 밖에 와 있어요.
광만 뭣이?!
못내 아쉬운듯 망설이다가 포켙에서 지전을 한묶음 꺼내 경애의
핸드 빽에 넣어주고 급히 휠 췌어를 밀고 나가다가 쓰러진다.
당황히 휠 췌어를 일으켜 광만을 바로 앉혀주고 도어를 닫는 성균.
밖에서 열쇠 잠그는 소리.
#79 동. 밖
차에서 내린 경애.
경애 선생님의 귀중한 시간을 뺏어서 미안해요.
상훈 천만에 오히려 즐거웠소. 언제든지 전화해줘요.
경애 네. 고맙습니다. 선생님.
상훈 그럼 잘 자요.
경애 안녕히 가세요.
상훈의 차가 떠나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아쉬운듯 지켜보든 경애, 돌아서 안으로 들어간다.
먼 가로수 아래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영수가 담배를 던지고
호텔 앞으로 걸어간다.
#80 경애의 방
경애가 들어와 불을 켠다.
아무렇지도 않은 방안.
경애 옷을 벗으려는데 노크소리.
경애 다시 옷을 입으며 응답한다.
도어가 열리며 영수가 들어선다.
영수 마침 있었군.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죠?
남 두시간이나 기다리게 해놓구!
경애 어머나! 깜박 잊었군요. 앉으세요.
그대신 제가 사과하겠어요.
영수 사과 받으러 온건 아니야. 경앨 만났으면 그것으로 족해요.
#81 동. 옆방
경애의 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광만과 성균.
성균 그 윌리엄이라구 하는 청년입니다.
광만 큰일 났군! 자네가 어서 가보게. 저자는 위험한 인물이야.
성균 밖으로 나간다.
#82 경애의 방
영수 (추근추근하게)어때 오늘 밤은 나와 즐기지 않겠어요?
경애 글쎄요. 호의는 고맙지만 좀 피곤 하군요.
제가 커피 끓여드리겠어요.
영수 커피는 많이 마셨습니다. (옆의 전축을 틀며)추실까요?
경애 ....가만히 계세요.
하는데 노크소리에 이어 성균이가 들어온다.
경애 어마나! 아저씨가 웬일이세요?
성균 지나는 길에 염려돼서 들렸지. 별일 없었나?
경애 네. 이리 앉으세요.
전축을 꺼버린다.
불쾌해서 한쪽에 서서 담배를 부쳐 무는 영수.
성균 저 청년은 많이 본듯한데 누구지?
경애 (당황히)아, 네 윌리엄씨에요.
성균 그래? 젊은 사람이 손윗 사람이 들어오면
인사할줄 알아야지. 초면두 아닐텐데.
영수 윌리엄입니다. 노인장.
성균 노인장? 여보게 난 아직 젊어요. (경애에게
윙크해 보이고)경애! 지금XX극장에 좋은 영화가
들어 왔는데 말야. 구경이나 같이 가자구.
경애 어머! 좋아요. 미스터 윌리엄은 안가시겠어요?
영수 글쎄요...전 영화는 취미가 없어서.
성균 취미없는 사람은 놔두구 우리끼리 나가지!
어서 준비나 해요.
경애 준비래야 뭐 있어요? 이대루 나가죠 뭐.
성균 좋아! (일어난다.)
불쾌해 있는 영수.
경애 윌리엄! 미안해요. 내일 또 만나요.
영수 ....(나가 버린다.)
성균 우리두 나가지.
#83 옆방
광만이가 휠.체어를 밀어 창밖으로 가서 굽어본다.
#84 동. 앞 (본 시선으로)
성균과 경애가 나와 차에 오른다.
떠나는 승용차.
#85 뮤직 홀
광란하듯 터져나오는 튀스트.
화와이의 젊은이들이 미친듯이 몽키 땐스를 추고 있다.
그 한쪽에서 술을 들이키며 쥬리와 춤을 추는 영수.
쥬리 미스터 윌리엄! 오늘밤은 나하구 올나잍 하는거죠?
영수 오케이! 오케이!
술잔을 집어던지고 쥬리를 끌어 안고 난폭하게 키쓰를 퍼붓는다.
#86 XX극장 앞(밤)
쏟아져 나오는 관객들.
그 속에서 성균과 경애가 나온다.
경애는 울었는지 눈이 충혈돼 있다.
경애 어쩌면 여주인공이 꼭 엄마하구 환경이 비슷할까?
성균 꽤 울리는군. (눈을 비빈다.)
경애 그 여자의 남편은 나뻐요! 남자들은 다 그런가 보죠?
성균 남편만 나쁘다곤 할수 없지.
부인이 허영심만 아니었더라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었을거야.
경애 남편이 부인을 좀 더 사랑했더라면 너그럽게
용서해 줄수 있었을거예요!
성균 난 그런 어려운 인생철학은 몰라!
두사람 밤거리를 멀어진다.
#87 광만의 방
광만이가 휠.췌어를 돌려 몸을 돌리며 신경질적으로
광만 여보게 자네만 그애를 자꾸 만나면 뭘하나?
내게두 좀 보여주게! 이 집에두 좀 데려오란 말이야.
성균 그럼 집에서 파틸 열까요?
그래서 정식으로 초청하면 되지 않습니까?
광만 응, 거 좋은 생각이야! 비용은 걱정하지 말구,
얼마든지 차리게. 내 딸이 기쁘다면 얼마라두 들여두 좋아.
#88 오여사댁-대진의 방
대진이가 장난감 기차를 가지고 놀고 있다.
그 곁에 앉아 대진이 노는양을 흐뭇하게 보고 있는 경애.
대진 누나!
경애 응?
대진 난 도루 비행기 타구 서울에 갔음 좋겠어.
경애 아니 그게 무슨 소리니? 이렇게 좋은 집에 사는데...
대진 누난 철수랑 도인이랑 보구 싶지 않어?
경애 걔들두 얼마 안있음 너같이 미국으로 온단다.
대진 누나! 내 이름은 대진이가 좋지?
근데 모두 나보구 폴이라구 부르잖어?
경애 대진이가 미국사람이 됐으니까
미국식 이름으로 부르는거야.
이때 녹크소리에 이어 영수가 들어온다.
경애 어머! 인제 오시는거예요?
영수 클럽에 들렸다 오는 길입니다. 오신지 오래 됐어요?
경애 아뇨. 대진아 인사 안하니? 삼춘한테.
대진 (마지못해)하이 윌리엄.
영수 오랫만에 누나가 와서 좋겠구나 폴.
대진 입이 부풀어서 슬그머니 나가버린다.
경애 아직 이곳에 익숙해지지 않는 모양이예요.
영수 시간이 가면 좀 나아지겠죠.
그런데 오늘은 저에게 시간을 주시는 겁니까?
경애 파티에 초대 받었어요. 근데 파트너가 있어야 된대요.
영수 파트너라면 죠지가 더 어울릴텐데.
경애 어머! 그 선생님은 헬렌이 있잖아요?
가 주시는거죠.
영수 (장난스레 웃으며)좀 고려해 봐야겠는걸!
#89 광만의 집 거실
성균 하녀들을 시켜 술과 음식 장만에 분주하다.
차려진 칵텔과 음식들.
성균 전축을 틀어놓는다.
방안에 은은히 울려퍼지는 탱고 뮤직.
현관으로 하인의 안내로 헬렌이 들어온다.
