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터슨 (2017 | 12세이상관람가 | 118분)
‘일상’이라는 단어는 매일 유사하게 반복되는 일을 말한다. 일상의 반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들뢰즈가 말한 바 ‘차이나는 반복’일 것이다. 미국 인디영화의 아이콘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패터슨>(2016)은 반복적 일상의 조그만 균열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차이나는 반복’에 주목하고 있다.
이 영화는 미국 뉴저지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시를 쓰는 버스 운전기사 패터슨(애덤 드라이버)의 일주일 동안의 일상이 요일 별로 구성돼 있다. 패터슨이라는 도시 이름과 주인공 이름이 같은 이유는 이 도시가 의사이며, 퓰리처 상을 수상한 바 있는 시인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가 연작시 ‘패터슨’ 5부작을 쓴 문학적 산실이라는 점에 기인하는 듯하다. 이러한 윌리엄스 시인을 영화 속 패터슨처럼 감독 짐자무쉬도 좋아했고, 그는 시의 배경이 되는 패터슨 시(市)를 여행하면서 영화스토리를 구상했다고 한다.
버스 기사 패터슨은 길거리를 산책하면서 버스를 운전하면서 드는 생각을 바탕으로 시의 모티프를 키워나간다. 그러므로 이 영화 전체가 시를 쓰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에서는 시가 여러 편 나온다. 영화 제작노트에 의하면 소녀가 자신의 시라며 읽는 시는 짐자무쉬가 직접 쓴 시며, 패터슨이 시를 쓰는 과정에서 화면에 등장하는 시는 미국 현대시인 론 패지트가 써두었거나 이 작품을 위해 새로 창작한 것들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패터슨의 아내 로라는 아침마다 꿈 이야기를 한다. 아이가 없는 부부인 그들이 쌍둥이 딸이 생겼던 꿈이다. 아내의 꿈은 하루종일 패터슨을 지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가 던지는 삶에 대한 메시지는 만만치 않다. 엔딩에서 패터슨은 윌리엄스 시인을 좋아해 패터슨 시(市) 폭포를 찾아온 일본 관광객 시인을 만난다. 그는 빈 곳이 다시 시작하는 곳이 될 수 있다며 비밀노트가 없어진 패터슨에게 빈 노트를 전해주어 다시 시를 쓸 힘을 준다. 그렇다. 시가 된 일상은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그곳에 있는 것이다.
▶ DVD 찾아보기 : https://lib.sookmyung.ac.kr/search/detail/CATMUZ000000809993
▶ 다음 주 영화 :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엑스마키나>(기초교양학부 황영미)