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은 인식 이전에 존재하는가, 인식에 의해 창조되는가? 현상학은 사물이 인식과 (지향적) 관계를 맺으며 존재한다고 대답함으로써, 이 까다로운 물음이 야기한 실재론과 관념론의 대립을 넘어서고자 한다. 현상학의 창시자 에드문트 후설의 1907년 강의록 『사물과 공간』은 이러한 물음을 사변적으로 고찰하고 이러한 대답을 독단적으로 선언하기보다는, 온갖 이론적·일상적 선입견을 괄호 안에 넣고(판단중지) 가장 기초를 이루는 ‘사태 그 자체’로 돌아가(환원) 마치 현미경을 들이댄 것처럼 이 문제를 치밀하게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