성균 (반색하며) 어서 와요. 죠지는 안오나?
인숙 갑자기 수술이 있어서 좀 늦겠대요.
#90 광만의 방
광만이가 경애의 사진을 들여다 보며 자꾸 바깥에 신경을 쓴다.
이윽고 크락션 소리.
광만 휠.췌어를 움직여 창문으로 가서 밖을 굽어본다.
#91 동. 앞(본 시선으로)
영수의 차가 와 멎고 경애를 에스콧트한 영수가 안으로 들어간다.
#92 동. 거실
들어서는 경애와 영수.
성균이가 반긴다.
성균 어서 오게. 와주셔서 고맙네.
영수에게 악수를 청한다.
성균 경애 손님을 모시구 저리루.
경애 고마워요. 아저씨.
감사의 눈길을 보내며 안으로 들어가다가 인숙을
발견하고 놀란다.
경애 아 안녕하세요. 헬렌.
인숙 아니 여긴 웬일이죠?
경애 초대 받았어요. 여기서 뵐줄은 몰랐군요.
선생님하구 같이 오셨나요?
인숙 그인 바빠요. 여기 올 시간이 없어요.
경애 네에.(실망한다.)
인숙 그런 경애를 뚫어지게 쏘아본다.
성균이 다가와서
성균 아는 사이들인가?
이쪽은 헬렌, 여긴 경애양의 친구되는 윌리엄 오.
영수 안녕하세요?
민숙 처음 뵙습니다.
인숙 영수와 경애를 번갈아 본다.
성균 오늘 제가 베푼 이 파티는 간단히 여러분들만 오셨습니다.
약소하지만 즐겁게 시간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자 우선 한잔씩 드십시요.
잔을 돌린다.
#93 동. 정원
휠.췌어를 움직여 정원을 가로질러 오는 광만. 거실에서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음악이 바뀐다.
#94 거실
성균이 경애에게 손을 내밀며
성균 출까? 경애.
경애 생긋 웃으며 일어선다.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는 두사람.
영수 인숙에게 손을 내민다.
인숙 선뜻 응한다.
돌아가는 두쌍.
경애는 춤추면서도 방안을 두루 살펴본다.
#95 동. 정원
거실의 창밖에 휠체어를 갖다 대려고 계단을 오르며
낑낑대는 광만.
하인이 뛰어와서 도와준다.
광만 (낮게)아 저리 가!
하인 황송하게 물러간다.
광만 이윽고 목을 빼고 창으로 방안을 들여다 본다.
그의 시선으로 즐거운듯 춤을 추는 사람들.
성균과 춤을 추는 경애의 얼굴이 확 다가온다.
고아만 아! 경애야...내 딸아...자식두 에밀 닮어서 춤두 잘 추는구나.
손등으로 눈물을 씻어낸다.
#96 거실
성균 춤을 멈추고 잔을 들며
성균 오랫만에 젊은 사람들과 췄더니 숨이 가쁜데...
그러나 영수와 인숙은 계속 추고 있다.
성균 경애 이것 좀 들어요.
경앨 위해서 아버지 아니 내가 준비한 거니까.
경애 고마워요. 많이 먹겠어요.
성균 가만, 술을 좀더 가져오지.
밖으로 나간다.
꼭 붙안고 돌아가는 영수와 인숙.
영수는 경애에게 신경이 쏠려있다.
경애 방안을 둘러보다가 살며시 밖으로 나간다.
#97 동. 복도
품위있게 화초들이 놓여있다.
경애 한손에 그라스를 든채 벽을 쓰다듬으며 걸어 나온다.
경애의 소리 엄만 여기 사셨더면 행복 하셨을거야.
이 마루를 닦느라고 고운 손이 얼마나 트셨을까.
이 거울 저 창문도...
#98 현관앞
경애가 그라스를 든채 나온다.
백화 만발한 정원을 둘러보다가 한곳에 시선을 멈춘다.
창문에 바싹 붙어서서 안을 들여다 보고 있던 광만이가
당황하게 휠 췌어를 굴려가다가 계단을 굴러 떨어진다.
경애 어머나!
그라스를 던지고 달려가 광만을 일으켜 주고 휠.췌어에 앉힌다.
광만 (당황해서)고 고맙소.
그 얼굴에 흐르는 피.
경애 어머나! 피가 흘러요. 많이 다치시지 않으셨어요?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아준다.
광만 (황홀하게 보며 경애의 손을 만진다.)아니 괜찮소.
이것으로 만족하오. 한국에서 오셨다구요?
경애 네 아저씬 누구신가요?
광만 이 집에 있는 하인 입죠. 난 한국 사람만 보면 그만
감격해지지요. 이런 내가 남의 처녀 손을 잡다니
실례가 많았소.
경애 괜찮으시겠어요?
광만 (감격해서)고맙소. 고맙소.
휠.췌어를 움직인다.
안타깝게 바라보는 경애.
마침 성균이가 나오다 보고 부리나케 광만의 휠.췌어를 밀고
후원으로 사라진다.
의아한 얼굴이 되는 경애.
#99 광만의 방
문이 벌컥 열리며 성균이가 광만을 밀고 들어온다.
광만 너무나 감격스럽고 착잡한 심정에 어쩔줄 모르다가
스탠드에서 술병을 꺼내 꿀꺽 꿀꺽 마신다.
성균 사장님 너무 마시면 안됩니다. 건강에 해로워요.
뺏는다.
광만 놔두게! 제 딸을 보구두 내 딸이라구 부르지 못하는
주제에 살면 뭘하겠나?
자포자기로 마구 병채로 들이킨다.
상처에서 새로운 피가 흘러 떨어진다.
성균 아이구 다치셨구만요?
광만 걱정말구 어서 그앨 기쁘게 해주게 어서.
그애만 기쁘면 난 죽어두 한이 없네.
제 한에 못이겨 후룩후룩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100 정원
성균이가 나온다.
저쪽에서 경애가 보고 서있었다.
성균 아니 왜 여길 나와 있나? 응? 자 들어가자구.
경애 그 분은 누구예요?
성균 집 하인인데 불쌍한 사람이지.
경애 네에.
성균을 따라 들어간다.
#101 복도
성균 걸어오면서
성균 참 경애 호텔에 있으면 경비가 들텐데 우리집에
와 있어요. 빈방두 많은데 응?
경애 아이 괜찮아요. 전 신세지기 싫어하는 성미에요.
성균 그래두...여길 오면 호텔 보단 편할거야.
경애 생각해 보겠어요.
두사람 음악소리가 나는 방안으로 들어간다.
#102 광만의 방
광만 술을 들이키고 힘없이 휠.췌어에 기대 있다.
들려오는 음악소리.
광만의 얼굴이 잠시나마 행복감에 젖는다.
경애가 만졌던 손을 쓰다듬어 본다.
#103 퀸 병원 앞(이튼날)
한가한 오후.
경애가 보도를 걸어온다.
환자를 휠.췌어에 싣고 밀어주고 있는 간호원들.
경애가 그들을 보며 병원 건물쪽으로 간다.
경애의 소리 난 점점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의 념이 사라져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어요. 그러면 그럴수록 엄마가
그리워 집니다. 엄만 이 병원에서 세탁부로 일하다가
여기서 마지막 숨을 거두셨대요.
