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一映畵株式會社 作品
製作 : 黃義軾
企劃 : 趙天石
脚本 : 洪恩遠
監督 : 李鍾璣
撮影 : 黃基泰
照明 : 吳英權
美術 : 洪性七
音樂 : 崔亨來
小品 : 李 伯
스틸 : 李泰植
製作部長
캬스트
권희순 (32세) ---------------------- 이경희
김동식 (37. 희순의 남편) ------------- 허장강
진수 (9. 아들. 초등학교3년) ---------- 박종훈
진희 (5. 딸) ---------------------- 이지연
길숙정 (38. 동식의 정부) ------------- 도금봉
서미란 (19. 숙정의 딸. 여대생) -------- 조영일
허지홍 (22. 미란의 보이프랜드) -------- 허 홍
이경옥 (9. 진수의 동무) -------------- 김사라
경옥엄마 (40.) --------------------- 이민자
이응주 (42. 경옥의 아버지) ----------- 전창근
박서방 (36. 경옥의 집. 머슴) ---------- 조 항
현마담 (37. 요정 일심정) ------------- 황정순
윤중도 (37. 일심장. 손님) ------------ 장 훈
분 이 (숙정의 집. 식모) ------------- 김옥경
이선생 (진수의 담임선생) ------------- 김영주
여주인 (희순의 식모살이 집) ----------- 전 숙
남주인 (희순의 식모살이 집) -----------
여주인의 친구 (희순의 식모살이 집) ----- 김정옥
오사장 (일심장 주객) ---------------- 이 용
협잡배 1 -------------------------
협잡배 2 -------------------------
중년남자 -------------------------
중년여자 -------------------------
동식의 친구 -----------------------
구두닦이 소년1
구두닦이 소년2 --------------------
인 부 ---------------------------
의사 1 ---------------------------
의사 2 ---------------------------
간호원 1 -------------------------
간호원 2 -------------------------
복덕방 노인 가 --------------------
복덕방 노인 나 --------------------
복덕방 노인 다 --------------------
주객 1 --------------------------
주객 2 --------------------------
주객 3 --------------------------
기타
#타이틀 빽
-학교 운동장-
(유쾌하게 놀고 있는 초등학교 아동들의 모습 이모 저모-)
-서울교외 어느 초등학교 앞-
(쏟아져 나오는 아동들-
그 가운데 섞여 다정하게 얘기를 주고 받으며 나오는 3학년생 김진수와 이경옥(9세))
-갈림길-
(같이 걸어오던 진수와 경옥은 여기서 헤어진다)
-곧은 길-
(진수가 가방을 덜럭거리며 걸어온다)
(여기까지 스턮·캬스트의 소개가 끝나면-)
#1 어느 골목
(골목에서 훌쩍 훌쩍 울고 있는 진수의 동생 진희(5세)-
저만치 진수가 진희를 발견하고 달려와서)
진수 진희야!너 왜 우니 누가 때리데?
(진희는 고개를 저으며 그냥 운다)
진수 너 엄마한테 야단 맞었구나?
진희 아냐. 아빠가 와서 엄말 때릴려구 해!
진수 뭐
(하는 진수의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스쳐간다)
진희 오빠 들어가믄 야단맞어!
(진수는 아무말 없이 집앞으로 걸어간다)
#2 진수의 집안
(가시 울타리에 초라한 대문-
삯바느질 합니다- 라고 씌여 있는 문을 열고 마루 있는 곳으로 다가가는 진수-
여기에 진수의 아버지 김동식(37세)의 술취한 노성이 울려나온다)
동식 (소리) 그러니 어쩌란 말야 예편네가 남편 하는 일에 도움은 못될망정 바가지 긁는 지
랄은 어디서 배워먹은 지랄이야 지랄이!
(진수의 엄마 희순의 소리는 가냘프게 애원하는듯-)
희순 (소리) 여보! 살려구 아무리 바둥바둥 애써봐야 삯바느질 나부랭이 가지군 아이 학비
두 제대루..
동식 (소리) 닥쳐! 누군 살려구 애쓰지 않는줄 알어?
(진수는 가방을 가만히 마루에 놓고 밖으로 나간다)
#3 그집 방안
(초라한 방안-)
동식 (혀를 차며) 초상 났어? 울긴 왜 울어! 집구석에 들어와야 만날 이 꼴아지니 어떤 시
래비 아들놈이 집에 들어오구싶단 말이야!에이 그저 그놈의 자식새끼들만 아니면...
(곧은 가름자 쪽머리를 숙이고 희순은 치맛자락으로 눈물을 찍는다)
#4 나무그늘 밑
(진수와 진희는 처량하게 앉아 있다)
(그 주분에 무성한 클로바-)
진수 (그 이파리를 헤치며) 진희야 봐! 이 이파리는 모두 세 개씩이지 이 가운데 잘 찾으면
네 개 달린 이파리가 있어!
진희 어디? 모두 세갠데 뭐
진수 아니야 열심히 찾으면 네 개짜리가 있어!
진희 그까짓거 찾으면 뭘해!
진수 바보! 그거 찾으면 행복이 오는거래!
진희 행복? 그게 뭐야?
진수 저 (막힌다)저 말하자면 재봉틀 같은게 생겨서 엄마가 밤새도록 바느질 안해두 된단말
이야
진희 정말? (눈이 빛난다)
진수 그럼! 찾어봐 우리 누가 먼저 찾나 내기할까?
진희 그래 하나 둘 셋!
(둘은 열심히 찾는다)
(진희의 조그만 손이 잎을 헤친다)
(진희의 눈이 빛난다)
진희 오빠! 찾었어
진수 (다가오며) 어디?
진희 이거 아냐?
(진수가 그잎을 꺾는다)
진희 내꺼야!
(얼른 그것을 빼앗아 들고 가만히 들여다 본다)
(금시 행복이 올것같은 진희는 지긋이 눈을 감고 뭐라고 입속으로 말한다)
(이상한 듯이 바라보고 있는 진수-진희가 눈을 뜬다)
진수 너 뭐했니?
진희 나 빌었다.
진수 뭐라구?
진희 우리엄마 불쌍하게 하지말라구
진수 진희 착한데... 엄마말 잘 들어 응?
이담에 오빠가 또 창경원 구경 시켜줄게..
진희 그전에 엄마랑 아빠랑 갔댔다. 코끼리도 있구 사자도 봤어!
진수 그래 그때 나두 갔지 그지?
진희 응! 저쪽이지? (하고 가리키자-)
진수 아냐 이쪽이야 (진수가 가리키는 하늘에 뭉개구름이 둥실 떠 있다)
#5 혜화동 근처
(욱어진 가로수 밑을 하학하는 주택가의 날씬한 국민학교 아이들-)
(그 옆을 스쳐 하이힐의 여인 서미란(20세) 지나간다)
#6 길숙정의 집앞
(미란은 걸어와 길숙정이라고 박힌 문패의 왜식 건물 대문을 열고 들어간다)
(대문에 달린 종소리가 요란하다)
#7 숙정의 집 뜰과 마루
(마루에 앉아 신문을 일고 있던 숙정(38세)은 부엌쪽을 향해 소리친다)
숙정 얘! 분이야! 현관에 나가봐라!
분이 (소리)네!
(미란 힐소리를 또박또박 내며 마루쪽으로 걸어온다)
숙정 웬일루 미란이가 이렇게 일찍 들어오니?
미란 응! 나또 나가야해! 옷갈어 입으러 들어왔어!
숙정 넌 만날 무슨 볼일이 그렇게 많니?
미란 우리 피차에 그런거 묻지 않기루 했잖어
숙정 저런 미친년! 에미가 안물으면 누가 묻니?
미란 (흘기며) 엄마 바람마나 알바이트 홀에 쏴다닐때 언제 나하네 보고 하구 다녔어
숙정 온 저년 주둥아릴 그냥
(또 종소리가 난다)
숙정 (화가나서) 얘 분이야 어서 나가봐
분이 (소리) 네-
미란 나 돈좀 줘 엄마!
숙정 아니 벌써 그돈 다 썼니?
미란 오백원이 어디 돈이야?
숙정 뭐? (쏘아본다)
미란 (태연하게) 빨리
분이 (안쪽에서 나타나며) 아저씨 들어오셨어요.
(숙정 안으로 들어간다)
미란 (안쪽을 힐끗보고) 흥!
(구두를 벗고 마루로 올라선다)
#8 숙정의 방
(옷을 벗어 거는 사나이-)
숙정 (들어서며) 여보! 오늘은 늦으셨구려 그래 일은 잘됐우?
(돌아서는 사나이는 동식이다)
동식 응! 삼사일 더 기다려야겠어
숙정 아니 또 삼사일이유
(뾰루퉁해서 양복장 앞으로 간다)
#9 미란의 방
(속옷바람에 장문을 열고 입을 옷을 골르고 있는 미란)
숙정 (들어서며) 에따 돈 좀..
미란 (받으며) 애껴써라 이말이지?
숙정 늦두룩
미란 숙정 쏴다니지 말구
(미란 피식 웃는다)
#10 진수의 집 앞
(어두워진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는 희순)
(저만치 아이들이 엄마를 발견하고 달려온다)
진희 (희순의 치맛자락에 매달리며) 엄마 나 말이야 행복 많이 찾었다
희순 (웃으며) 뭐 행복?
진희 이것봐! (네잎 클로바 여나문개를 손에 쥐고 있다)
진희 이거 병에 꽂아 놔!
진수 바보야 그건 책갈피에 넣어두는거야!
진희 (금시 시무룩해지며) 엄마 난 책 없는데 뭐
희순 왜 없어! 오빠 일학년때 쓰던 책 엄마가 진희 줄라구 놔뒀는데..
진희 아이 좋아라!
(희순의 손을 잡은 진희는 깡충 깡충 뛰며 집으로 간다)
#11 서울 시가 전경
(네온이 곱다)
#12 독탕 실내
(탕에서 나온 숙정을 슈미-즈 바람으로 경대 앞에 앉아 화장을 하고 있고 동식은 숙정에게
안마를 해주고 있다)
동식 당신 피부가 점점 고와지는데
숙정 그래요 (좋아서) 여보! 여기도 좀
(하고 천천히 누으며 허리쪽을 가리킨다)
동식 응. 알었어 여기 말이지?
숙정 아니 좀 아래!
동식 그럼 여기
숙정 맞었어요. 아유 시원해
(숙정의 풍만한 육체의 굴곡이 들어난다)
숙정 (정욕적인 목소리) 여보!
동식 음
숙정 당신 일 잘되면 보약좀 자셔야겠어요.
동식 전번에 인삼 대렴거었잖어
숙정 아이 그까진 인삼 가지구 돼요. 해구가 좋다는데..
동색 뭐 해구?
숙정 아이 아시면서 아 옷또세이 말이에요.
동식 (빙그레 웃으며) 그건 잡을수가 없잖어
숙정 왜요.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있대요.
#13 진수의 집 방
(머리맡에 1학년 국어책을 놓고 진희는 곤히 잠들어 있다)
(진수는 엎드려 읽든 책을 덮으며-)
진수 엄마두 이젠 자아!
희순 응 조금만 더 하구
(바느질에 여념이 없는 희순)
F.O
#14 진수의 집 앞
(가방을 든채 담에 기대고 땅만 내려다 보고 있는 진수)
희순 (달래며) 진수야 어서 가봐 지각한다니까
진수 ....
희순 (애원하듯) 이따가라두 바느질값 들어오면 엄마가 학교루 가지구 갈께 응.
(진수 마지못해 내키지 않는 걸음을 옮긴다)
(다 떨어져 가는 운동화)
#15 숙정의 집 마루
(번쩍 번뻑하는 구두가 놓인다)
(동식 내려서며 구두를 신는다)
숙정 집의 돈은 닥닥 긁어서 다 내가구 당신 돈 들여온다는건 언제유
동식 글쎄 또 아침부터 바가지야 재수 없게
(동식 서너발 걸어나가자-)
숙정 여보!
동식 왜 그래 또!
숙정 이리 좀 와봐요. 잔드엥 뭐 붙었어
동식 난 또 뭐라구
(도루 다가와 돌아선다)
(숙정은 실뽀푸라지를 떠어주며 목에다 키스를 한다)
(안쪽에서 잠옷바람으로 보고 서 있던 미란은 더러운듯이 얼굴을 돌리며 사라진다)
#16 진수의 교실
(진수와 경옥이가 책상 사이를 돌며 아이들에게 돈을 걷고 있다)
(경옥이 이선생앞에 다가가 걷은 돈을 내 놓으며-)
경옥 심경자. 유동희. 오순옥. 이진영 네 사람은 못가져 왔대요
이선생 (돈을 세며) 음
진수 (민망한듯이 다가오며) 선생님 저어...
