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출발은 김수영의 문학을 둘러싸고 있었던 콘텍스트에 관한 연구 수행의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번역은 당대 인식장 내외부에서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매우 역동적인 정치적인 행위였기 때문이다. 어느 시기에나 누가, 누구를 위해 번역을 하는가는 늘 새롭게 지식장을 구축하고자 했던 주체들에게는 사활을 걸 만큼 중대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먼저 격동의 시대였던 해방기를 ‘번역’이라는 키워드로 바라보니,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주체들의 환희와 고통, 그리고 열망이 한눈에 들어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