#104 동 복도
까운을 걸친 상훈이가 환자 카아트를 드려다 보며 걷다가
뜰을 가로 질러가는 경애를 발견하고 멈춰선다.
경애는 곧바로 상훈을 보지 못한채 세탁장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다.
상훈 지나가는 미국인 간호원을 불러 카아트를 맡기고
세탁장으로 통하는 문으로 나간다.
#105 동. 세탁장
하얀 에프론을 둘른 여인들이 죽 늘어서서 지껄여가며 빨래를
하고 있다.
주로 환자복인다.
상훈이가 입구로 들어와 사방을 둘러본다.
세탁부A (옆의 B를 꼭 찌르며)저기 미남 닥터가 왔어.
세탁부B 어디?
모두의 시선이 상훈에게 쏠리자 상훈 계면쩍게 돌아서다가 놀란다.
한쪽에 서 있던 경애가 팔을 걷어부치고 세탁부들을
도와 빨래를 짜주고 있다.
상훈 (다가가며)미쓰 윤!
경애 ....(듣지 못했다.)
상훈 미쓰 윤!
경애 (돌아보며)어머나! 선생님이 어떻게 여길 오셨어요?
상훈 경애야 말루 여긴 왜 왔지? 취직하러 왔나?
경애 네...아니예요....그저 엄마가 해보던 일을 되풀이해 보고
싶었어요.
상훈 아...알만해 그 마음은...분위기를 깨트려 미안하군 그래.
더 계속할텐가?
경애 ........
상훈 나가지...
경애 네...
빨래를 짠것을 세탁부에게 맡기며 목례해 보인다.
세탁부 고맙다는 인사.
상훈 경애를 감싸듯이 데리고 나온다.
세탁부 A,B가 그것을 보고 옆구릴 찔러가며 재잘댄다.
세탁부A 그이의 애인인가봐.
세탁부B 저 딱터는 이 병원안에 애인이 있어요.
#106 어느 병실
인숙이가 창문에 붙어서서 증오에 찬 눈으로 밖을
쏘아보고 있다.
#107 동. 뜰(본 시선으로)
경애를 감싸듯이 한 상훈이가 뜰을 가로질러 나가고 있다.
상훈은 평복으로 갈아입고 있다.
#108 어느 병실
창밖을 보고 있던 인숙이가 꼬옥 입술을 깨문다.
그의 손에 쥐어졌던 환자 카아드가 바닥에 떨어진다.
화난 모습으로 쾅 도어를 닫고 나가버리는 인숙.
어느 환자가 그 소리에 놀라 벌떡 고개를 빼고 일어난다.
#109 마우이.비치
유명한 마우이도의 관광해수욕장.
붐비는 관광객들.
상훈과 경애가 그 속을 걷고있다.
상훈 내게두 어머닌 계셨지...내가 열아홉살때 돌아가셨지만.
경애 미인이셨나요?
상훈 미인이었지! 아버지가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결혼을 했을 정도니까...샌프란시스코에서 교통사고루
돌아가시구 말았어.
경애 어머나...
상훈 난 어머니 없이 고독한 청년시절을 보냈지. 아버지만으로선
좀 외로웠어. 이성엔 눈 뜬 것두 남보다 더빨랐었어.
모성애에 대한 갈구가 그런 형태로 나타났었나 보더군.
경애 선생님은 연애 많이 해보셨어요?
상훈 사랑에 빠져본 일이 있어. 한국에서 유학온 여학생인데
경애같이 명랑하구 영리했었어.
허지만 우린 결혼할 수 없었지.
경애 왜요? 서로 사랑하구 있다면 어떤 난관이 있더래두
결혼할 수 있잖어요?
상훈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었지.
경애 뭐예요? 그 이유란.
상훈 그녀는 결과적으로 날 배반했어. 물론 이유는 있었겠지.
비교적 부유한 미국인과 결혼하구 말았어.
경애 (자기 일 같이 실망하며)어머나!
상훈 그 이후 결혼할 생각을 포기하구 지내왔지.
그만큼 충격이 컸던 거야.
경애 정말 안됐어요. 그 얘길 들으니까.
#110 어느 차집 안
몇명의 하와이안이 차를 마시고 있다.
흐르는 하와이안 뮤직.
한쪽 테불에 마주 앉은 인숙과 영수.
인숙 나오시라구 해서 안됐어요.
영수 혹시 미스.윤을 못 만나셨나요?
인숙 윌리엄은 그 여자와 어떤 관계죠?
영수 무슨 의밉니까?
인숙 방심하면 노리던 꿩은 딴 포수가 잡어간다는 얘길 아세요?
영수 핫하하...헬렌은 경애를 질투하고 있군요.
인숙 질투가 아녜요. 그 여잔 죠지를 유혹하구 있어요.
자칫 잘못하면 윌리엄 당신도 닭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격이 될꺼예요.
영수 핫하...그 점이시라면 염려마십시요.
경애는 이미 나와 장래를 약속한 사이니까요.
인숙 정말이예요?
영수 난 한번 노리는 꿩을 놓쳐본 적은 없는 사람입니다.
경앨 처음 만났을 때 이미 그는 내것이었죠.
인숙 네에..(어안이 벙벙하다.)허지만 여자의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거예요. 다른 상대가 나타나면 마음이
쏠리게 마련이니까요.
영수 충고는 고맙습니다. (척 시계를 보고)아 시간이 됐군.
미스.윤과 만날 약속이 있어서 이만 실례합니다.
윙크해 보이고 일어나 차값을 치루고 나가버린다.
멍해서 앉아있는 인숙.
#111 호놀루루의 번화가
중심지.
상훈과 경애가 포도를 걸어온다.
말없는 두사람.
그러나 마음과 마음은 서로 흐르고 있다.
꽃집 앞에 이른다.
경애 선생님. 저에게 꽃 한송이 안 사주시겠어요?
상후 어떤 꽃을 좋아하지?
경애 물망초.
상후 하와이엔 묘한 꽃이 있지.
하고 꽃가게에 들어선다.
점원 어서 오십쇼.
상훈 XXX화가 있나?
점원 네. 있구말굽쇼. 자아, 여기 있습니다.
상훈 (받아 들고 돈을 치룬다.)이 꽃이야. 이 꽃송일 하나 따서
줄기를 꼭 잡구 있어 봐요.
경애 어머! 왜 아까운 꽃송일 따요?
상훈 글쎄 따 보라니까.
경애, 꽃송일 딴다.
경애 자, 땄어요.
상훈 잡은 걸 놓아봐요.
경애 쥐고있던 꽃줄기를 놓아 본다.
거짓말 같이 꽃송이가 오무라 들며 시들어져 버린다.
경애 어머! 왜 이래요?
상훈 이 꽃엔 애달픈 유래가 있다구 그러지.
두사람, 다시 걷는다.
경애 무슨 유래가 있어요? 얘기해 줘요 네?
상훈 흔히 있는 왕자와 공주의 얘기지.
이때 갑자기 사위가 어두워지며 후룩후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맹렬한 스콜이 온다.
상훈 스콜이야!
경애의 손을 잡고 어느 건물 안으로 뛰어든다.
우루루 몰려드는 행인들.
#112 나무들
스콜이 가신뒤 물기에 젖어 더욱 싱싱하고 선명해진
나무잎들이 찬란한 태양빛에 반짝인다.
#113 건물안
상훈과 경애가 나온다.
경애 정말 잠시군요?