이선생 (얼핏 눈치채고) 알았어!
(진수. 걷은 돈을 내놓고 고개를 숙이고 섰다)
(그 머리를 어루만져 돌려주며-)
이선생 자아 오늘 못가져온 학생은 될수 있는대루 이주일 안으로 가져오도록 하지!
학생들 네!
(진수가 꾸벅 절을 하고 제자리로 간다)
(경옥도 제자리로 발을 옮기며 무척 동정하는 눈초리로 진수를 바라본다)
#17 교실안
이선생 그럼 오늘은 선생님이 집에와서 숙제 해 오라는거 알고 있지요?
학생들 네!
이선생 그리고 길 건널때 자동차 조심해서 가요!
학생들 네!
(진수 일어나서)
진수 경례!
(하자 개구쟁이들은 왁짝거리며 교실을 뛰어나간다)
(진수의 짝 미라가-)
미라 진수 너 돈 못가져 왔지?
진수 울엄마가 있다가 가져 온댔어.
미라 엣어 이거 선생님 갔다 드려!
(하고 백원 한장을 책상위에 놓자-)
진수 싫어 내가 거지야!
미라 얜 누가 거지랬니 이건 하느님이 주신거야
(하고 기도를 올리자 경옥이가 이 광경을 보고 낄낄거린다)
#18 진수의 집 방안
(바느질을 하고 있는 희순-)
여인 (소리) 여보세요.
(하는 소리에 희순 일거리를 놓고 일어서서 밖으로 나간다)
#19 그집 뜰안
(중년남녀가 이곳 저곳 기웃거리고 있다)
(마무로 나서는-)
희순 누굴 찾으시죠?
중년부인 집좀 보러왔는데요
희순 네?
중년부인 이집 판다면서요?
희순 (어처구니 없어) 아. 아뇨
중년남자 아 이집이 김동식이란 분 댁이 아닌가요?
희순 그런데요?
중년남자 그럼 틀림없군
희순 저어 김동식이라는 분이
(중년남녀는 희순에게 관심 없다는듯 이구석 저구석 들여다 보며-)
중년부연 여기다 닭장을 치면 되겠군요
(중년남자는 안방을 기웃거리며-)
중년남자 방이 누추한데 도배를 해야겠어
(희순은 그저 멍청하게 서 있을 뿐이다)
O.L
(목재와 철강을 실어다 놓는 인부-
희순의 얼굴에 노기가 돌며-)
희순 우리 삼모자를 내쫓는다는 건가요
인부 저야 뭘 압니까 매매가 끝난집에 손질하러 온 죄밖에...
(희순 바응로 달려 들어간다)
(기침소리와 함께 동식 들어선다)
동식 여보!
(희순 저고리를 갈아 입고 나오다가 동식을 보자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동식 (올라서며) 바응로 들어가지
희순 어쩌면 어쩌면 한마디 상의도 없이 당신은...
(말을 잇지 못한다)
동식 들어가서 내말 좀 들어봐요
희순 당신두 너무해요!
(동식은 희순의 등을 밀고 안으로 들어간다)
#20 진수의 방안
(들어선 동식 역시 약간의 양심은 남은듯 망서리다가 비굴한 말투로-)
동식 당신 아다시피... 내 사업이 잘 안된단 말이야 나두 양심은 있는 놈이니까 무척 생각해
서 한 일이야 일만 잘되면 시내에 고래등 같은 양옥집 사줄꼐
희순 고래등 같은 양옥집 저는 바라지 않어요..
자식들하구 그저 여기서..
(흐느낀다)
동식 그래 그래 알구 있다니까 자아 이것 가지구 삭을 셋방이나 하나 구해 보도록 해!
(주머니에서 돈다발 한뭉치를 꺼내 희순에게 쥐어주려 한다)
(희순은 그냥 그자리에 엎드려져 운다)
(옆에 떨어진 돈뭉치)
동식 (소리)자 내속좀 작작 썩이구!
O.L
#21 어느 복덕방 앞
노인 최하 돈 만원 아니고는 방 구하기 힘들겁니다.
(고개를 떨구며 돌아서는 희순-)
#22 다른 복덩방
(고개를 젓는 노인2-)
(시름없이 돌아서서 나오는 희순)
#23 어느 판자촌
(초라하기 짝이 없는 판자집에서 나온 희순이가 복덕방노인3에게 돈을 치르고 있다)
#24 서울 번화가
(노상에 벌려놓은 어름냉차 장수가 시세를 올리고 있다)
(동식 걸어와 땀을 씻으며 허둥지둥 다방안으로 들어간다)
#25 茶房 안
(들어선 동식은 한바퀴 다방 안을 훑어 보고 한구석으로 다가간다)
(한쪽에서는 보이 프렌드 허지홍과 소근거리고 있던 미랑은 동식을 발견하자 싹 몸을 돌리
며-)
미란 아이 재수없어
지홍 뭐야 왜 그래?
미란 꼴두 뵈기 싫은게 들어와서 그래
지홍 어떤 놈팽인데?
미란 우리 거룩하신 엄마의 이거야
(하며 새끼 손가락을 세운다)
지홍 (엄지를 세우며) 이거겠지?
미란 헤- 여자꺼 뜯어먹구 사는데두 이거야 (하며 엄지를 세운다)
지홍 핫하하.. 기생충이군 그래 그럼 이거지 (하며 새끼 손가락을 세운다)
미란 나가! 기분 잡쳤어!
(미란은 벌떡 일어나 나간다)
(뒤따르는 허지홍-
동식은 구석자리에서 협잡배 같은 남자 두어명과 머리를 맞대고 얘기를 주고 받는다)
동식 어떻게 오만원으로 안될까요?
협잡1 에이 여보슈 서울 그만한 자리에 오만원짜리 가게가 어디 있단말이요. 칠만원이라도
거접니다 거져요!
협잡2 갑자기 돈 쓸데가 있어 그렇지 그렇잖으면 십만원은 문제 없읍니다.
협잡1 돈은 가지고 나오셨우?
동식 ...(옷주머니를 잠??? 눌러보인다)
협잡2 우선 계약조루 그거라두 내놓슈 들어올때 이만원 잔금치루기로 하구
동식 (망서리다가) 그렇게 되면 물건 들여 놀 돈이 모자라는데..
협잡1 앗따 이양반 욕심이 대단하군 서서히 벌면서 불려 나가면 되잖소!
(동식은 주머니에서 수표 몇장을 꺼낸다)
#26 茶房 앞
(안에서 동식과 협잡배 1.2가 나오며-)
동식 그럼 부탁하게씅ㅂ니다
협잡2 염려 마십시요!
(하고 악수를 하고 헤어진다)
협잡 (힐긋 뒤를 돌아보고) 헷헷헷 요새 세상에도 저런 어리석은 작자가 있다니까!
협잡2 저런게 있으니까 우리같은 사람이 살아가는거 아냐!
협잡1 저런 작자를 믿고 사는 여편네 자식들이 불쌍하지!
협잡2 이것봐 남의 등 쳐먹고 사는 우리가 저치 동정하게 됐어 하하하..
(협잡1도 따라 웃는다)
#27 어느거리
(지쳐서 걷고 있는 희순의 발이 멈춘곳에 이동노점이 있다)
(꼬치안주·소주·막걸리·국수라고 쓰여있다)
(희순은 그 앞을 왔다 갔다 하다가 이윽고 결심한듯이 안으로 들어간다)
O.L
#28 판자집 앞
(이동노점을 만들고 있는 희순- 그 옆에서 진수가 도우고 있다)
#29 茶房 앞
(어깨를 쳐뜨리고 나오는 동식-)
동식 이런 죽일놈들 내가 속았구나!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다가 휘청 휘청 걸어가는데 어깨를 치는 손에 깜짝 놀라선다)
친구 아니 동식이 아닌가?
동식 여 길만이 오랫만이군 (하며 손을 내민다)
친구 (악수를 하며)아니 뭘 하길래 사람도 몰라보구 다 죽은 얼굴하고 가나?
동식 (한숨)뭘 좀 해볼까 하구 누구한테 돈을 좀 줬더니 사기를 당하고 말았어
친구 핫하.. 이사람 자넨 안변했군 옛날 그 버릇이 그대루 있으니 말이야 요즘 세상이 어떻
게 돌아간다구 왜 그렇게 남을 믿지?
동식 집 판 돈인데 큰일 났어 여편넿나테 바가지 긁힐 생각을 하니
친구 사정이 딱하군 오래간만에 만났으니 우리 대포나 한잔 하지!
O.L
#30 노점안
(허수룩한 손님이 국수를 먹고 나간다)
희순 고맙습니다. 또 오세요.
(하고 그릇을 치우는데 술에 취한 동식이가 비틀거리고 들어서며-)
동시 술 있오?
희순 어서오세요. (하다가 눈이 둥그래서 쳐다본다)
동식 소..소주 한잔 (하며 걸상에 털석 주져 앉는다)
희순 여보 당신이
동식 (그제야 희순을 보자)아니 다..당신은..
희순 자식들 하고 먹고 살자니까 별 수 없더군요..
이짓이라도 해야지..
동식 흥! 이짓 하기전에는 누가 굶겼다는거야
계집년이 방이나 한칸 얻어 가지고 자식새끼들이나 키우고 있을것이지..
희순 돈 만원 가지고 방이나 한칸 달랑 얻어 있으면 당장에 세식구 굶을 판이니 어떡해요.
동식 누가 굶긴댔어? 계집년이 이렇게 지지리 궁상만 떨고 있으니까 사업이 될게 뭐야!
희순 진희아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누군 이짓이 하구싶어 하는줄 아세요.
동식 너같이 무식한 년을 얻어 사니까 내일이 잘 안된단 말이야 에유 이걸!
희순 하면 다 말인줄 아세요. 저도 애들만 없으면 마음이 달라졌을지 몰라요!
동식 아니 이게 누굴 훈계를 하나 그래 애들만 없으면 새서방이라도 얻어 가겠다는거야!
희순 진희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어요.
동식 에이 썅년 남편이 나가서 얼마나 고생 하느냐고 위로는 못해줄 망정 뭐 어쩌구 어째!
(하면서 닥치는대로 집어던진다)
희순 (피하며)뭘 잘 했다구 부시는거에요!
동식 이년아 좋은놈 있으면 당장에 따라 가면 될게 아니야 왜 날 못잡아먹어 지랄이야! 응!
(하면서 희순의 뺨을 호되게 갈긴다)
(진희가 동식에게 매달리며-)
진희 아빠 엄마 때리지 마!
동식 (휙 뿌리치며) 저기 가! 너이들때메 내가 이 고생을 하는거야!
(진희가 저만치 나가 떨어져 운다)
동식 (나가며) 남편의 얼굴에 똥칠을 해도 분수가 있지 당장에 걷어치우지 않으면 불을 싸
지르고 말테니까 알아서 해!
(하고 비틀거리고 나간다)
(희순은 우는 진희를 껴안고 그만 통곡이 시작된다)
(이때 진수가 숨이 차서 들어오며)
진수 엄마! 빨리 집에 가봐 무허가 판잣집은 다 헐리게 된대!
(하다가 엉망이 된 노점안을 보고 우울해진다)
희순 (그 소리에) 뭐 집이 헐게 돼?
(하면서 더 서러웁게 운다)
(진희가 와서 진수를 잡고-)
진희 오빠! 아빠가 와서 엄마 막 때리구 다 부시구 갔다.
(하면서 운다)
(진수의 눈에도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O.L
#31 목장
(목책위에 진수와 경옥이가 걸터 앉아 토마토를 먹고 있다)
(한입에 벌여 물고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진수-)
경옥 (먹고 힐긋보고) 진수야 왜 안먹니? 너네 동생 줄꺼 집에 많이 있다.
진수 응!
(대답을 하는 눈에 눈물이 글썽하다)
경옥 왜 그러니?
진수 아무것도 아니야
경옥 응! 진수야 말해봐!
진수 (숙인채) 나 어쩌면 학교 그만 둘지 몰라
경옥 아니 왜?
진수 (돌아서며)집이 없어져 무허가 집이라구 헐린데..
경옥 어마 그럼 어디루 가니?
진수 글쎄 나두 몰라!
경옥 (몹시 충격을 받은듯) 우리 아버지한테 얘끼해서 너 우리집에서 학교 다녀!
#32 학교 교정
(이선생 심각한 얼굴로 서 있다)
희순 (울면서) 제가 배운것도 없구 똑똑치 못해서
이선생 원 별말씀을 다 하세요.
