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좋아한다. 기형도의 시 「질투는 나의 힘」에 나오는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어슬렁대며 기웃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내 등단 시의 제목도 「개처럼 걷는다」였다. 개는 여기저기 킁킁 냄새를 맡으며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비뚤비뚤 걷는다. 타고난 산책자이다. 산책의 산(散)은 흩다, 헤매다란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 산문(散文)에도 이 글자가 들어간다. 그러니 산문은 글자 수나 운율 같은데 얽매이지 않고 어슬렁거리며 산책하듯 쓴 글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