상훈 하와이의 보배야. 시원하게 해주거든.
이때 다른 건물에 몸을 피해 있던 영수가 이들을 발견하고 나오며
영수 어이 미스.윤!
경애 어머! (돌아본다.)
영수 (뛰어오며)하이 죠지.
상훈 오, 윌리엄 웬일인가?
영수 미스.윤을 찾아다니던 길입니다.
숙소에 가봤더니 안 계시더군요.
그 눈은 분명히 경애를 빨아 들일 것 같다.
상훈 (눈치채고)윌리엄 잘 만났네. 우리 미스.윤을 좀 즐겁게
해줘. 난 자신이 없단 말야 핫하...
경애 어머 선생님두.
상훈 젊은이끼린 발랄한 화제가 떠 오를 거야.
그럼 나중에 만나요.
손을 들어보이고 간다.
경애 선생님.(아쉽다.)
영수 미스.윤! 카메라를 가지구 나왔습니다.
찍어드리죠.
경애 네...
사라지는 상훈을 돌아보며 영수에게 끌려간다.
#114 카르아 강변
그 아름다운 경치.
어디선가 알로하 오에를 부르는 하와이안 여성들의
노래가 들려온다.
경애를 세워놓고 샷타를 누르는 영수.
#115 동. 작은 대나무다리 밑
야자의 잎사이를 스치는 바람과도 같이 달게 녹는듯한
하와이의 음악.
경애를 찍는 영수.
경애의 표정은 굳어 있는데 영수는 즐겁다.
#116 오하후 섬
석양에 물든 오아후도.
부루.하와이를 부르며 춤추는 여인들의 노래와 움직임을
바라보며 지금 막 섬을 떠나는 관광선.
#117 관광선. 갑판
손을 흔들며 부루.하와이를 따라 부르는 관광객들 가운데
경애의 어깨를 끌어 안은 영수.
귓전을 간지럽히는 경애의 머리위에 행복한듯 입맞추는 영수.
그걸 의식하면서도 탓할 수 없는 분위기에 황홀하게
젖어 있는 경애.
#118 나이트 클럽
쟝글을 연상시키는 홀안.
무대엔 박키,시라카타와 아로,하와이안즈의 달콤한 연주.
미남 저음가수가 마이크를 잡고 낭만에 찬 "남국의 밤"이란
곡을 부르고 있다.
후로아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연인들.
테불쪽에는 이마를 마주대고 밀어를 속삭이는 남녀들.
영수가 경애를 일으켜 춤으로 이끈다.
잠시 타성적으로 돌아가던 경애의 눈이 번쩍 빛난다.
인숙과 상훈의 붙어안고 춤을 추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인숙은 육감적으로 상훈에게 감겨있다.
못볼것을 본듯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상훈이 경애와
영수를 발견한다.
상훈 아, 윌리엄, 미스윤도 왔군.
경애 안녕하세요?
인숙이가 고개만 까딱해 보이고 외면해 버린다.
자꾸만 상훈에게 시선이 쏠리는 경애.
영수, 경애의 볼을 애무한다.
경애쪽에 신경이 쏠리는 상훈.
인숙 죠지.
상훈 응?
인숙 당신 온통 저 애에게 정신이 쏠려 있군요?
상훈 ......
인숙 설마 저 애를 사랑하구 있는건 아니겠죠?
상훈 .......
인숙 흥! 아예 말 않기예요?
음악이 끝난다.
박수를 치며 테불에 돌아가는 연인들.
상훈 마침 잘 됐군. 우리 합석해서 한잔 하지.
영수 오.케이.
인숙 전 그만 가봐야겠어요..
상훈 헬렌! 왜 그러는거야?
인숙 흥!
코방귀를 뀌고 경애를 노려보다가 휙 돌아서 나간다.
상훈 미스.윤! 미안하오. 윌리엄 먼저 실례하겠네.
하고 나간다.
경애, 그런 상훈의 뒷모습을 애처로운듯 바라본다.
영수 미스.윤.
경애 네?
영수 경앤 죠지에게 관심이 많군? 그렇지?
경애 잠깐만 나갔다 오겠어요.
김선생님에게 말씀드릴께 있어요.
훌쩍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영수 ?
#119 동. 앞
상훈이가 사방을 둘러보고 있다.
인숙이가 보이지 않자 망설이는데 경애가 나온다.
경애 선생님.
상훈 난 그만 돌아가 봐야겠어. 윌리엄과 지내다 와요.
오해를 받을테니까.
경애 (아쉬운듯)네...
상훈 그럼 또 만나요.
손을 흔들어 보이고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경애, 멍하니 서서 상훈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어둠컴컴한 승용차에 뒤에서 시종 이 광경을 엿보고 있던 인숙.
증오에 찬 시선으로 경애 쪽을 쏘아보다가 경애 앞으로
나서려는데 홀안에서 영수가 나온다.
인숙 "흥!" 하는 얼굴로 반대쪽으로 사라진다.
영수 경애.
경애 ....(돌아본다.)
영수 기분이 깨졌군. 우리 딴 데로 옮겨
기분 전환이라두 하자구.
경애의 손을 이끈다.
할수 없이 끌려가는 경애.
#120 바닷가(밤)
바위가 둘러싸인 곳.
영수와 경애가 바위에 기대어 서서 바다를 바라본다.
철썩이는 파도.
영수 경애! 난 경앨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하구 있었어.
경애 네?!
영수 (와락 손목을 잡으며)난 경앨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어.
경애 이 손 놓으세요. 전 선생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여자예요.
영수 경애! 넌 아름답다! 요정같애.
와락 경애를 끌어 안으며 키스하려고 한다.
경애 앗! 싫여요!
뿌리치는 경애.
영수 진실한 고백이야! 난 경애가 좋아!
우리들의 인생을 장식하는거야! 자아! 경애!
영수, 또다시 능숙하게 경애를 쓰러뜨리고 그위에 덮친다.
경애 싫어요!
결사적으로 반항하는 경애. 죽을 힘을 다해 영수를 밀쳐버리고
뛰어 달아나다가 다시 영수에게 붙들린다.
영수 경애! 사랑해! 이것 뿐이다!
경애 사랑이란 감정으로만 되는게 아녜요!
사뭇 퉁명스럽다.
영수 나를 믿어줘! 경애는 내것이야!!
경애 무서워졌어요!
경애 다시 뛴다.
뒤따르는 영수.
경애, 겁을 집어 먹고 마구 달아난다.
영수 쳇! 다 틀렸군!
우뚝 서며 멀어져가는 경애를 쓴맛으로 바라본다.
#121 상훈의 집 앞(밤)
격정에 휩싸여 마구 뛰어드는 경애, 현관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121A 상훈의 방,침실
도어를 열고 뛰어 들어오며
경애 선생님!
하다가 소스라친다.
벳드에 인숙이가 누워있다가 일어나며
인숙 마침 잘 왔어요. 그러잖어두 기다리고 있었어요!
경애 선생님은 안 계신가요? 실례하겠어요.
인숙 (막아서며)나가지 말어! 무슨 용무지?
이 한밤중에....분명히 말해두지만 죠지는 나하구
결혼할 분이야. 잠자코 계신 분을 왜 유혹하는거야?
경애 네?! 전 선생님을 유혹해 본적은 없어요.
어머니를 도와주신 은인으로서 존경하구 있어요.
