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오직 한길을 걸어온 시인 민영! 그러나 이 수사는 결코 상투적으로 만들어낸 찬사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내가 알고 있거니와, 그는 시 한편을 완성하기 위해 언제나 혼신의 힘을 다했다. 낱말을 깎고 글귀를 다듬는 일, 감각의 날을 세워 계절의 변화를 접수하고 시대의 풍경을 주시하는 일, 이 모두가 그에게는 생략될 수 없는 맹렬정진의 세목들이었다. 스물 나이에 그는 그렇게 배웠고 스물다섯 나이에 그런 시인으로 세상에 선을 보이더니, 반세기 훌쩍 넘는 고행의 세월을 더듬어 어느덧 여든 나이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