희순 아무리 생각해 봐두 별도리가 없어요. 내일이면 집은 헐리우고 당장 갈떼가 없으니 전
식모살이라두 가기로 하구 아이들은 시골 제 친정으루 보내야겠어요.
이선생 진수를 시골에 보내긴 정말 애석한데요. 무슨 도리가 없을까요? 제가 힘이 될수 있
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어요.
희순 괜히 선생님께 걱정만 드렸나봐요
이선생 별말씀을 다하세요 (길게 한숨을 내쉰다)
#33 목장집 마당과 마루
(경옥의 아버지 이응주가 마당 한구석 우물앞에서 세수를 하고 있다)
경옥 (아양을 떨며)응 아빠!
응주 (끝마치고) 뭐야 (일어서며)아버지 요새 골머리 아퍼 죽겠는데...
경옥 (들고 있던 수건을 얼른 내밀며)아이 참 우리반 반장 김진수 말이야
응주 (다가오며) 오! 그래! (돌아선다) 그래 걔가 어쨌다구?
경옥 (기가 막힌다는듯) 걔네집이 헐려서 학교에 못다닌다구 시골 간대
응주 (걸어오며) 음!그래서!
경옥 우리집에 같이 좀 있게 해줘 응 아빠!
응주 (의자에 앉으며)뭐? (이때 경옥 모 쥬-스 쟁반 들고온다)
경옥 아이 속상해 (돌아보고) 엄마아!
(하고 구원을 청한다)
(마루에서 밥상을 챙기고 있던)
경옥엄마 (웃으며) 아버지가 요즘 사업이 잘 안되셔서 금이야 옥이야 하는 경옥이 말두 제
대루 안들리시는가 부다.
(이때-)
이선생 (들어오며) 실례합니다.
경옥 (뛰어가며) 선생님!
경옥엄마 어머나 이선새님이 웬일루 여길 다 오셔요?
이선생 김진수라는 애의 사정이 ?해서 상의좀 할까 하구서요.
경옥엄마 어마 그렇지 않어도 경옥이가 지금 아버지한테 사정을 하던 중인데 마침 잘 오셨
군요. 자 올라 가시죠
이선생 그럼 잠깐 실례하겠읍니다.
#34 진수의 방
(더욱 초라한 방-
희순의 정성어린 마지막 저녁상 앞에 둘러 앉은 세모자)
진희 오늘은 내 생일이야 엄마? 돼지고기도 있구 생선도 있다.
희순 어서 먹어
(하는 희순에 눈에서 눈물방울이 뚝 떨어진다)
(진수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지며 젓갈을 놓는다)
희순 진수야 너도 어서 먹어
(아무 대꾸도 없이 숙으린 진수의 눈에서도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열심히 먹고 있던 진희 그제야 진수와 희순을 번갈아 보고-)
진희 오빠 엄맣나테 야단 맞었어?
희순 아아니(한숨)
진희 근데 오빠 왜 울어? 밥 안먹구
(난처한 희순의 얼굴- 이때 들려오는 경옥의 소리-)
경옥 (소리) 진수야!
#35 판자집 앞
(경옥과 경옥엄마가 서있다)
(밖에 나온 진수 두사람을 보자-)
진수 엄마 좀 나와 봐! (경옥 엄마를 보자 꾸벅 절을 하며) 좀 들어오세요.
#36 마루와 부엌
(진수를 따라 들어오는 경옥 엄마와 경옥-
안에서 나오는 희순과 마주친다)
희순 (인사하며) 아유 이렇게 누추한델... 늘 폐만 끼치면서 한번두 찾아가 뵙지도 못했어요.
경옥 뭘요. 틈이있는 제가 찾아와 뵈야 할걸
경옥 진수야! 너 우리집에서 나하고 같이 학교 댕겨 응?
(밥숟갈을 든채 나와서 바라보던 진희 네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진희 (울듯이) 싫어 싫어이 오빠 가믄 난 싫어!
경옥엄마 진수 동생이군요. 아이 귀여워라!
경옥 그지? 엄마 이름이 진희야!
경옥엄마 (눈물이 글썽해서) 진희야 이거 먹어 (싸들고 왔던 보재기를 끌른다)
(진희는 대답없이 골이 나서 있다)
경옥 엄마가 얘기해! (진희에게) 진희야 일루와 내 업어줄께!
(진희는 마지못해 거렁와 경옥의 등에 업힌다)
(경옥과 진수는 밖으로 나간다)
#37 진수의 판자집 앞
경옥 진수야 나 우리 아빠한테 네 얘기했다 그랬더니 너 집에 데려다가 같이 공부하래
진수 ....
경옥 이선생님도 우리집에 너때메 오셨댔다. 난 네가 없어지면 학교 가기 싫어질것 같애
진수 내가 없으면 네가 반장이 되잖어
경옥 난 부반장이 좋아 선생님도 너 학교 못나오게 되면 참 섭섭할거라고 하셨어
(진수의 눈에 눈물이 글썽하다)
#38 마루와 부엌
(울고 있는 희순)
경옥엄마 그렇게 하세요. 철없는 애지만 제간엔 퍽 고민하구 저이 아버지께 말을 꺼낸것 같
더군요
희순 단 두남맨데... 진희 혼자만 시골 데려가 두기는 너무 가엾어요.
경옥엄마 아니! 진수 어머닌 같이 안가세요?
희순 저까지 내려가 있으면... 애들은 다시 서울로 올라오지 못할것 같애요.
경옥엄마 저런... 쯔쯔쯔
희순 식모살이라도 해서 재봉틀이나 하나 작만하면 데려다 공부 시켜야죠.
(경옥엄마 한참 생각에 잠겨 있다가)
경옥엄마 이렇게 딱한 사정을 알게 된것도 무슨 인연가 분데 어떨까요. 진희까지 제게 맡겨
주시면
희순 온 별말씀을... 하나두 귀찮으실텐데 둘씩이나 어떻게..
경옥엄마 염려마세요. 친자식 같인 못해줄지 몰라두... 어린것들한테 무슨 죄가 있어요.
O.L
#39 목장집의 마루
(목장에 판해서 스톱하면 응주가 B.S 가 된다 - P.B 하면-)
응주 아무 걱정 마십시요. 여편에 칭찬은 팥부측에 든다지만 집 사람의 마음만은 무척 착한
사람입니다.
(마루끝에 조그마한 보따리 하나를 놓고 희순은 송구스럽게 앉아서-)
희순 (빽 놓으며) 이 은혜를 뭘루 다 갚겠어요. 적으나마 아이 학비는 월급 타는대로 보내
드리겠어요.
경옥엄마 (펄쩍 뛰며) 그런짓 하실려면 아예애들을 맡지두 않겠어요. 한푼이라두 저금을 하
세요 그저 애들은 엄마 품안이 제일 아녜요? 어서 벌으셔서 한시라두 빨리 아이들을 데려
가셔야지..
응주 여보! 얘기가 그렇게 되면 아이들 맡기기가 싫어서 하는 소리 같구려
경옥엄마 어마! 참 그렇군요 호호호..
(내외가 웃는 바람에 희순도 울듯이 따라 웃는다)
# 40 극장
(박이 춤추고 있다)
(진수·진희·경옥 셋이 손벽을 치며 웃는다)
진희 야! 신난다! 아저씨 또 태워줘
(인상이 좋지는 않으나 아이들한테는 곰같이 미련하고 순한 머슴 박서방이 아이들 앞에서
재롱을 떨고 있는 것이다)
(저편 길가에 나타난 희순과 경옥엄마를 얘기를 받고 지나간다)
(박서방은 얼른 방향을 돌려 앉힌다)
박서방 너이들 빙둘러 앉어 내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마
(하자 아이들이 옮겨 앉는다)
#41 극장 입구
희순 (목이 메어) 그럼 염치없이 두고 가겠어요.
경옥엄마 소식이나 자주 전하세요. (하고 목장쪽을 향해 아이들을 부르려 한다)
경옥엄마 얘
희순 저어 그냥 가겠어요. (얼굴을 보면) 진희가 울고 떼를 쓸까봐!
(경옥엄마의 눈에 눈물이 휙 쏟아진다)
경옥엄마 네! 알겠어요.
희순 그럼 안녕히 계세요. (울면서)
(돌아서 가는 희순의 뒷덜미가 가볍게 들먹인다)
(진희는 문득 누가 부르는드 입구쪽으로 돌아본다)
(저만치 걸어가는 엄마의 모습-)
진희 엄마아!
(하고 일어선다)
(소리치며 달려온다)
진희 나두가! 혼자가면 싫어
(희순 주춤선다)
(그소리에 발길을 멈추고 서는 희순의 착잡한 얼굴-)
(진수 뛰어와 진희를 잡는다)
진희 진희야!
(힐긋 돌아보고- 희순은 그냥 내빼다 시피 걸어간다)
진희 (뿌리치며) 싫다 엄마아 나두 갈래!
(가다가 돌뿌리에 걸려 넘어진다)
진희야 울지마!
(마구 울어대는 진희-)
진희 엄마!
(달려오는 진수와 진희. 희순도 달려간다)
(끌어 안는 삼모자)
진희 (엄마 가슴치며) 엄마 미워 혼자만 가구!
희순 아이구 어떻허면 좋으냐
(마구 희순의 가슴을 치며 운다)
(이 광경을 보고 저만치서 울고있는 경옥 모녀-)
희순 (맞으며) 진희야 엄마는... 돈 벌어서 재봉틀 살려구 그래! (눈물 씻으며) 진희하구 오
빠하구 행복하게 살려구... 진희의 책갈피속에 행복의 잎파리 있잖어!
진수 (눈물을 씻으며) 진희야 착하지 엄마 돈 많이 벌어 갖구 우리 데릴러 오는거야
진희 (일어나며) 정말-
희순 그럼 오구말구...
진희 (눈물 흘리며) 그럼 나 안울구 기다린다 엄마!
(희순은 돌아서 간다)
희순 그래 우리 진희 착하지.
(진희의 손을 꼭 쥐는 진수의 눈에도 눈물이 쏟아진다)
(희순 돌아간다. 진수와 진희 손잡고 가는 엄마를 쳐다본다)
(진수 진희 눈물이 왈칵 쏟는다)
진희 엄마아!
(희순 돌아본다)
진희 안녕!
(어느새 왔는지 박서방이 애들뒤에서 곰같은 주먹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목장에도 노을이 진다)
F.O
#42 거리 인써트
#43 어느 중류 가정 집안
(수도가에서 빨래를 하는 희순-
안에서 들려오는 여인의 소리-)
소리 진희 엄마!
희순 네-
(희순. 얼른 손을 씻고 안으로 들어간다)
#44 그집 내실
(나갈 차비를 한 이집 여주인과 그의 친구가 앉아 있다)
(희순. 들어선다)
여주인 나 좀 나갔다 와야겠는데 저녁에 대서 못들어 올지 몰라요. 주인 들어 오시면 외상
받어들이구 나 동창집 돐 먹으러 갔다구 여쭤줘요.
희순 네!
(희순은 빈 차그릇을 챙겨들고 나간다)
여주인 식모 두는 중 제일이야 말도 없구 모든 솜씨가 그만이구
(여주인 차못 만족하다)
친구 ... 그래! 난 제일 위험인물이라구 보는데
여주인 왜? (알았다는 듯이) 음 사람 속은 몰라두 손버릇이 나쁜 여자는 아닌것 같애
친구 이런 맹꽁이 부자집 딸은 이렇게 세상물정을 모른다니까! 너 저 여자 봤을 때 첫눈에
들었지?
여주인 호호호... 마음에 들었으니까 둔거아냐
친구 너의 집 식모 모두 몇이지?
여주인 뭘 새삼스럽게 식구를 묻니? 나하구 그이하구 진희엄마 밖에 더 있어!
친구 세 식구 뿐이지! 너 나가면 집에 누구누구 남니? 넌 비교적 외출이 잦은 사람인데..
(여주인의 얼굴이 핼쑥해진다)
#45 목장집 마당과 마루
(박서방이 자전거에서 내리며-)
박서방 (안을 향해) 아주머니 아저씨께서 서랍속에 서류하구 도장 갖다 달래요!
소리 알았어요
(이윽고 경옥엄마가 서류와 도장을 가지고 나오며-)
경옥엄마 아이구 이걸 잊어버리고 나가시다니 자 얼른 갖다 드려요!
박서방 (받으며) 요즘 아저씨도 고민이 많으신가봐요!
경옥엄마 증권인지 괜히 손을 대가지구 저렇게 걱정을 사서 하시잖우
박서방 아저씨께 따로 말씀 드릴껀 없으신가요?