인숙 흥 존경? 존경하는 마음에 못이겨 이 한밤중에 찾아왔군!
그 따위 핑계루 이 자릴 모면할것 같애?
공사관에 가서 네 신분을 수배해 놨어! 넌 하와이에 체류할
권한이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아야 해!
네가 갈 곳은 한국이지 하와이가 아냐? 죠지는 하와이에
머무를 사람이지 한국에 갈 사람은 아냐!
넌 네 신분을 생각하구 남의 약혼자를 가로채란 말야!
네 엄마는 뭘 하던 여잔지 알구 있기나 해?
경애 엄마를 모욕하지 마세요!
세탁부면 어떻고 식모면 어때요!
인숙 뭐라구?! 건방진 계집애!
딱! 하고 경애의 볼에서 불이 일어난다.
인숙 너의 엄마는 세탁부고 너의 아버지는...
경애 그래 아버지가 어떻다는 거에요! 어서 말해봐요!
하고 소리지른다.
인숙 그래 너의 아버지 얘길 해줄까!
경애 어서 말해봐요. 어서.
인숙 어 이 더러운 년!
하고 또때린다.
경애, 흑하고 느끼며 얼굴을 감싸쥐고 밖으로 뛰어 나간다.
그 귓전을 때리는
인숙소리 거지같은 계집애가 멋두 모르구 아무한테나
꼬릴 흔들어? 건방진 년 같으니.
#122 상훈의 집 앞(밤)
얼굴을 감싸쥔 경애가 마구 뛰어 나온다.
#123 포도(밤)
경애가 뛰어온다.
점점 굳어져 가는 경애의 얼굴.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눈 앞에 다가오는 공중전화 복스.
경애 결심한듯 안으로 들어가 다이알을 돌린다.
#124 광만의 집. 거실(밤)
까운을 입은 성균이가 위스키를 마시고 있다.
전화벨이 울린다.
성균 여보세요. 아 경애양이군. 밤늦게 웬일이지?
아니 울구 있는것 아냐? 무슨 일이 있었나?
응, 곧 나가지. 알았어요.
전화를 끊는다.
성균 사장님, 어떡할까요?
광만 어서 나가보게! 울구 있더래면서?
성균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곧 돌아오죠.
밖으로 나간다.
불길한 예감에 싸이는 광만.
#125 어느 빠아(밤)
자욱한 담배연기.
하와이안 키타를 켜는 악사.
한쪽에서 성균을 앞에 앉혀 놓고 경애가 난폭하게 술을
들이키고 있다.
성균 허, 이렇게 마시면 안돼요.
경애 괜찮아요. 오늘 밤은 실컷 아버지하구...
아 실례했어요. 자꾸 아버지 같애서 실언을 해요.
아저씨하구 마시구 싶어요.
성균 무슨 일이 있었어? 응? 그 젊은이하구 싸웠나?
경애 아녜요. 오늘은 너무 기분이 좋아요.
자, 한잔 더 따라주세요.
네? 마지막 하와이의 밤을 위해서...
성균 안된다니까. 벌써 경앤 많이 취했는걸...
경애 인주세요 술병.
와락 뺏어 잔에 부어 난폭하게 마신다.
성균 하, 이럼 안된다니까.
병을 뺏앗는다.
경애, 그만 설움에 복받쳐 테불에 고개를 묻고 운다.
당황하는 성균, 주위 손님들을 의식하고 경애를 부축해 일으킨다.
성균 자아, 일어나요. 응? 나가자구.
경애를 부축하고 나간다.
#126 빠아-앞(밤)
비틀거리는 경애를 부축하고 나오는 성균.
게이트 맨이 인사를 한다.
경애 아버지 홋호...실례했어요.
아저씨 절 데리구 멀리 아무데나 가주세요. 네?
성균 자아, 밤도 늦었는데 숙소에 가자구.
차에 태우고 운전대로 간다.
이윽고 떠나는 차.
#127 달리는 차 안(밤)
성균이 운전하는 팔을 붙들고 늘어지는 경애.
핸들이 꺾이며 차가 지그자그로 간다.
성균 이러면 안돼요. 경애, 가만히 누워있어요.
경애 어딜 가는 거예요? 네?
성균 (괴롭다.)숙소엘 가야지.
경애 아저씨, 내가 가잔 데루 가겠어요?
성균 안돼요. 밤이 깊었으니 내일 가자구.
경애 싫어요. 가지 않음 팔을 붙들겠어요.
또 차가 기웃둥 해진다.
성균 허, 이럼 안된다니까.
경애 가는 거죠? 네?
성균 어딘데 그래?
#128 교외 길(밤)
성균의 차가 와서 지나간다.
#129 절벽, 근처
휘영청 밝은 달.
성균의 차가 와 멎는다.
차에서 내린 경애가 성균의 팔을 잡고 절벽쪽으로 끌고 간다.
성균 허어, 어딜 자꾸 가는거야 응? 난 겁쟁이라 겁이 많아요.
경애 아이 겁쟁이. 홋호...어서 따라 와요.
하와이엔 귀신이나 호랑인 없어요.
성균 헛허...나 참...
#130 절벽 위
아득히 내려다 보이는 절벽 밑에서 파도가 아우성을 치고 있다.
절벽 위 수풀속에서 나오는 경애와 성균.
성균 아니, 이게 어디야? 경애 위험해요.
경애 겁두 많으셔. 봐요. 얼마나 경치가 좋아요? 아아 시원해.
경애, 성균과 나란히 앉는다.
성균 간장이 다 서늘해 지는걸...그만 돌아가자구...
허구 많은 곳중에 하필 이런 위험한델 왜 오나?
경애 아저씨!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겠지요?
성균 농담 말어. 생각만 해두 끔찍해.
경애 아저씨!
성균 응?
경애 아저씨두 외롭죠? 왜 혼자 사세요?
성균 나같은 늙은이에게 시집오는 여자가 있어야지.
경애 아저씨! 우리 여기서 같이 죽어버려요. 살면 뭘해요? 네?
성균 경애! 돌았군.(팔을 붙잡으며)제발 돌아가요.
왜 자꾸 그런 말만 하는거야?
경애 난 살기 싫어졌어요. 그만 죽어 버렸음 좋겠어요.
성균 경애, 그런 소릴하면 못써.
다 늙은 나같은 사람이야 죽어두 한이 없지만
꽃다운 경애가 왜 죽으려는 건가?
경애 이 손 놓으세요!
성균 안돼!
경애 죽기 싫음 나 혼자 죽을테야요.
성균 경애!
하다가 경애의 손을 놓쳐버린다.
성균 앗! 경애야.
다구쳐 가는 경애를 따라 잡는 성균.
경애, 와락 뿌리친다.
그 사품에 성균이가 굴러내려 절벽 끝 1미터 지점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춰진다.
경애 (경악하며)아버지잇!
뛰어와서 와락 성균을 끌어낸다.
앗찔해진 성균, 절벽 밑을 내려다 본다.
경애 아버지 으흐흐...내가 잘못했어요...
용서해 줘요...으흐흐....
성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목을 놓아 오열한다.
지그시 경애를 껴안으며 눈물 짓는
성균 나도 진실을 이야기 할때가 올게다!
경애 (흐느끼며)아무말도 말어주세요. 다아 알고 있어요!
성균 아니다! 네가 아는것보다 더 많은 사실이 있단다!
경애 이렇게 안겨 보는 것으로도 저는 만족해요.
