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모 레비는 우리가 '아우슈비츠 이후'에도 '인간'에게 희망을 걸 수 있는 근거와도 같은 존재다. 그는 소위 현대판 오디세우스였다. 그런 그가 갑자기 투신자살했다. 그는 자살이라는 가장 극단적 행위를 통해 우리에게 최후의 경종을 울리려고 했던 것일까. 이탈리아 토리노의 레비 무덤에는 '174517'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다. 아우슈비츠에서 그의 팔뚝에 새겨진 수인번호다. 그 앞에서 과연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있을까? -서경식(도쿄경제대 교수, <시대의 증언자 프리모 레비를 찾아서>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