경옥엄마 걱정하신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 마음을 넓게 가지시라구 해요
박서방 그럼 다녀 오겠읍니다 (하고 자전거를 탈려다 한곳을 보고) 아주머니! 저것좀 보세
요!
(경옥엄마가 눈을 돌린다)
(목책을 붙잡고 외롭게 서 있는 진희)
(그 넘어 저편에 어미소의 젖을 파고 들며- 엄매- 하는 송아지)
(경옥엄마의 눈이 흐려온다)
박서방 짐승두 에미가 좋다구 저렇게 안 떨어 지려하는데... 쯔쯔쯔
(박서방은 얼른 고개를 돌리며 자전거를 몰고 간다)
(경옥엄마는 진희 곁으로 살며시 다가 간다)
(진희의 얼굴에도 눈물이 고여 있다)
(가만히 진희의 등에 손을 얹고-)
경옥엄마 진희야- 아줌마하구 노래 부를까?
(진희는 눈물을 닦고 돌아선다)
경옥엄마 (돌아 서자) 얼룩소 노래 말이야! 봐! 엄마 소두 얼룩소구 송아지두 엄마 닮아서
진희가 요렇게 이쁘듯이 말야!
진희 아줌마 나 이뻐?
경옥엄마 그럼 이쁘구 말구! 우리 노래할까?
진희 응!
(진희와 경옥엄마는 손을 잡고 걸으며 노래를 부른다)
경옥엄마 진희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46 희순의 방
(식모의 방이다)
(희순은 빨래에 물을 축이고 있다)
(이때 남자의 소리-)
소리 (소리) 진희엄마!
희순 네!
#47 그집 내실
(남주인이 잠옷바람으로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희순은 문앞에 조심스럽게 앉으며)
희순 부르셨어요?
남주인 할 얘기가 좀 있는데 이리 들어 오우!
희순 무슨 말씀이신지 여기서 듣겠어요.
남주인 아 어려워하지 말구 이리 들어 오시우
희순 (난처해서) 아니예요.
(남주인이 이상한 눈초리로 걸어 나오며)
남주인 한집 식구 같은데 뭘 그렇게 어려워 하시오
(희순은 얼른 일어서서 차겁게 몸을 가눈다)
(이때 벨소리-)
희순 (살았다는 듯이) 아주머니가 오시는군요!
(하면서 뛰어 나간다)
남주인 빌어먹을! 하필 지금 돌아 올건 뭐야!
#48 대문 안
(희순 대문을 열며-)
희순 이제 오세요!
여주인 주인 양만 들어 왔우?
희순 네! 오늘은 일찍 들어 오셨어요.
여주인 (이상한듯) 그래요?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여주인이 사라지자 희순은 대문을 잠구고 먼 하늘을 쳐다 본다)
#49 목장 부근 언덕
(어두운 하늘-)
(진수와 진희가 먼 하늘을 쳐다보고- 엄마아! 하고 소리친다)
(그 소리가 사무치듯 멀리 멀리 퍼져 나간다)
(진수. 진희의 뒷모습으로-)
#50 희순의 방
(빨래를 개키고 있는 희순-
수심에 쌓인 그 얼굴-)
(인기척에 얼른 미소를 띄우고 빨래를 한편으로 걷운다)
여주인 (들어와 앉으며) 진희엄마! 이런말 꺼내는 날 욕하지 마우!
희순 네?
여주인 난 진희엄마가 참 좋았는데! 같은 여자끼리니까 이해가 갈줄 알지만...
희순 네... (체념하고 있다)
여주인 진희엄만 남의 집 살기에는 너무 이뻐요...
여자끼리 사는 집이라면 몰라두...
희순 알겠어요.
여주인 저어... 내 친구 한사람이 일심장이라구 요리점을 하구 있는데 사람을 구한다기에 월
급도 여기보다 낫겠구해서 얘기를 해 놨다우
희순 고맙습니다.
(하는 희순의 얼굴에 서글픈 미소가 떠 오른다)
O.L
#51 일심장 마담의 방
현마당 저렇게 이쁘니까 남편있는 사람이 왜 걱정이 안되겠어
(그 앞에 앉아 있는 희순은 현마담을 힐끗 힐끗 쳐다보고 고개를 숙인다)
현마담 (유심히 바라보며) 진희 엄마라구 했우?
희순 (모기만한 소리로) 네-
현마담 이왕에 이런데 연분이 있어 왔는데 당신 손님 앞에 나서 보면 어떻겠우?
희순 제가요(웃으며) 전 배운것도 없고
현마담 여중은 나왔다면서?
희순 네... 그래두 전 아무것도 몰라요. 그저 살림살이 밖에...
현마담 호호호... 그래두 돈 버는 길은 이 길이 제일 이라우... 식모살이 해 가지고 언제 집
마련 할라구...
희순 감불생심 왼채 집을 어떻게 바라겠어요. 그저 방이나 하나 얻구 재봉틀이나 하나 작만
하면 해요.
#52 유원지
(모노레일에 올라탄 미란과 지홍)
미란 나 요즘 엄마가 미워 죽겠어
지홍 이것 때문에?
(하고 새끼손가락을 세우자-)
미란 생각만 해도 불결해! 요즘 집에 들어가는게 꼭 송충이 발에 눕는 기분이야!
지홍 미란이! 우리 빨리 결혼 해 버릴까?
미란 미스터 허! 어른이 되고 싶어?
지홍 물론 난 미란이와 빨리 결혼 해서 행복해 지구 싶어!
미란 흥- 결혼하구 그리군 또 다른 여자를 얻구 그리구 그 자식에겐 또 나같이 저주를 받
고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
지홍 노! 네버 그럴리가 없지!
#53 숙정의 방
(동식. 숙정을 껴안고-)
동식 네버! 그럴리가 없나. 난 당신 없으면 이세상 헛사는거야!
숙정 입에 발린 소리 말어요.
동식 그렇게도 내말을 못 믿어?
(하면서 숙정의 입술을 더듬는다)
(몸을 비꼬며 교태를 부리는 숙정)
#54 목장집. 정자
(냉수를 떠놓고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고 있는 경옥엄마)
(그뒤에 경옥. 진수. 진희도 합장을 하고 있다)
#55 일심장 부엌
(식모틈에 끼어 열심히 김치거리를 씻고 있는 희순)
(이때 뽀이가 들어 오며)
뽀이 아줌마 누가 밖에 찾아 왔어요!
#56 일심장 庭園
(박서방이 처량하게 서 있다)
(행주치마에 손을 씻으며 나오는 희순은 박서방을 보자 저윽이 불안에 사로 잡힌다)
#57 목장집 정자
(달빛을 안고 희순과 경옥엄마가 무거운 얼굴로 앉아 있다)
희순 어쩜! 이 선생님 같은 훌륭하신 분이 그런 실패를 하셨을까요?
경옥엄마 (서글픈 미소) 아마 사업하군 인연이 없었든가봐요 도루 대학에나 나가셔야지
희순 (한숨)
경옥엄마 이번 증권파동으루 이 집두 목장두 다 남의 손에 넘어 가게 됐어요
희순 네?! (어두운 눈초리를 든다)
경옥엄마 그래서 경옥아버지만 서울에 남으시고 식구가 부산 큰댁으로 내려가게 됐답니다
희순 전 그것두 모르구 아이들이 앓는가 해서 걱정을 하면서 왔군요
경옥엄마 누구 보다두 진희 엄마께 미안하게 됐어요
희순 그렇게 말씀하시면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어요
경옥엄마 (웃으며) 온 별말씀을- 아이들이랑 걔네 아빠 집에 보내세요
희순 (당치도 않다는 듯) 그럴 수야 있나요! 제가 어떻게 해서든지 데리구 있어야죠!
경옥엄마 진희엄마! 이젠 여자들두 좀 더 타산을 할 줄 알아야 한답니다 꾹 참고 보내 두세
요 떳떳하게 집을 마련해서 봐란듯이 데려 오면 되잖아요
아이들의 어릴 때의 고생은 잠깐이니 장래를 생각하셔야죠
희순 그렇게 말씀하시면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 가고 싶어요
경옥엄마 (웃으며) 온 별말씀을- 아이들이랑 걔네 아빠 집에 보내세요
희순 부끄러운 말씀이지만 걔 아빠 있는 곳두 전 몰라요!
경옥엄마 박서방이 알고 있어요
희순 그분이 어떻게?
경옥엄마 진수네집 산 사람한테 가서 물으니까 어떻게 선이 닿드라는군요
희순 네-
경옥 생기긴 곰 같애두 선량하기 짝이 없구 애들에겐 지성이 대단 하답니다
희순 그분이 참 고마운 분이예요
경옥엄마 우리 집이 이렇게 되구나니까 아이들 갈곳부터 걱정하면서 실은 걔네들 아버지 한
테 보내자는 생각두 박서방이 해냈답니다
희순 아 그러세요 그럼 애 아버지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보고 오셨데요?
경옥엄마 글쎄요! (망서리다가) 애들 아빠가 돈 있는 젊은 과부하고 살고 있다지요!
희순 네? (마음을 진정하고) 저도 대강은 짐작하고 있었어요
경옥엄마 난 아직 이날 입때까지 시앗이라는 건 모르구 살아 온 사람이지만 어쩌면 그럴 수
가 있을까요?
희순 제가 복을 못타구 나서
(희순 눈물을 찍는다)
O.L
#58 숙정의 房
(동식 경대를 향해 타이를 매면서)
동식 빨래 좀 해 달라구 (토라진 숙정)
숙정 할 수 없어요 이젠 더 이상 당신 뒷바라지 할 재간이 없어요
동식 이것봐! 자그마치 이천만원이야. 그까짓 돈 몇만원들이면 일확천금을 할 수 있대두
숙정 글쎄 콩으로 메주를 쑨대두 할 수 없다니까요
동식 이번엔 그놈의 입을 틀어막으면
숙정 글쎄 그래도 할 수 없다니까요
동식 (화가 치밀어) 이것봐! 정말 못해주겠어
숙정 마음대루 하시유
동식 이게 이젠 뱃장이야!
(하며 재떨이를 집어던진다)
#59 房 앞
(미란이가 껌을 짝짝 씹으며 다가 오다 거울이 깨어지는 요란한 소리에 주춤 선다)
숙정(소리) 아니 이이가 미쳤나?
동식(소리) 내가 이집에 오구싶어 온거야? 네 유혹에 못이겨 강제루 끌려 오다시피 해서 처
자까지 버린 목이야! (미란이가 깨 고소하게 온거야)
#60 숙정의 집 大門 밖
(박서방이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집앞에 다가 온다)
(마침 문이 열리며 동식 나오다 우뚝 선다)
(아이들도 질린듯이 발길을 멈춘다)
박서방 (짐짓 인상나쁜 얼굴로) 댁의 얘끼를 데려 왔읍니다
(아이들 쥐죽은듯 박서방 뒷꽁무니에서 나오지 못한다)
동식 (착잡하게) 에? 오! 진수 왔니?
박서방 말씀 좀 들어야 겠는데 안으로 들어 가실까요?
동식 (진퇴양난) 저 저어 우리 슬슬 걸으면서 얘기 하실까요?
박서방 뭘요 댁에 들어 가서 잠깐 얘기하구 가겠읍니다
동식 그건- 좀 입장이 거북한데
박서방 저도 바쁜 사람입니다
동식 도대체 당신은 누구요?
박서방 내가 누구라는건 알 필요가 없잖소
동식 어? 이 죽일년이 서방질을 했구나!
박서방 당신 그것두 말 따위라고 하는거요
동식 누군 소경인줄 알어?
박서방 당신 말 다 했오?
동식 말 다 했다 왜? 그 빌어먹을 년은 어디 있어?
박서방 뭣이 어쩌구 어째-
(얌전하게 한방 놓자 동식은 저만치 나가 떨어진다)
박서방 사람이라면 사람다운 말버릇을 배우시요!
(그게 어린 자식들을 앞에 놓고 할 말이요!)
동식 뭐라구?
(하면서 박서방을 칠려구 덤비나 두 손을 잡혀 꼼짝 못한다)
박서방 망신하기 전에 대문을 여시요
(동식은 체념한듯이 안으로 들어 간다)
(종소리가 유난히 크다)
(골목어구에 서서 바라 보고 있던 희순이가 살며시 다가온다)
#61 숙정의 집 마루
(마루에 나와 머리를 빗고 있던 숙정 들어오는 박서방과 아이들을 보고 얼굴이 변한다)
동식 여 여보 애들이 왔어
숙정 뭐요?
(하면서 빗을 내동댕이 친다)
(박서방 마루에 덥석 주저 앉으며 위협하듯)
박서방 얘네들 엄마는 병이 나서 입원을 했읍니다
그게 다 누구 탓인줄 아시겠죠?