성균 자식! 가엾게도...나는 가슴이 메어지는것 같다! ?
때가 올게다. 모든것을 알게될...
경애 저는 내일 여길 떠나요. 몸조심 하세요! 아버지!
성균 오냐! 네가 떠나기 전에 이야기 하마!
더욱 솟구치는 성균의 눈물.
경애도 울고 있다.
#131 가로
성균의 차 달려오고 있다.
경애도 수심에 차 있다.
#132 상훈의 집 근처
차가 급정거 한다.
경애가 느닷없이 뛰어 내린다.
당황하는 성균 저지하다 말고
성균 어델 가는거지? 이 밤중에 너 취했어.
경애 내일 아침 전화하겠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경애 뛰어간다.
성균 (혼잣말로)나두 참 괴롭다!
오, 하느님 경애와 나를 좀 도와주소서.
성균의 차 신경질조로 U턴해서 내 뺀다.
#133 상훈의 집 앞
경애가 와서 벨을 누르려고 하는데
안에서 또아가 세차게 열리며 상훈이가 나온다.
마주치는 두사람 놀란다.
상훈 그렇잖어도 지금 막 경애집을 가는 참이었어!
헬렌이 행패를 부렸다면서...내가 대신 사과하지.
경애 (일부러 취해 있는 것처럼)무슨 말씀이시죠? 닥터 죠지!
하고 비틀거린다.
상훈 경애! 술 마셨군!
하고 경애를 부축하려 하자
경애 (힘껏 뿌리치며)놓세요! 비인격자!
이중인격자!
하고는 힘껏 따귀를 갈긴다.
상훈 경애!
경애 나도 당신의 약혼자에게 이렇게 대우를 받었어요!
어서 약혼자의 침대로 돌아가시지.
상훈 경애는 오해하고 있군!
경애 오해가 아니라 정확하게 알고있죠!
약혼자를 내세워 행패를 부리는 위대한 닥타죠!
상훈 느닷업이 경애의 팔을 끌고 나선다.
경애 어델 가는거죠?
상훈 경애의 지금 감정은 삐뚜러질대로 삐뚜러져 있어!
어서 나하고 가! 감정을 정리해야 해!
힘없이 끌려가는 경애.
#134 루아우섬의 원주민촌(밤)
노천에 피운 모닥불.
그 위에서 통돼지가 지글지글 기름을 내뿜으며 구워지고
가지가지의 카나카(토인)의 음식들의 즐비하게 널려져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미를 돋구고 노소의 남녀관광객들이
훌라를 추는 카니카 여인들을 황홀하게 구경하고 있다.
제 흥에 겨운 원주민 특유의 악기들.
상훈 꼬옥 경애를 껴안은채 이 광경을 보고 있다.
마주치는 두사람의 눈과 눈 열정을 뿜고 있다.
춤추는 카나카여인들.
상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행복감에 젖어 있는 경애.
훌라 춤이 열정으로 변할때 상훈과 경애 자리를 뜬다.
#135 모래 밭(밤)
해변을 몰아닥치는 파도소리의 멜로디.
그리고 리듬.
야자 잎에 속삭이는 바람 소리와
산등에 떠오르는 하와이의 달.
멀리 원주민촌에서 두드리는 우쿠레레와 하와이안 키타의
선률이 사장을 덮친다.
경애의 어깨를 감싸안고 걸어와 모래톱에 앉는 상훈.
경애 인제 오해가 풀려 후련해요.
하와이의 마지막 이밤. 선생님 로맨틱 하죠?
상훈 난 이제야 내가 갈망하든 샛별을 찾았어.
경앤 나의 샛별이지. 내 인생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되는거야.
경애 전 외로웠어요. 걸음마를 배우기 전에 엄마 곁을
떠나서 이모님 손에서 자랐어요.
내 졸업식은 언제나 허전했어요.
선생님은 엄마의 은인이예요. 내 뼈가 가루가 될때까지
선생님을 위해 제 몸을 희생하겠어요.
상훈 고맙소. 경애 이달 말이면 한국에 가게 될거요.
세계보건회의가 서울에서 열리게 되오.
경애 선생님.
상훈 경애.
두사람 굳게 포옹하며 모래톱에 쓰러진다.
가까워지는 입술과 입술.
잔잔한 파도가 인다.
#136 상훈의 집 앞(밤)
경애를 꼭 껴안고 상훈이 돌아온다.
현관에 올라선다.
마주보는 정다운 눈과 눈.
상훈 커어피를 한잔 나누고 헤어지고 싶소 경애.
경애 제가 끓이겠어요.
상훈 아니야. 내가 끓이지.
부자를 누른다.
잠시후 현관문이 열리며 흑인여가 나온다.
흑인여 어서 오세요.
경애 안녕하셨어요.
흑인여 (상훈에게)조금전에 아버님께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전화 주십사구요.
상훈 알았소. 커피 물을 준비해 줘요.
안으로 들어간다.
#137 동. 상훈의 방
조심스럽게 들어서는 경애.
양실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사랑방을 연상시키는 한국적
분위기에 담뿍 싸인 방안.
불상, 족자, 고려자기 등 구석구석을 메운 한국골동품.
경애 (감동해서)선생님이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한국적인
분이신줄은 몰랐어요.
키친 쪽에서 커어피를 뽑고 있는 상훈.
상훈 앉지 그래.
상훈은 냉장고에서 과일과 쥬스를 갖다 놓는다.
경애 선생님 전 아무것두 먹구싶지 않아요.
상훈 좀 들어요. 이건 내가 만든 특제쥬스니까.
경애 어머! 쥬스두 만드세요?
상훈 응, 한번 만들어봤지. 맛을 좀 봐요 어떤가.
경애 (빤히 상훈을 건네다 보며)선생님은 여태 이런 생활을
해오셨군요. 가엾어라!
상훈 헛허, 이젠 내곁에 경애가 있지 않소?
경애 선생님은 로맨틱해요!
상훈 헛허, 내가 로맨틱하다...
내 오늘은 경애를 위해서 몇년동안 쓰지 않던
피아노를 한번 연주해 주지.
경애 어머! 피아노두 하세요?
상훈 원래 난 피아니스트 지망이었어.
경애의 손을 이끌고 옆방으로 간다.
#138 동. 옆방
캄캄한 방안.
한쪽에 먼지를 뒤집어쓴 피아노가 육중하게 놓여있다.
뒷문으로 새어드는 달빛.
상훈이가 키이를 꺼내 피아노의 뚜껑을 연다.
경애 왜 여태 피아노를 치시지 않으셨어요?
상훈 내겐 그럴만한 정서가 없었오.
경앤 내게 꿈을 불어넣어준 사람이야.
꿈꾸듯 의자에 앉아 심호흡을 하고 건반에 손을 얹는다.
울려나오는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듣고 있는 경애의 얼굴이 감동에 찬다.
무아경에 빠진듯 열심히 건반을 두드리는 상훈의 손.
경애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두사람의 얼굴에 새어드는 달빛.
한참 음악이 고조된다.
티없이 고아해 보이는 상훈의 얼굴.
경애는 흐르는 멜로디와 상훈의 인격에 취해 있다.
경애(소리) 저분은 우리 모녀의 은인이시다.
내가 할수 있는건 뭐든지 해야 한다.
어머니의 은인! 어머니의 은인!
홍여사 (소리) 너의 어머니 말씀이 그에게 딸은 준대두
그 신세는 갚을 수 없을께다라고 하셨단다.
상훈은 피아노에만 열중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 감도는 검은 고뇌는 숨길수가 없다.
이윽고 조용히 입을 여는 경애.
경애 선생님!
상훈 ........
경애 선생님! 술 한잔 주세요.
이대로는 앉아 있을수가 없어요! 네?
상훈 술? 경애는 언제부터 술을 즐겨 했지?
경애 오늘 밤부터요! 술이라는건 슬픈 심정을 곱게
보호해 주는것 같어요! 그리고 그 술잔에 내 한숨과
고민을 담어 한모금에 마실수 있어요!
상훈 (피아노 키를 멈추고)좋아! 주지!
하더니 데스크의 술을 두잔에 채워 경애에게
하나를 건네며
상훈 자아! 경애의 활짝 피는 내일을 위해서.
하고 잔을 쳐든다.
경애도 잔을 쳐들어 상훈의 잔에 부딪치곤
눈을 딱 감고 한숨에 마신다.
상훈은 이 광경을 귀엽게 보고 있다.
경애 선생님! 저는 내일 여길 떠납니다.
뭔지 허전해요! 이 허전한 마음을 술 한잔으로 메꾸어
보려는거예요!
상훈 핫하...귀여운 아가씨! 한잔으로 못메꾸게 되면 두잔!
두잔이 석잔! 이렇게 술이라는건 사람을 해치게 되는거지.
경애! 경애는 신경과민이예요!
경애 아녜요! 선생님! 하와이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나를 속이려는 태도예요!
아니 뭔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는것 같아요!
상훈 (가볍게 놀라며)비밀?
경애 그렇죠! 선생님도 이 순간까지도 검은 장막에 드리운
비밀을 간직한것 같어요!
상훈 ........... (괴롭다.)
경애 그렇죠? 제가 맞춰 볼까요?
상훈 말해봐.
경애 선생님은 헬렌이란 약혼자가 마음에 걸리는 거죠?
솔직히 말씀 하세요!
상훈 (의외이지만)글쎄...
경애 (뭣인가 결의에 찬듯) 선생님은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는거예요!
하더니 상훈이가 마시다 남은 술을 단숨에 들이키고
비틀거리며 침대쪽을 거닌다.
상훈 그건 오해야!
경애 오늘밤 여기서 잠재워 주세요!
전 선생님의 뜨거운 입김에 서린채 잠들고 싶어요!
마지막 이밤을 위해서...
하더니 옷을 활활 벗고 뿌라쟈와 팬츠 바람이 된다.
상훈은 가까이 갈수도 없고 마냥 선채로 어쩔줄을 모른다.
상훈 경애!
경애 경애라고 부르지만 말고 저를 힘껏 안어주세요!
상훈 그건 안돼! 그것만은...
경애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는거죠? 선생님!
제 허전한 가슴을 선생님의 뜨거운 입김으로 메꾸어 주세요!
하고는 한발자국씩 상훈 앞으로 다가선다.
상훈 경애는 어머니의 은혜를 자기의 몸값으로 갚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거야!
경애 (단호히)아녜요! 저는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어요!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는 숭고한 보람이라 생각해요!
하고는 조용히 흐느낀다.
이윽고 두사람 뜨거운 포옹이 길게 계속된다.
이때 요란스런 녹크소리.
경애 선생님! 누구 오셨어요.
상훈 내버려 둬.
더욱 요란한 녹크소리.
두사람 떨어져 선다.
상훈, 멈칫 손을 멈추고 귀를 기우린다.
(소리) 죠지! 죠지! 죠지 있나? 죠지 문 좀 열어!
상훈 아 아버님이 오셨군. 나가지.. 모든걸 이야기
할때가 왔나봐! 내가 지켜오던 모든 비밀을...
경애 전 아무것도 듣구 싶잖아요. 이대로가 행복해요!
상훈 괜찮다니까. 아버진 좋은 분이야.
(소리) 아 뭘하구 있어 죠지! 어서 문 열어요!
상훈, 옆방으로 간다.
숨을 죽이고 있는 경애.
#139 상훈의 방
상훈이 나와 방문을 연다.
들어서는 성균 다급하게
성균 죠지 큰일 났다! 광만이 아저씨가 위독해요!
상훈 네?!
성균 갑자기 열이 오르더니 숨이 거칠어진다.
웬만한 의사 보다 네가 나을것 같애서 이렇게 왔다!
상훈 부리나케 진찰가방을 챙긴다.
#140 동. 옆방
살며시 옆방의 대화에 귀를 기우리던 경애가 열려진
문으로 다가간다.
성균의 소리 그분을 살리 사람은 너뿐이야!
널 공부시키구 우릴 도와준 것두 그 아저씨가 아니냐?
어떻게든 살려다오.
상훈 알았어요 아버지. 흥분하시지 말구 먼저 나가 계세요.
경애 열려진 문틈으로 보이는 성균의 모습을 발견하자
소스라치게 놀란다.
경애 아니 저분이 선생님의 아버지...
그만 정신이 아찔해서 비틀거리듯 뒷걸음 치다가 도망치듯
뒷문을 열고 나간다.
#141 집뒤 사장
해변으로 통하는 사장.
경애가 비틀거리며 바다를 향해 달려간다.
맨발이다.
경애의 소리 아, 그이가 내 오빠라니?
엄마, 엄마. 난 어떡허면 좋아요?
울부짖으며 뛰쳐간다.
자기 정신이 아니다.
#142 동. 옆방
가방을 들고 들어서든 상훈 깜짝 놀란다.
텅빈 방 뒷문이 열린채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상훈 (가방을 던지고)경애! 경애!
불길한 예감에 경애를 불러보며 뒷문으로 뛰쳐 나간다.
성균이가 들어서며 방안을 둘러보다가
성균 뭐?! 경애? 너 아직 경애에게 아무 얘기 안했지?
상훈의 뒤를 쫓아나간다.
#143 강변 보트장(밤)
경애가 모터.뽀오트에 노없는 보트를 달고 엔징을 넣는다.
부르릉 심야를 울리는 엔징음.
포말을 남기며 먼 수평선을 향해 미끄러져 나간다.
뒤늦게 달려온 상훈이가 경애를 소리쳐 부른다.
상훈 경애! 돌아와요! 경애!
그대로 점점 멀어지는 뽀오트.
성균 (뛰어오며)죠지! 빨리 경앨 살려야 한다.
어서 뽀트를 ...어서!
근처엔 뽀오트가 없다.
상훈 해안을 미친듯 뛰어간다.
상훈 경애! 경애! (울음이다.)
점처럼 멀어져가는 모터 뽀오트.
#144 강위 폭포가 있는 곳(밤)
기세 좋게 질주해 오는 모터. 뽀오트.
#145 달리는 모터. 뽀오트 위(밤)
핸들을 쥔 경애의 얼굴이 죽음을 각오한 표정이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깊은 밤.
거센 강위.
뽀오트는 그대로 속력을 내서 달리고 있다.
선미에서 부셔지는 포말.
멀리 요란스런 폭포가 가물가물해 보인다.
경애 핸들을 놓고 줄에 잇다인 뒷 보트를 잠아당겨 옮겨탄다.
폭포를 향해 곧바로 달리는 뽀오트.