숙정 아니 이이가 누군데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서 공갈이야!
박서방 내 신분은 OO동에 가서 알아보구 이 담에 두고두고 얘들한테 물어 보시유(아이들을
앞세우며) 진수야 이제부터 여기가 너의 집이다
숙정 여긴 내 집이야 당장에 나가요!
박서방 아니 김동식씨가 당신의 누군데 얘들이 나가요?
얘네들은 당당한 김동식씨의 이셉니다 정말 그렇게 나오신다면 이쪽에서도 가만 있을 수 없
는데요
(아이들은 기가 죽어 박서방만 잡고 있고 동식은 담배만 피운다)
#62 숙정의 大門 앞
(희순이가 대문이가 안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들려오는 소리)
숙정(소리) 여보- 당신은- 왜 잠자코 있는거유 아니 여기가 고아원인줄 알아요-
박서방(소리) 그렇게 화만 낼게 아니라 두분이 잘 상의해서 하시유!
숙정(소리) 듣기 싫어요 당장에 데리고 나가지 않으면 내가 고아원으로 데려다 주겠어요
(돌아서는 희순의 눈에 눈물이 사정없이 흐른다)
O.L
#63 현마담의 房
희순 아주머니 돈만 벌 수 있다면 접대부라도 기생이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뭣이구
다 하겠어요(하는 눈에 눈물이 비오듯한다)
현마담 (애처러워서) 생각 잘 했지 뭐니 뭐니 해두 그저 돈밖엔 믿을게 없는거야. 눈 꾹 감
고 한번 나서 봐!
희순 전 소리두 못하구 춤도 출줄 몰라요- 그리구 술도 따를줄 모르구
현마담 누군 뱃속에서 배우고 나온줄 알어 괜찮어 내가 돌봐 줄테니 하면 다 되는 거야
희순 고마워요- 은혜는 정말 잊지 않겠어요
#64 숙정의 집 구석 房
(허접스레기 물건이 잔뜩 쌓인방 밖에서 요란하게 그릇 깨지는 소리에 진수와 진희가 겁을
집어먹고 웅크리고 앉았다)
숙정(소리) 에-잇 빌어먹을 내가 무슨놈의 팔자람
서방 얻을때는 덕보자구 얻었지 저따위 웬수덩어리들 기어들어 오라구 얻었나 아구 내 팔자
야
진희 (울먹이며)오빠 우리 엄마한테 가
진수 그러면 못 써 조금만 참으면 이제 엄마가 돈 벌어갖구 우리 데릴러 와!
진희 오빠 배고파!
진수 진희야 오빠 나가서 돈 벌어올게 너 혼자 있을래-
진희 싫다이 오빠 가지마 나 배 안고파-
#65 미장원 안
(헤어스타일이 바뀌고 몰라보리만치 아름다워진 희순)
(루-즈가 코 앞에 다가온다)
현마담(소리) 발러봐요!
(부끄러워 어쩔줄 모르는 희순)
현마담 자아 어서-
(받아서 엷게 입술을 그려본다)
#66 숙정의 집 부엌
(부엌 마루바닥에서 분이와 함께 밥을 먹는 진수와 진희)
(진희가 분이의 눈치를 살피며 반찬을 집어 먹자)
분이 얘 없는 반찬만 먹지말구 간장하구 먹어!
(진희가 주춤 젓갈을 놓는다)
진수 진희야 이거 먹어-
(하면서 자기반찬을 집어주자)
분이 얘 너두 누른밥 좀 먹어-
(진수가 힐긋 쳐다보고 숟갈을 놓는다)
분이 (진희에게) 넌 내려가서 물 좀 떠와
진수 (얼른 내려가며) 진희야 밥먹어 내가 떠올께
#67 일심장 손님 房
(산해진미의 교자상)
(주흥이 짙어 간다)
(취객 하나가 문득 고개를 들고 황홀한 눈을 한다)
(문 앞의 발을 헤치고 막 들어서는 희순)
취객1 저저 뉴-훼이스 언제 왔어?
기생1 지금 막 꼭지가 떨어진 신선한 과일이죠!
(날아갈듯이 수줍움을 머금고 앉아 가볍게 머리를 숙이는 희순)
희순 설매라고 불러주세요
취객2 (잔을 치켜들고)여어! 설매!
(남자들은 제가끔 옆으로 비켜앉으며 희순을 앉히려고 한다)
#68 숙정의 구석 房
(진수가 공부를 하고 있다)
(진희가 책갈피에 있는 클로버를 꺼내든다)
진희 오빠는 거짓뿌렁만 해- 이거 있어두 행복 안 오잖아-
진수 책 갈피에 꼭 끼어놓구 엄마생각 안하면 엄마가 돈 벌어서 우리하고 같이 살게 되는거
야 그게 행복이지!
진희 정말 그럼 나 엄마 생각 안하고 잘래-
(클로버를 책 속에 끼어놓고 눕는다)
(진수가 얇은 포대기를 덮어준다)
#69 일심장 다른 손님 房
(취객이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른다)
취객3 설매를 불러라! 우린 손님 아니야-
기생2 아이 참 손님두 우린 기생 아니예요?
설매만 찾으시게!
#70 어느 삘딩 앞
(구두를 닦는 소년들)
(그중 진수의 구두토우이에 뾰죽한 하히힐이 놓이며)
(소리) 빨리 닦어줘-
진수 네-
(하고 구두솔을 들다가 멍하니 쳐다 본다)
(미란이다)
(미란도 진수를 쳐다보다가 벌떡 일어나며 지홍에게)
미란 아유 기분 나뻐! 나 다른데 가서 닦을래-
지홍 왜 그래-
미란 잔소리 말구 따라와!
(하고 앞장서자 지홍은 영문을 몰라 어꺠를 으슥 추껴 올리며 따라간다)
#71 숙정의 부엌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진희가 그릇을 씻고 있다가 그만 떨어뜨려 짱그렁 하고 깨어난다)
(금새 울상이 된 진희는 어쩔줄 모른다)
(분이가 뛰어들어 오며)
분이 이 망할놈의 기집에 고것도 못씻어 깨뜨리니 응!
(하고 활칵 떠다민다)
(진희가 나가 떨어지며 부엌 문 유리를 받아 요란하게 깨어진다)
분이 아유 속상해 이걸 그냥!
숙정 (뛰어나오며) 왜 이렇게 소란이니?
분이 아 누가 설거질 하랬나 그릇 깨틀고 글쎄 우리 꺠고 마님 아유 속상해 죽겠어요
(하면서 운다)
(숙정이가 빗자루를 들고 가서 진희를 마구 패며)
숙정 아유 내가 무슨 죄로 이 원수덩어리를 데려다 놓구 속을 썩여
진희 (울면서) 아야야 아야 않을께요 아야 잘 못했어요
숙정 꼴도 뵈기 싫으니 당장에 나가-
(진희가 울면서 나간다)
숙정 아유 내 팔자야 오늘 저녁에 들어 오기만 해봐 내가 결판을 짓고 말테니까 휴- 내가
진작 미란이 말을 들을껄-
(분이가 힐긋 힐긋 숙정의 눈치를 보며 깨어진 그릇을 줏어 담는다)
#72 어느 삘딩 앞
(구두를 닦는 진수)
(진수의 짝 미라가 지나다가 진수를 발견하고 다가와서)
미라 얘 진수야 너 학교엔 안오구 여기서 구두닦니?
(그 소리를 들은 진수는 미라를 힐긋 보고 구두 솔을 집어던지고 달아난다)
미라 (벌떡 일어나며) 진수야 내말 들어봐!
(하고 뛰어간다)
#72-1 어느 골목
(어느 골목에서 진수가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미라가 두리번 거리며 스쳐간다)
(먼 하늘을 쳐다보는 진수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73 숙정의 집 부근
(진희가 얼굴에 앙괭이를 그리고 엄마를 연발하며 울고 있다)
(진수가 오다가 진희를 보자 달려와 진희를 왈칵 껴안으며)
진수 진희야 왜 여기 나와 우니 응?
(진희는 너무도 사람이 그리워)
진희 오빠 어디 갔다와
(진수 품에 파고들며 왕왕 운다)
진수 진희야 울지마! 오빠 사과 사줄께 응!
진희 싫어 싫어 나 사과 안먹을래 오빠 나혼자 두고 가지마! 분이도 막 때리구 아줌마두 나
가라구 했어
진수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우리 진희 착하지 자 울지마! 진희가 울면 엄마가 안와!
(하면서 진희의 눈물을 씻어준다)
진희 오빠! 나혼자 두구 어디 갔다 왔어?
진수 진희야 오빠두 구두 닦아서 돈 이만큼 벌어왔다
이것봐!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보인다)
진희 진짜!?
(돈을 만지는 진희의 얼굴에 비로서 가냘픈 미소가 떠오른다)
진수 오빠두 돈 많이 벌어올께 울면 못써 그래야 엄마하구 같이 살지
진희 오빠 나두 따라갈래-
진수 그런소리 하면 못써 자 집에 가서 밥 먹어
(하면서 진희의 손을 잡자)
진희 (뿌리치며) 싫어 야단 맞어
진수 밥 안먹구 여기 나와 있으면 아빠가 와서 더 야단치면 어떡허니 자 오빠하구 같이가면
괜찮어
(진희는 마지못해 끌려간다)
#74 일심장 손님 房
(어깨를 끌어 안긴채 쩔쩔매는 희순)
취객4 이것 봐 설매 자 이술 마셔! 마시면 놔주지!
희순 네 마시겠어요
(받기는 했었으나 괴롭다)
취객4 안마시면 이래준다
(활 껴안고 키스를 하려 든다)
(옷 위에 쏟아지는 술-)
(희순은 울듯이 취객의 팔을 피하려 한다)
희순 이것 놓구 말씀 하세요 점잖으신 분이
취객4 술좌석에서 뭐 말라죽은게 점잖이야 (뺨을 갈기며) 비싸게 굴지마!
현마담 (들어오다 이걸 보고) 아 오사장 주정이 너무 심하지 않우
(희순이가 얼굴을 감싼다)
취객4 이거 기분 잡쳤어 술 더 가지고 와!
현마담 설매 나가봐! 윤선생이 아까부터 찾으시더라 오호실이야
(희순이가 나간다)
취객4 여보 마담 이렇게 사람차별 하기야 난 설매 데리고 술마시면 못쓰나
현마담 (앉으며) 아이 글쎄 취하셨다니까
취객4 취하긴 지금 부턴데 오늘저녁 술값은 외상이야
현마담 자 오사장님 기분전환으로 내 술 한잔-
(얼머부리는 현마담에게 녹아 떨어지는 오라는 취객)
#75 複道
(거울 앞에서 화장을 고치는 희순의 눈에 눈물이 쏟아진다)
#76 다른 손님 房
(호젓이 혼자 앉아서 자작으로 술을 마시는 중년신사 윤중도)
(문소리에 고개를 든다)
희순 (조용히 미소로 다가오며) 오셨어요
(윤중도도 말없이 미소로 바라볼뿐 또 자작으로 술을 ?르려 한다)
희순 (앉으며) 제가 따르겠어요
중도 (따뜻하게 웃으며) 괜찮소!
희순 (민망해서) 자꾸 그러시면 전 할일이 없잖아요
중도 (바로 보지도 않고) 그저 이렇게 잠깐 옆에 좀 있어주구려!
(희순에게는 너무 점잖은 손님도 난처하다)
(윤중도가 술잔을 비우자 얼른 술을 따르는 희순)
(시선이 바주치는 두 사람)
(중도가 미소로 바라보면 희순은 얼른 시선을 떨군다)
O.L
#77 같은 房 (며칠후)
(같은 위치에 같은 분위기로 앉아 있는 두 사람)
(윤중도는 희순이 말없이 따르는 술을 받아 마시고 잔을 한참 들여다 보다가)
중도 - 한잔 해 보시겠어요?
(잔을 내민다)
희순 (순순히 받으며) 조금만 주세요
(중도가 따라주는 술을 마시고 잔을 중도앞에 놓는다)
중도 술은 좀 하시오?
희순 강제루 맥이시는 손님들이 있어요- 이젠 억지루 어려운 고비는 넘겼어요- 첨엔 막 죽
을것만 같았어요
중도 핫하하-
(사심없이 웃는 중도의 웃음에 희순도 따라 웃는다)
#78 현 마담의 房
현마담 (전화로) 글쎄요 모르긴 하지만 아마 단념하셔야 할꺼에요- 물론 얘기는 하구 말구
요- 그럼 저녁에 오시겠어요- 호호호- 그건 십구세기의 낭만인데요- 선생님 같은 분만 계
신다면 우리 한국여성들두 참 행복할꺼에요 호호호- 알겠어요- 결과를 달려드리죠 안녕
(수화기를 놓으며 미소 짓는 현마담)
(이때 희순이 보재기에 싼것을 소중하게 안고 들어선다)
현마담 어머 호랭이 제말하면 온다더니
희순 (방안을 둘러보고) 누구하구요?
현마담 호호호- 누굴까?
(희순 갸우뚱 한다)
현마담 설매는 윤선생을 어떻게 생각해
희순 너무 점잖으셔서 전 다른분보다 더 어려워요
강제루 술을 퍼붓는 손님한텐 반발심도 나지만
그분한텐 대항할 도리가 없어요
현마담 호호- 윤선생 한테서 중매를 서 달라는 전화가 왔어-
희순 어마나-
(얼굴이 빨개지며 쩔쩔맨다)
현마담 안될꺼라구 했지만- 놓치지 아까운 자리야! 부인이 젊은 사내하구 바람이 나서 달아
난지 꼭 삼년이 됐어- (웃으며) 설매를 대하구 있으면 구원의 모성을 느낀다나- 정말 설매
는 구원의 모성이야-
(희순은 부끄러운 시선을 떨구어 안고 온 보재기를 펼치며)
희순 저어 이거-
현마담 아니 나하구 같이 끊은 옷감 아니야-
희순 네- 바느질이 변변치 않지만 형님꺼는 제손으로 만들어 드리구 싶었어요
현마담 저런- 어느새 이걸 꾸렸어! 난 아직 바느질 집에 보내지두 않었는데
희순 (좋아서)잘 됐군요 그 감을 절 주세요-
제가 지어 입겠어요
(현마담은 저고리를 벗고 갈아입어 본다)
(맞힌듯이 꼭 들어맞는 저고리)
현마담 (감탄해서) 설매는 손끝이 어떻게 생겼길래 이럴까? 부엌에 있을때는 음식맛이 놀랍
고 바늘을 붙들면 눈 깜박할 사이에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말이야 쯔쯔쯔 손끝 잘 놀리는
사람이 불행하다드니 정말 설매 남편이라는 자는 어떻게 된 사람이길래 이런 색시를 버렸을
까?
(저고리를 벗고 다시 먼저 저고리를 갈아 입는다)
현마담 이봐! 설매- 아까 얘기 말이야
희순 (조용히) 형님- 아무리 자식을 버린 못된 아버지지만 제게는 어쩔 수 없는 남편이에요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씀은 안해주시면 좋겠어요 전 그저 돈을 조금 더 모아서 아이들 데려
다가 살게되는것만이 소원이예요
현마담 애들 아버지가 영영 안돌아와두
희순 -돌아올꺼예요 -꼭 돌아올꺼예요
(끄덕이는 현마담의 눈에 이슬이 맺힌다)
#79 숙정의 집 구석 房
(이불도 안덮고 업드려져 잠든 진희)
(머리 맡에 펼쳐진 책 갈피에 네잎 클로버가 눈에 뜨인다)
(진수가 사과 두개를 들고 살금 살금 들어와 얇은 포대기를 펴고 진희를 옮겨 뉜다)
(사과를 머리맡에 놓고 책장을 덮는다)
(진수의 눈이 가는 곳)
(거기에는 진수의 책가방이 있다)
(진수는 그리운듯이 책가방을 들고 방안을 왔다 갔다 하다가 생각난듯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세어 본다)
(너저분한 십원짜리)
(그돈을 잘 다듬어서 가방속 책갈피에 넣고 진희 옆에 와 눕는다)
#80 일심장 손님 房
(희순과 마주앉은 윤중도)
중도 물론 이런데 드나드는 손님들의 일시적인 유혹이라고 생각 하겠지만-
희순 선생님 전 두 아이의 어미야요 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사람이 많으실텐데-
중도 그게 무슨 상관이 있오
희순 저 잠깐 나갔다 오겠어요
#81 현마담의 房
희순 (들어서며) 형님 저 좀 나갔다 오면 안되요?
현마담 윤선생하구 데이트 하기로 약속한거야?
희순 아유 형님두- 먼 발치라두 애들을 한번 보구 올까해요
현마담 아니 윤선생을 혼자두고?
희순 어디 여자가 저하나 뿐인가요
현마담 난 몰라 설매가 없다구 그냥 가시면
희순 저도 그 분만은 멀리하고 싶어요 애들을 보고 오지 않으면 제 결심이 자꾸만 흐려질
것 같아요
현마담 알겠어 그럼 얼른 다녀와 내가 윤선생 방에 들어가지-
#82 숙정의 房
(불꺼진 방)
(벌거벗은 웃통을 내놓고 자리에 엎드려 담배를 피우는 동식과 숙정)
동식 (숙정의 어깨를 끌어안으며)당신은 낮하구 밤에 왜 그렇게 사람이 달라져?
숙정 뭐가 달라요
동식 낮엔 꼭 표독스러운 산괭이 같이 사람을 못살게 굴구 밤만 되면 그저 집괭이 모냥 양
양 거리면서 남의 잠두 못자게 파구드니 말이지
숙정 아이 이이는
(숙정은 동식의 팔을 꼬집고 일어나 까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간다)
#83 그집 複道
(변소 쪽으로 가려다가 저만치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고 진수의 방문을 연다)
#84 구석 房
(불을 켜놓은채 찌푸리며 달려 들어와 진수를 걷어차며)
숙정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불이나 좀 끄구 자!
(벌떡 일어나 앉는 진수)
(홱 불을 끄고 나가는 숙정)
(다시 자리에 누우며 말동말동 잠을 잃은 진수)
#85 숙정의 大門 앞
(희순이가 울고 서 있다)
(안에서 분이가 나오는 소리)
분이(소리) 아주머니 아씨 안오시나봐요 대문 잠거요?
숙정(소리) 그래
(분이가 대문을 잠그자 종소리가 요란하다)
(희순이가 멍하니 대문을 쳐다본다)
#86 호텔의 1실
(침대에 반듯이 누운 영란)
(이때 노크 소리)
미란 (일어나며) 누구야?
(소리) 나야
미란 왜 안자구 또 왔어?
(소리) 할말이 있어 그래 문좀 열어
(미란 전기 스위치를 넣고 도어를 연다)
(허지홍 판티바람으로 들어와 미란을 왈칵 껴안으며)
지홍 미란이 미란이를 옆방에 두고 난 도저히 혼자 잘 수 없어
(하면서 입술을 더듬는다)
미란 (교묘하게 피하며) 미스터 허 왜 이래 남자답지 못하게 이게 무슨 짓이야
지홍 그럼 우리들이 이 호텔에 온 목적이 뭐야?
미란 (뿌리치고 나오며) 호텔에 들었다고 꼭 같이 자야할 이유가 있어?
지홍 (다가오며) 난 미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는데?
미란 솔직하게 말하면 난 고독했어 질식할 것 같은 가정환경 속에서 해방되어 보고 싶었어!
난생 처음 외박은 하지만
지홍 그렇다면 날 사랑한다는 건 죄다 거짓말이었군!
미란 아직까지 우리들은 육체와 정신의 한계를 뚜렷이 할 필요가 있다고 봐
지홍 현대인답지 않게 그렇게 모순된 사랑의 부조리가 어딨어 미란이 용기를 내-
(하고 미란을 침대에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탄다)
미란 (뺨을 호되게 갈기며) 미스터 허 취했어?
지홍 (벌떡 일어나 앉으며) 아니 이제 진짜 취했어-
미란 (일어나 앉으며) 부딪치는 육체만이 애정의 전분 줄 알면 곤란해! 미스터 허 날 진정
으로 사랑한다면 그냥 가서 자!
지홍 오-라잇 내가 정말 취했나봐 (걸어나가며) 굿 나잇!
(키스를 던진다)
미란 안녕!
(하며 문을 닫고 불을 끈다)
F.O
#87 숙정의 집 마당과 마루
(아침이다)
(마당에서 안쪽을 엿보며 살금살금 걸어 들어오는 미란)
(구두를 벗고 마루로 올라서는데)
숙정 (나오며) 아아니 이 기집애가 대가리 피도 마르지 않은게 벌써부터 에미 승낙도 없이
외박을 하구 다니니? 꼴 좋다 꼴 좋아!
미란 (힐끔 쳐다보고) 외박도 여러 가지 있어-
부득이하게 그렇게 된걸 어떡해
숙정 뭐라구? (따귀를 갈기며) 주둥아리 닥치지 못해!
미란 (쏘아보며)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거야 누군 외박 하고 싶어 하고 온줄 알어
#88 미란의 房
(분이가 방안 소제를 하고 있다)
(열린 문에서 들여다보는 진희가 황홀한 눈초리를 한다)
(책상위에 아름다운 불란서 인형)
(진희는 자기도 모르게 이끌려서 가만히 인형 케이스를 어루만져 본다)
미란 (들어오다가) 이 망할 기집애 왜 내방에 들어오는 거야!
(뒷통수를 얻어 맞으며 앞으로 고꾸라지는 진희)
(인형케이스가 당에 떨어져 산산 조각이 난다)
미란 (더욱 약이 올라) 아-ㅅ 이년이 나가 나가!
당장에 나가 네이 엄마 찾아가서 물어내라구 그래!
(마구 발길로 걷어찬다)
(울어제끼는 진희의 손바닥에 피가 흐르고 있다)
#89 숙정의 대문(大門) 앞
(요란한 종소리와 함께 진희가 분이에게 울면서 쫓겨난다)
(진희는 담모퉁이에 돌아서 울고 있다)
(앞집의 대문이 열리며 여인이 나온다)
(뒤따라 나온 식모에게 안긴 계집애가 손을 흔들며)
계집애 엄마 안녕! 빠나나 꼭 사갖구 와!
여인 그럼 울지말고 놀아 응-
(진희는 돌아서서 물끄러미 그 광경을 보다가 한발 두발 행길을 향해 걸어간다)
#90 어느 거리
(진희가 걸어오며 오빠를 찾는다)
#91 다른 거리
(눈물 마저 말른 진희가 구두닦이 소년들을 훑어보나 진수는 없다)
(진희는 또 울음이 터지며 오빠를 부른다)
#92 OO 삘딩 앞
(열심히 구두를 닦고 있는 진수)
#93 어린이 놀이터
(여기도 구두닦는 소년들)
(진희가 다가와서 유심히 보다가 맨 끝에 앉아 있는 소년을 발견하고 뛰어 가)
진희 오빠!
(힐끗 쳐다보는 소년)
(진희는 실망해서 풀에서 헤엄치는 애들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소년1이 풀에서 나와 진희에게 물을 튕긴다)
(울상이 된 진희)
소년1 (싱긋 웃으며) 야! 꼬마 미안해! 너두 들어와서 수영해
진희 (울먹이며) 싫어 나 울오빠 찾아야 돼!
(소년1 부끄러운 것을 붙잡고 닥아와서)
소년1 느이 오빠가 누구니?
진희 김진수 말이야!
소년1 김진수가 누구니?
진희 아이 우리 오빠 말이야!
소년1 (뒤돌아 보며) 얘들아! 느이들 김진수 아니
(아무 반응이 없자) 느네 오빠 여기 없다
진희 아냐 우리 오빠두 제네들 처럼 구두 닦어
소년1 뭐? 얘 서울에 구두닦는데가 백개두 더 있는데 어떻게 찾어?
(하고 물속으로 뛰어들어간다)
진희 (울면서) 찾아줘 나 오빠한테 갈래!
(소년1 물속에서 고개를 내 밀고 우는 진희를 보자 다시 나와서)
소년1 얘 울지마! 쩨쩨하게 왜 울어?
진희 빨리 찾아줘 응!
소년1 가만 있어 나 옷입구 올게 이거 야단 났는데
(하고 살아지자 진희는 눈물을 닦고 숫영하는 애들을 쳐다본다)
(그 뒤로 현마담과 희순이가 얘기를 주고 받으며 지나간다)
현마담 아니야 설매의 지성에 하늘이 복을 주신거지 뭐- 이젠 며칠 더 벌어서 월부로 재봉
틀만 한대 마련하면-
희순 더 바랄게 뭐 있어요
현마담 바느질꺼린 문제없어 집의 아이들 옷은 모조리 그리 가져 갈거니까
(쪼그리고 앉아서 열심히 닦어지는 구두를 들여다 보고 있는 진희)
(그 옆을 스쳐가는 두 여인)
O.L
#94 어느 길가
(구두닦이 아이들이 있는 곳에 진희의 손을 잡고 오며)
소년 여기도 느이 오빠 없지?