경애 언젠가 상훈에게 물려받은 어머니의 유품인
은장도를 꺼낸다.
은장도를 가슴에 대었다가 모터.뽀오트를 이은
밧줄을 끊어 버린다.
연결이 끊어지자 보오트에서 멀어지는 모터.뽀오트.
경애가 탄 보오트는 물결에 흔들려 폭포로 다가간다.
그대로 죽은듯이 뱃바닥에 누워버리는 경애.
보석 같이 뿌려진 하늘의 별자리가 좌우로 흔들린다.
#146 폭포
요란스런 폭포가 내려 퍼붓는다.
다가오는 경애의 뽀오트.
위기일발의 직전이다.
#147 상훈의 뽀-드
상훈이 탄 모터.뽀오트가 질주해 온다.
목이 터져라 부르는
상훈 경애! 경애! 경애!
#148 폭포 가까이
낙엽처럼 떠있는 경애의 보트가 다가온다.
멀리서 상훈의 보오트가 질주해온다.
상훈 경애! 경애!
목이 터져라 부른다.
#149 보트위
경애 죽은듯이 누워있다.
흔들리는 뱃전.
멀리서 상훈의 소리.
모터.뽀오트가 달려온다.
경애 벌떡 몸을 일으킨다.
상훈의 모터.뽀오트가 가까워진다.
상훈(소리) 경애! 경애!
경애 가까이 오지 마세요. 죽어버릴테예요.
상훈 경애, 아버지를 찾았어! 경애의 아버지를.
경애 가까이 오지 마세요!
상훈 경앤 오해하구 있는거야.
경애 거짓말! 거짓말예요!
상훈 경애!
경애 가까이 오지 마세요!
모터.뽀오트가 지척에 가까워지자 마침내 물속에 뛰어든다.
상훈 경애!!
부르짖으며 뽀트의 엔징을 끄고 재빨리 물속에 뛰어든다.
물속에 잠기는 두 육체.
물거품이 인다.
폭포는 지척에 있다.
#150 광만이 방(밤)
광만이가 침상에 누워 헛소리처럼 성균을
붙들고 애원하고 있다.
광만 여보게 어서 내 딸을 보여 주게나.
난 마지막일것 같으이 마지막으로 딸 얼굴이나 보구
죽어야겠네.
성균 사장님!
공만 자네가 내 대신 애비 노릇을 해줘서 고마웠어.
허지만 마지막으루...마지막으루... 꼭 한번만!
성균 염려 마십쇼 사장님! 우리 죠지가 경앨 데리구 올껍니다.
이때 도어가 열리고 물에 흠뻑 젖은 상훈과 경애가 들어선다.
성균 사장님 일어나십쇼. 사장님 따님이 왔습니다.
경애가 왔습니다.
광만 아니 어디? 어디에 내 딸이 있나?
멍해서 어쩔줄을 모르고 서있는 경애.
성균 경애야! 아버지라구 불러라. 이분이 네 아버지란다.
경애 ..........
광만 정말 그 애가 왔나? 없다구 그러게.
이 추한 꼴을 보이기 싫으이 끝까지 자네가 아버지 행세를...
경애 (못참을듯이)아버지!!
와락 뛰어들며 광만을 포옹한다.
광만 (뿌리치며)난 아버지가 아니라오.
나같은 몸이 어떻게 이쁜 아가씨의 아버질 수 있겠소? ...
아가씨의 아버지는 따로 계실꺼요.
경애 아버지! 그러시지 마세요! 얼마나 보구 싶었던 아버지라구
그런 말씀을 하세요?
광만 정말 나같은 놈에게 아버지라구 불러 주겠오?
고맙소. 고마워.
경애 아버지! 정신 채리세요! 그리고 제 얼굴을 보주세요.
희멀건 광만의 눈은 촛점을 잃은채 허공을 방황하고 있다.
광만 덥썩 경애의 손을 거머쥔다.
광만 보이진 않지만... 이 손을 봐두 네 얼굴이 보이지.
어쩌면 이 손이 이렇게 부드럽냐...꼭 네 어밀 닮았구나...
어디 얼굴을 좀 만져보자! 언젠가 널 멀리서
바라본적이 있어.
경애 아버지!
광만 오...내 추측대로 이쁜 얼굴이구나...
경애라구 그랬지?
경애 녜 경애예요. 엄마가 지어준 이름이예요.
광만 오냐! 엄마는 죽을때도 외롭게 죽었지.
경애야... 날 용서해 다구! 용서해 줄수 없겠니?
이 애비는 나쁜 사람이었어.
경애 아버지.(오열하며)용서해 주구 말구요....
엄마두 용서하실꺼예요.
광만 (미소를 지어 보이며)경애야! 고맙다! 날 네 어머니
무덤 옆에다가 묻어 줄수 없겠니?
비록 너의 어머니는 나를 버렸지만...
내가 이렇게 반신불수가 됐다구...
경애 (알수 없다는듯 성균을 보며)아니....어떻게 어머니가...
성균 머리를 끄덕이며 긍정한다.
경애 아버지 가엾은 아버지 아버진 살아야 하세요.
공만 오냐! 내 육신은 죽어도 마음만은 죽지 않는다!
아, 고향 하늘이 보이는구나! 구수한 흙냄새가 나는구나!
난 고향에 돌아갈 수 없었어...고향이 그리웠어도 갈 수
없었어... 네 엄마와 함께 부르던 노래가 생각나는구나!
(노래 부른다.)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날...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적에...어여쁘신 아가씰들...너를 반겨 울었도다!
주루루 광만의 볼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행복감에 젖어 있다.
경애 아버지!
광만 (호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주며)너에게 줄거라군...
이것밖에 .... 없구나. 열어 보아라.
경애 딱지를 뗀다.
거기 어머니의 사진.
경애 아버지!
그러나 광만은 숨져 있다.
경애 아니 아버지?!
상훈이가 맥을 짚어보고 눈을 감겨 준다.
성균 그렇게두 그리워하든 딸이 찾아 왔는데 죽어버리다니.
경애, 너무나 벅찬 슬픔에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어 나간다.
뒤따르는 상훈.
#151 와이키키 해변(심야)
경애가 달려와 바다를 향해 모래 위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경애 (울부짖듯)어머니. 어머니.
파도만 칠뿐 허공은 아무런 대답도 없다.
경애 어머니. 아빤 나쁜 사람이 아니었어요!
아빤 좋은 분이예요. 아빤 좋은 분이예요.
상훈이 다가와 경애를 감싸 안아 일으킨다.
와락 상훈의 품속에 뛰어들며 설움이 폭발하는듯
마구 오열하는 경애.
상훈, 측은한듯 어깨를 도닥거려 준다.
상훈 인젠 모든걸 알었겠지! 비밀이란 이렇게 알고나면
아무것두 아닌거야! 자아 용기를 내야지..
경애 인젠 모든걸 알았어요!
어머니의 죽음도 아빠의 고민도...그리고...
상훈 그리고?
경애 선생님의 마음도...
두사람 힘껏 껴안는다.
상훈 나두 경애와 같이 한국에 가게 됐어!
국제의료회의가 앞으루 당겨졌어!
경애 어머나 선생님.
두사람 다시 길게 포옹한다.
#152 창공
날으는 계휴가 멀어진다.
요란한 폭음을 남기고
여기 주제가가 깔리며 엔드.마아크가 떠오른다.
(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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