진희 (쭉 훑어보고)없다
소년 그것 봐 못 찾으니까 집에 가! 내가 데려다 줄게
진희 싫다 오빠한테 갈래-
소년 이거 참 야단 났는데 집이 어디야?
진희 몰라!
소년 그럼 한군데 더 찾아보자
(진희가 끄덕이며 따라간다)
#95 다른 길가
(고개를 젓는 아이들)
(돌아서는 소년과 진희)
(진희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소년이 일으켜 준다)
(울음을 억지로 차고 손바닥을 들여다 보는 진희)
소년 앗 다쳤구나-
진희 아니야! 아까 유리에 다친거야!
#96 OO 삘딩 앞
(에이스케-크 장수 앞에 몰려서서 사 먹고 있는 아이들 뒤에 진수가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
를 꺼냈다 넣었다 하며 망설이고 있다)
(이때 저만치)
진희 오빠!
(하고 뛰어와 매달린다)
(진수는 어리둥절하다)
(씩씩거리며 다가오는 소년의 얼굴에 땀이 솟아 오른다)
(앙괭이를 그린 진희의 얼굴)
진수 아니 진희야 네 여기 어떻게 알구 왔니?
진희 (소년을 가리키며) 얘가 찾아 줬다
(소년이 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씩 웃는다)
(진수는 무어라고 감사해야 좋을지
얼른 주머니에서 아이스케키 세 개를 산다)
(즐거운 듯이 웃으며 먹는 세 아이)
O.L
#97 싸구려 밥집
(마지막 한알까지 닥닥 긁어 먹고 만족한 듯이 수저를 놓는 진희)
(물컵을 집어주며 불쌍한 듯이 바라보는)
진수 진희야- 이젠 집에 들어가자
진희 (금방 울상이 되며) 싫어 싫어이 엄마한테 갈테야
진수 (난처해서) 엄마가 어딨는줄 알구?
진희 나두 오빠 있는 데 모르면서 찾아 왔잖어
진수 진희 이쁘지! 그런 소리 하지마- 응 인제 엄마가 우리 찾아 올 거야
진희 싫어 싫어이 엄마한테 가아!
진수 (일부러 화를 내며) 그쳐! 안 그치면 오빠두 너 놔두구 달아나구 말테야!
(그 말에 진희는 질린 듯이 울음을 그친다)
#98 일심장 庭園
(불빛 휘황한 방 안에서 장고가락 소리가 흥겨웁다)
#99 손님 房
(스피커를 통해서 댄스 뮤직이 한참이다)
(취객 오는 빌 듯이 애원하는 희순의 팔을 질질 끌며)
오 일어나! 모르면 가르쳐 준다는데 왜 이리 도도해!
희순 정말 용서 하세요 술을 마시라면 마시겠어요
오 좋아! (앉으며 커다란 컵에 술을 가득 따라서)
자아 단숨에 마셔!
(잔을 받아들고 한숨 짓는 희순)
오 뭘하고 있어? 마시라니까
(희순은 하는 수 없이 두어모금 마신다)
오 이런 실례가 어딨어! 누굴 얕자보는거야! 마셔 자!
(짓궂게 코앞으로 갖다 댄다)
(희순은 그만 벌떡 일어난다)
오 야 이년 봐라!
(나가려는 희순의 팔을 나꿔챈다)
(나가 떨어지는 희순)
#100 숙정의 구석 房
진희 엄마아!
(자리에 누워서 할닥거리며 부르지는 진희)
(진수는 대야에 물을 떠가지고 와 타올을 축여 진희의 이마 위에 얹어주고)
진수 진희야 많이 아프니? 오? 약 사올께!
(애절하게 불러보고 돈 있는 곳으로 달려 간다)
O.L
(시계가 한시를 친다)
(정신을 잃고 앓는 진희의 입술이 까맣게 타고 헛소리도 끄쳤다)
(멀리 개 짖는 소리가 정막을 헤칠 뿐-)
(진수의 얼굴에는 절망이 짙다)
(고개를 들은 진수는 문득 결심한 듯이 밖으로 나간다)
#101 숙정의 房 앞
진수 저어! (크게) 저어-
(대답이 없자 방문을 가만히 두들기며)
진수 아버지- (크게)아버지-
동식(소리) (졸린 소리) 뭐야?
진수 잠깐 나와보세요
동식 (화가 나서 파자마를 걸치고 나오며) 야 지금이 몇신줄 알고 자는 사람을 깨워!
누가 숨 넘어 가니?
진수 (이를 악물고 섰다가) 진희가 막 열이 올라요
동식 이 자식아- 그러면 왜 진작 약이라두 사다 멕이지 못허니?
진수 약은 어저께부터 멕였는데 열은 안내려요
잠깐 와 보세요
(동식은 마땅치 않게 쏘아보며 아이들 방으로 간다)
(뒤 따르는 진수)
#102 구석방
(들어서는 동식)
(그 눈에 뜨인 진희의 모습)
(다가와 앉아 물수건을 들치고 진희의 이마를 짚어보는 동식의 얼굴에 잠깐 스치는 양심의
가책)
동식 그저께 낮에 왼종일 나갔다 왔다면서 뭘 멕였니?
진수 (질린 듯이) - 아이스케키 하구 밥 먹였어요-
동식 아놈아! 무슨 돈으로 배탈이 나게 그런걸 멕여-
진수 -
동식 너 남의 돈 훔쳤구나
진수 -
동식 (따귀를 갈기며) 임마 어서 났는지 바른 대로 대지 못해!
진수 (울며) 저어 제가 구두를 닦었어요.
동식 뭐? 누가 너더러 그런짓 하랬어
진수 - 학교두 못 가구 그럴 바엔 돈 벌어서 엄마하고 보태 집 얻구 싶었어요
동식 병신 육갑하구 있네 임마 내 꼴이 뭐가 되라구 구두를 닦어 가만히 앉아 주는 밥이나
얻어 첨거지 않구 (머리맡에 있는 약곽을 집어 보고) 이건 임마 감기 몸살에 먹는 해열제지
배탈 난데 먹는 약이야!? 이 밤중에 아버진들 하는 수 없으니까 대야물 갈어다 머리나 식혀
줘!
(하고 일어나 나가버린다)
(진수는 진희의 뺨에 자기 뺨을 갖다 부비며)
진수 진희야 오빠가 잘못했어- 죽지마! 응 진희야
#103 어느집 사랑채와 마루
(자그마한 방 둘에 부엌 하나)
(마루에는 번쩍 번쩍 하는 새 재봉틀이 놓여 있다)
현마담 됐어! (돌아 보며) 이젠 아이들만 데려오면 오늘 밤부터 두 다리 쭉 뻗고 자게 됐구
만-
희순 (희망에 넘쳐) 모-두가 형님 덕분이죠 뭐
현마담 무슨 소리야 자 내 집 지켜줄게 어서 가서 아이들 데려 와! 가슴을 펴고 떳떳하게
들어가! 바보같이 맨날 죽어 살지만 말구 죄인은 상대편이지 희순인 아닐나 말이야!
희순 네 알겠어요
현마담 (웃으며) 그것들이 뭐라구 지랄하면 닦아 세울만한 자신이 있어?
(희순은 그저 웃기만 한다)
현마담 내 같이 가 줄까?그것들 꼴 두 볼겸 희순이가 닦아세우는 모냥두 볼겸 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는데 난 석달을 두구 봐야 희순이 낯 붉히는걸 못봤으니 말이야
희순 이젠 저두 무서운게 없어요 형님 덕택에 여러 가지 공부를 했으니까 혼자 가두 겁 안
나요
현마담 호호호- 이젠 용 다 됬구먼
희순 그럼 다녀오겠어요
현마담 아니 이것 봐 그 옷으루 갈래? 봐란 듯이 새옷 갈아 입구 가!
#104 숙정의 구석 房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진희)
(의사가 말없이 왕진가방을 가리키자 옆에 있던 간호원이 얼른 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애타게 의사의 말을 기다리는 진수-)
(죄인처럼 뒤따르는 동식의 뒤를 쫓아 진수도 나간다)
#105 숙정의 집 複道
(무거운 걸음을 옮기던 의사는 민망해서 뒤 따르는 동식에게 작은 소리로)
의사 큰 병원에 데리고 가 보십시요 확실한건 모르지만 손 쓰시는게 늦은 것 같습니다
동식 네?! (새파랗게 질린다)
(듣고 섰던 진수가 확! 흐느끼며 안으로 들어간다)
#106 숙정의 房
(모녀가 쏘근거리고 있다)
미란 두고봐! 내 말이 맞을테니 전염병 아닌가!
숙정 그럼 어떡허니? 우리들까지 전염 됐을지 모르지 않니?
미란 그러기에 내가 뭐랬어- 얼른 의사를 뵈라구 하잖었어
숙정 그저 여름에 흔히 있는 배알이나 감긴줄 알었지 누가-
미란 만사가 이 모양이라니까- 엄만 왜 그렇게 모든 일에 계산이 없어 답답하게 시리
(이때 동식이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들어온다)
숙정 뭐래요? 전염병 아니래죠?
동식 - 파상풍이래-
숙정 파상풍이라뇨?
동식 상처루 흙속에 있는 균이 스며들어 가지구 걸리는 병이래-
(이 소리에 미란은 깜짝 놀라고)
숙정 (안도의 한숨) 전염병이 나니니 천만다행이군요
동식 그런데 돈이 좀 있어야겠어
숙정 아 전염병 아니면 내버려 둬요 그러다가 어련히 났지 않을려구
동식 여보! 벌써 손 쓰는게 늦었대- 여한이나 없게 대학병원 같은 큰 병원에 한번 데리구
가보라는군
(애걸한다)
(미란은 잠자코 서 있으나 심한 충격을 받고 돌아서 나간다)
#107 구석 芳
(진희 앞에 진수가 몸부림 치며 울고 있다)
진수 진희야 죽지마 엄마가 우리 데리러 올텐데 같이 살게 죽지마! 응 진희야!
(미란 이 광경을 보자 눈물이 핑 돌며 진수를 살며시 일으킨다)
미란 진수야! 얼른 나가서 차 하나 불러와! 병원에 데리구 가야지-
(진수는 고개를 들고 미란을 본다)
(미란의 눈의 눈물을 보자 한가닥 희망이 떠오르며 밖으로 뛰어나간다)
(미란은 살며시 앉으며 진희의 손바닥을 펴본다)
(상처가 아물어 가는 작은 손)
(미란은 그 손을 꼭 쥐고 미안한듯이 진희를 들여다 본다)
(외출 차비를 한 동식이 들어와 이 광경을 내려다 보고 충격을 받는다)
진수 (달려 들어오며) 차 왔어요
(동식은 어리 둥절 하다가 미란이 시킨 일인줄 알고)
동식 고마워 미란이
(달려들어 진희를 안고 일어선다)
#108 숙정의 집 앞
(자동차가 대기하고 있다)
(진희를 안고 나온 동식과 진수 미란이까지 따라나와 차에 오른다)
(대문 밖에 나와서 못마땅한 얼굴로 자동차 가는 쪽을 바라보고 있는 숙정 돌아서려 할 때
앞으로 다가오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에 잠깐 눈미 쏠린다)
(희순이다)
희순 저어- 말씀 좀 묻겠어요
숙정 네-
(하는 말투는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질투가 앞선다)
희순 이댁에 진수 진희라는 아이가 있죠?
숙정 (찔끔해서) 그런데 댁은 누구시죠?
희순 저- 걔네 어미예요 이댁에 계신가요?
숙정 (그제야 알아보구 도사리며) 그래요?
아니 여보 당신두 사람이요?
희순 네? 무슨 말씀이신지-
숙정 병원에 입원 했다더니 글쎄 이렇게 번지르르하게 채리구 나타날 인간이 자식들을 떼팡
개치고 남의 속이 썩어 문들어지도록 놔 둔단 말이요?
희순 (영문을 알고) 그 동안 돌봐주신 인사는 나중에 하겠어요 아이들을 만나게 해 주세요
(다가온다)
숙정 (가로 막으며) 이 집에 발들여 놓을 필요 없어요 애들은 이집에 없으니까요
희순 네? (기가 죽는다)
숙정 인사는 나중에 톡톡히 받을테니 대학병원에나 가보세요
희순 네? 병원에요? 누가 어떻게 됐어요?
숙정 진희가 아파서 지금 막 병원으루 떠났어요
내 죄는 아니니까요
희순 어디가 아파요? 대단한가요?
숙정 대단한지 어떤지 그건 댁에서 병원에 가보면 알게 아녜요?
(하고 대문을 쾅 닫아버린다)
(요란하게 울리는 종소리)
#109 病院 入院室
(산소호흡을 받고 있는 진희)
(눈을 까뒤집어 보고 가망이 없다는듯 숙연한 얼굴로 돌아서는 의사)
진수 (매달리며) 선생님 의사선생님 살려주세요!
내 동생이예요 하나 밖에 없는 내 동생이예요
엄마가 우릴 데릴러 온댔어요 네? 선생님
(의사는 가만히 진수의 등을 어루만져 주고 밖으로 나간다)
(동식 뒤따른다)
(미란의 침통한 모습)
#110 入院室 複道
의사 오늘밤을 넘기진 못할겁니다 최선을 다하기에두 이미 때가 늦어 버렸군요 파상풍이란
병은 발병한지 이십사시간안에- 손을 써야 생명을 건질 수 있는 병입니다
(화석처럼 움직이지 않는 동식)
(달려오는 신발소리에 물끄러미 시선을 올린 동식은 깜짝 놀란다)
(몰라보리만치 용모가 달라진 희순 방 번호를 찾으며 달려오고 있다)
(희순도 동식을 발견하고 순간 멈칫 선다)
(부노에 가득찬 희순)
(처량한 동식의 얼굴)
희순 진희가 어떻게 되었어요?
동식 (다가오며) 여보!
(희순은 대답 없이 그를 손으로 물리치며 방안으로 뛰어들어간다)
#111 入院室
(희순의 눈에 띄인 방안의 광경)
(진수가 엄마!하고 달려와 희순의 치마 폭에 싸이며 흐느낀다)
(희순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섰다가 우는 진수를 한옆에 떼놓고 한발 한발 공포에 싸여 진희
앞으로 다가간다)
(진희의 꼭 감았던 눈이 순간 샛별 같이 뜨여 희순을 빤히 쳐다 보다가 엄마 소리 한마디도
없이 딱 감긴다)
(미란이가 뛰어나간다)
희순 (떨리는 목소리로) 진희야!
(하고 부르짖는 희순의 소리에 바깥 차악에는 낙엽이 한잎 유리를 스쳐 덜어진다)
희순 엄마가 왓다 진희야! 진희 데려갈라구 엄마가 왔다
(지희를 끌어안고 몸부림친다)
(미란을 앞세우고 의사와 간호원 동식 달려 들어온다)
희순 선생님! 살려 주세요- 엄마라고 부르게 해 주세요! 이대로 죽으면 너무도 억울해요
(의사는 진희의 맥을 짚어보고 다시 눈을 뒤집어 본 다음 얼굴에서 산소호흡기를 벗긴다)
의사 운명했습니다
(멍하니 바라보는 진수)
(미란은 그만 얼굴을 감싸고 밖으로 나간다)
의사 시체는 댁으로 일단 옮기시겠죠?
(희순은 넋잃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이 없다)
동식 (머뭇 머뭇 희순의 눈치를 살피다가) 저-
여기 그냥 데리구 있다가 발인하도록 해 주십시요
집이라구-
의사 아 네- 그럼 일단 시체실로 옮기셔야 합니다
(의사와 간호원이 나간다)
(동식을 쏘아보는 진수)
동식 여보!
진수 (분통이 터지며) 아버지가 나뻐요!
(하고 통곡한다)
동식 - 그저께부터 의사를 부르구 싶었지만 내겐 돈이 없었오
희순 (눈을 번쩍 들며) 돈이라구요? 내 몸둥아릴 팔아서라두 진희는 살려야 해요
(아직도 죽음을 믿지 못한다)
(시채 운반차가 들어온다)
희순 (진희를 얼른 안어다 눕히며) 돈은 있어요!
수술을 해서라두 살려 주세요
사역부 아주머니 단념 하십시요 애기는 벌써 죽었습니다
희순 (입술을 바르르 떨며) 죽다니요 누가 죽었어요? 누가 죽였냐 말예요?
동식 내가 죽였오-
(사역부는 시체 운반차를 밀고 나갈려고 한다)
희순 (달려들며) 안돼요 진희를 어디로 데려가요
(진희를 껴안고) 진희가 어디 집없는 고안가요
뭐땜에 어두운 시체실로 데려가야 하나요
(울부짖으며) 여보! 당신두 피가 있는 인간이예요? 진희가 불쌍하지두 않아요? 인간 아니
아버지의 탈을 썼다면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어요 진희야 엄마가 왔는데 왜 엄마라구
부르지 못하니 응 진희야!
(통곡을 한다)
(동식은 후회와 비애와 외로움에 젖은 얼굴로)
동식 여보 날 용서하오 몹쓸 아버지라고-
희순 당신을 책한다고 진희가 살아나나요 억울해요 너무도 억울해요 이 억울한 하소연을 누
구한테 하면 진희가 살아나나요
(희순은 진희를 꼭 껴안고)
희순 진희야 가자! 단 하룻밤이라도 좋으니 엄마 품에서 자고 가거라-
(하면서 밖으로 나간다)
#112 病院 부근길
(한발 한발 옮기는 걸음마다 허무와 참회를 되씹는 미란의 눈에 눈물이 쏟아진다)
미란(소리) 진희야! 용서해줘 난 너희들이 미웠든거 아니야
우리 엄마와 기생충 같은 너희 아버지가 미웠어
그래서 너희들을 못살게 군거야
#113 희순의 새집 마루
(현마담 방에서 달려나오며)
현마담 왔어- 아이구 어린애가 잠이 들었군-
엄마의 품이 포근포근한게 잠이 오든 모양이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마담의 안색이 변한다)
(장례식처럼 숙연한 일행을 보았기 때문이다)
(현마담 마루에서 버선발로 달려내려와 진희의 손을 만져보고)
현마담 아니 이게 웬일이야?
(진희가 마루에 놓여질때까지 아무도 말 한마디 없다)
(툇마루에 죄수처럼 넋을 잃고 걸터앉은 동식을 힐끗 바라보고)
현마담 너희 아버지냐?
(진수가 끄덕인다)
현마담 그분이 뭣하러 이집에 들어오니? 아니 여보 진희 엄마!
왜 가만히 있는거야 응 왜 가만히 있어?
희순 (소리없이 울며) 진희는 죽었어요
저두 죽어야죠 뭘 믿구 살아요
(진수에 분노에 찬 얼굴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희순 대꾸도 없이 우는게 안타까운듯이 바라보다가 현마담 동식 앞에 다가서서)
현마담 이럴 수가 있어요? 진희 엄마가 누구 때문에 그 고생을 하구 이 집을 장만했는지 아
세요?
동식 - 면목 없습니다
현마담 얘기 아버지는 이 마당에 그림자도 디딜만한 자격이 업슨 분이예요! 이 집은 삼모자
가 조용하게 살려고 마련한 집이예요! 다시는 이집안에 들어와서 풍파를 일으키지 말아주세
요! 같은 여자끼리 자식까지 있는 남의 남편을 뺏어서 사는 여자가 그게 인간인가요? 그런
여자를 데리구 살면서 자식을 저꼴을 만들어 놓구두 당신은 답변할 말이 있어요?
(동식이가 힘없이 걸어나간다)
#114 숙정의 방
미란 (울며) 엄마두 인간이라면- 인간이라면 죄에 대한 댓가를 알란 말이야-
왜 말이 없어? 왜 말이 없어?
숙정 넌! 그렇게 이 에미를 책할만큼 모든 일을 진선진미하게 잘 했니? (불안이 급기야 발
악이 된다)
미란 (쏘아보며) 잘못을 알기 때문에 태연한 엄마가 미워진거야!
숙정 미워하려므나! 언젠 내가 너 믿구 살었니?
(대문 종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미란 썩었어- 썩은 인간들이야 난 엄마 같은 인간의 배를 빌려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걸 저
주하고 싶어
#115 숙정의 집 마루
(이를 악물고 마루로 올라서는 진수가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116 구석방
(얇은 욧대기가 그냥 깔려 있고 나갈 때 그대로의 어수선한 방안)
(진수가 물을 열어 제친채 달려들어와 걸린 옷과 짐을 챙기다가 눈에 띄인 진희의 책을 보
다 집어든다)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책 갈피를 들친다)
(그 속에 끼어 있는 네잎 클로버)
진희(소리) 엄마아 나 나 말이야 행복 많이 찾었다
(진수가 그중 하나를 들고 본다)
진수(소리) 진희야 너 뭐 했니?
진희(소리) 나 빌었다
진수(소리) 뭐라구?
진희(소리) 울엄마 불쌍하게 하지 말라구
(진수의 얼굴이 무섭게 이그러지며 그 책을 홱 동댕이 친다)
(끓어오르는 격정에 닥치는대로 동댕이치는 진수)
(달려 들어온 숙정과 미란)
숙정 아니 저녀석이 환장을 했나?
(진수의 무서운 눈초리가 숙정을 향해 불을 뿜는다)
진수 내 동생 진희를 살려놔요 진희를 살려달란 말예요- 우리 엄마가 우리 셋이서 살려고
얻어 놓은 집에서 우린 행복하게 살아야 한단 말예요!
(숙정은 어이가 없어 대꾸도 않고 나간다)
미란 부셔! 부셔! 네 마음이 가라 앉을때까지 다 때려 부셔!
(한참 정신 없이 부시던 진수가 딱 손을 멈추고 그 자리에 엎드려 통곡한다)
(이때 힘없이 동식이가 들어선다
미란 (울다가) 진수 아버지도 양심이 있다면 여기 또 다시 발을 들여 놓으시겠어요?
동식 미란이 용서해줘 모두가 나의 잘못이었어 (모기만한 소리) 나도 모든걸 청산하러 온거
야-
미란 지금이라도 늦지 않어요 진수를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세요 우리 어머니는 제가
지키겠어요
(미란은 울고 있는 진수를 일으켜서 눈물을 씻어주며 동식의 손을 꼭 쥐게 해준다)
미란 진수야 아버지 모시구 엄마한테루 가!
진수가 커서 철이 나면 나쁜 누나였다고 욕은 안할거야
#117 희순의 방 안
(아랫목에 진희와 진수를 나란히 뉘워놓고 희순은 진희의 볼에 자기 볼을 대고 석상처럼 움
직이지 않는다)
(감긴 눈으로 눈물만 쉴새 없이 쏟아져 볼을 적신다)
희순(소리) 이렇게 우리 셋이서 행복하게 살려구 했단다
진희야 이건 엄마 집이야 널 구박할 사람두 없구 우릴 못살게 굴 사람도 없는 우리 집이야!
엄말 두구 가다니 행복하게 살자든 엄말 두구 가다니
O.L
#118 목장이 보이는 언덕
(황흔이다)
(맑게 개인 하늘)
(새로 세워진 조그마한 묘비 앞에 가련한 들국화가 바람에 한들거린다)
(소리 없이 엎드려 우는 희순)
진수 엄마 이젠 고만 울구 가아!
희순 진수야 진흴 혼자 여기다 놔두고 어떻게 가니?
(하면서 옆에 있는 진수를 왈칵 껴안고 더 흐느낀다)
진수 엄마가 그전에 그러잖었어 사람은 죽으면 몸둥아린 흙하고 마찬가지라구- 혼만 살아
서 식구 옆에 같이 머물러 있는거라구 하잖었어
(그 말에 희순은 진수를 떼어 놓는다)
(진수는 희순의 눈물을 씻어주며)
진수 엄마 진희가 집에서 우릴 기다리구 있을거야 음 엄마 집에 가아
(하면서 희순을 끌어 일으킨다)
(희순은 마지못해 일어선다)
(둘은 말없이 손을 잡고 언덕을 내려온다)
(저만치 동식이가 멍하니 서서 모자를 지켜 보고 있다)
(진수가 그를 발견하고 주춤 서며)
진수 엄마 저기 아버지 왔다-
(희순은 그 말에 아무 반응이 없이 걸어간다)
(진수가 뛰어와 희순의 손을 잡고 다시 걷는다)
(낙엽이 한잎 두잎 그들의 발길에 떨어져 딩군다)
(동식 서서히 다가와 희순에게 무어라 말할려고 한다)
(희순은 시선을 떨군채 그냥 그 앞을 지나가 버린다)
(주춤 서서 쳐다보는 동식)
(진수도 동식을 힐끗 쳐다보고 뛰어가 희순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멀어져 가는 모자)
(멍하니 바라보는 동식의 초라한 모습)
(찐수가 가다가 돌아서서 동식을 쳐다본다)
(어깨를 쳐뜨리고 천천히 따라오는 동식)
(그것을 본 진수의 얼굴에 한가닥의 미소가 떠오른다)
(모자의 뒤를 따라가는 동식의 모습도 멀리 사라지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